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총회서 韓 '바이오 인력양성 선도' 알려…호주·英·미주 등과 보건협력 확대
정부 수석대표로 질병청장 첫 참석…"국제 보건의제 주도할 것"
인터뷰 하는 지영미 질병관리청장 |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25일(현지시간) 3년4개월 만에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선언이 내려진 코로나19 대응 과정에 대해 "신속한 진단 체계로 대유행 초반 위기를 견딜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지 청장은 이날 스위스의 주제네바 한국대표부 회의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의 경험을 토대로 진단키트에 대한 긴급사용승인을 했고 이는 감염 확산을 막는 데 기여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일일 확진자가 62만명에 이를 정도의 대유행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응 인력이나 의료 시스템이 충분하지 않았던 건 풀어야 할 숙제"라며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못 냈던 점도 되새길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지 청장은 이 같은 평가가 최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질병청이 보고한 감염병 중장기 대응 계획에 담겼다고 했다.
새로운 감염병으로 확진자가 폭증할 상황에 대비해 충분한 중환자 치료 병상을 갖추고 감염병 전문병원 중심의 대응 체계를 세운다는 것이다.
신속한 백신 개발 구상도 소개했다. 일종의 병원체 라이브러리를 만들고 전임상과 임상 1·2상 단계까지 진입한 수준의 백신 후보물질을 준비한 뒤 새 감염병에 맞춤형으로 적용할 후속 개발 단계를 밟아 백신을 내놓겠다는 내용이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국제사회가 호평한 한국의 진단 기술은 해외 각국과 보건 분야 협력을 위한 지렛대처럼 사용될 예정이다.
지 청장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제76차 세계보건총회(WHA)에 한국 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했다. 질병관리청장이 한국 정부의 수석대표로서 WHA에 참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정부는 세계적 수준의 바이오산업 역량을 무기로 국제 무대에서 선도적 면모를 내보였다. 감염병 대유행 시 중·저소득국의 백신 접근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저소득국의 백신 자급화를 책임질 바이오 인력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교육을 해 주는 사업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WHO로부터 '글로벌 바이오 인력양성 허브'로 선정된 한국은 아프리카와 중남미 등지의 교육생들을 초청해 백신·바이오 의약품 생산 공정을 교육해왔다.
지 청장은 이번 총회에서 WHO와 보건복지부가 바이오 인력양성 허브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사실을 거론하며 더 많은 국가들이 한국의 인력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지 청장은 총회에 나온 다양한 국가 대표와 양자 면담을 진행하며 국제적 협력 기반을 넓히기도 했다.
질병관리센터 신설을 추진 중인 호주의 폴 켈리 최고 의료책임자와는 서태평양 권역의 보건 안보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고, 제니 해리스 영국 보건안보청장과는 병원체 진단기술 등 보건 분야 협력 의제들을 지속해서 논의하기로 약속했다.
자바브 바르보사 범미주보건기구(PAHO) 지역사무처장과는 글로벌 백신 협력을, 프레드릭 크리스텐슨 감염병혁신연합(CEPI) 부대표와는 백신 라이브러리 협력, 세계 바이오서밋 행사 공동기획, 한국 인력의 CEPI 진출 등의 현안을 협의했다.
차오 쉐타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부주임과는 감염병과 항생제 내성 대처 등 관련 사업에 대해 함께 힘을 모으기로 했고,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에게는 올해 12월 방한에 초청한다는 우리 정부의 의사를 공식적으로 전달했다.
작년 말 임명된 지 청장은 "독립행정기관으로 승격된 질병청이 제자리를 잡도록 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고 언급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국제 보건 의제를 주도하고 협력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국제기구에서 우리 보건 인력이 더 많이 진출하고 우리 정부가 국제적 업무를 상시로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발언하는 지영미 질병관리청장 |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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