[OK!제보] "청소년이 보기엔 너무 선정적인 웹툰…규제 안 하나요?"

웹툰 이용 연령 판단은 작가와 플랫폼 권한

"조회수를 위한 플랫폼의 꼼수"라는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조서연 인턴기자 = 웹툰 속 남녀 주인공이 연달아 입을 맞춘다. 이후 성관계를 묘사하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노출된다.

마치 19세 이상 성인물의 한 장면 같지만, 이 웹툰은 네이버에서 연재 중인 15세 이용가의 인기 로맨스 웹툰이다. 하지만 15세를 인증하는 절차는 따로 없어 사실상 전체 이용가 웹툰과 같다.

평소 여러 플랫폼의 웹툰을 즐겨 보는 직장인 염모(24)씨는 "요즘 인기 있는 로맨스 웹툰을 보면 미성년자도 볼 수 있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성인 웹툰을 보는 것 같다"며 "성인이 보기에도 자극적인데 이를 규제하지 않는 플랫폼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작가와 플랫폼이 판단하는 웹툰 연령 등급…민원 들어와도 변화 없어

웹툰의 이용 연령 등급은 웹툰자율규제위원회가 제시하는 '웹툰 연령 등급 자가진단표'를 바탕으로 작가와 웹툰 플랫폼이 협의하여 정하게 된다. 사실상 '선정성'과 '이용 연령 등급'에 대한 최종 판단은 작가와 플랫폼의 몫이 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네이버에서 연재를 시작한 '나랑X할래?'라는 작품은 1화가 공개되자마자 "19세로 등급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베스트댓글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논란이 됐다. 해당 작품은 '성인 웹툰 작가를 꿈꾸는 여자주인공과 경험이 없는 남자주인공의 동거 로맨스'가 주된 줄거리다.

웹툰 '나랑X할래?'의 1화 베스트 댓글 1화가 공개되자 웹툰 이용 연령 설정이 올바르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네이버웹툰 캡처]

이 작품은 올해 초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선정성이 높다는 민원이 들어와 웹툰자율규제위원회에서 논의가 이뤄졌다. 논의 끝에 위원회는 해당 작품의 표현이 자극적이고 성 인지 감수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어 우려스럽다는 권고를 네이버에 전한 바 있다.

이에 네이버웹툰은 내용 및 수위에 대해 작가와 더 세심하게 논의해 작품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여전히 표현상 선정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은 해결되지 않은 모양새다.

웹툰 관련 심의 문제에 대한 민원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접수하고 웹툰자율규제위원회가 플랫폼에 통보하는데, 이 권고에 강제성은 없어 이를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최종 결정은 웹툰 플랫폼에 달렸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웹툰은 간행물 윤리위원회, 영상물 등급 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기준 등을 세밀하게 적용해 연령 등급을 표기하고 있으며, 다양한 피드백을 반영해 필요시 등급을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청소년 유해 작품 늘었지만…다수 플랫폼은 규제 사각지대

웹툰자율규제위원회는 최근 청소년에게 유해한 선정적 작품이 문제 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위원회 관계자는 "내용적인 면에서는 당연히 18세 이상 이용 등급을 매겨야 하지만, 표현상 애매한 작품이 많아졌다. 이를 위원회 내부에서는 사악하고 교묘한 작품이라고 표현한다"며 "플랫폼은 많은 사람이 봐야 수익이 생기기 때문에 자극적으로 변해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웹툰 시장이 커지고 소비층이 늘어남에 따라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했지만, 이들에 대한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웹툰자율규제위원회 관계자는 "네이버, 카카오웹툰과 같이 위원회와 협약된 플랫폼은 그나마 규제 가능하지만, 협약되지 않은 플랫폼은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고 말했다.

◇ "작품 앞 주의사항 필수화…표현의 적절성 판단이 중요"

되풀이되는 15세 이용가 웹툰의 선정성 문제를 놓고 웹툰 공급 플랫폼이 책임감을 가지고 방향성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플랫폼의 요구대로 작가가 방향을 따라가기 때문에 자극적 작품이 늘어나는 것도 있다. 전자 게임 업계에서도 암암리에 여성 캐릭터를 묘사할 때는 몸매를 강조하라는 메시지가 있는데, 웹툰 플랫폼에서도 그러한 입김이 작용할 위험이 있다. 표현의 자유라는 탈을 썼을 뿐 눈길과 조회수를 끌기 위한 비즈니스라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또한 "작품 앞에 선정적 장면이 있다는 주의사항을 필수화하고, 이를 지키지 않은 작품은 광고를 게재하지 못하게 하는 등 제재를 검토해야 한다. 유튜브에는 콘텐츠마다 부적절한 콘텐츠인지 시청자가 판단해 신고하는 기능이 있는데, 웹툰도 표현의 적절성에 대해 이용자가 판단할 수 있는 기능을 만든다면, 웹툰 브랜드 평판을 대외적으로 증명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플랫폼 입장에서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tjdus760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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