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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연휘선 기자] "구독자 수가 많고 조회수도 나쁘지 않은데 결산을 해보니 적자였어요". 나영석 PD의 고백이 '방송국 놈들' 유튜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최근 나영석 PD가 웹툰작가 이말년의 유튜브 채널 '침착맨'에 라이브 방송 게스트로 출연했다. 나영석 PD가 운영 중인 또 다른 유튜브 채널 '채널 십오야'의 콘텐츠 '출장 십오야', '그림형제'에 이말년이 유튜버 침착맨으로 출연해 인연을 맺은 바. 두 사람이 라이브 방송을 통해 근황은 물론 유튜브 춘영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이 가운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것에 대한 나영석 PD의 고민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시선을 모았다. 나영석 PD는 "TV가 잘 되는데 왜 굳이 외부로 가려고 하냐"는 질문에 "트렌드가 계속 바뀌고 남들은 다 정거장에서 내려 다음 기차를 타는데 나만 이 자리가 편하다고 앉아있으면 뒤처질 수 있다"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채널 십오야'의 위기감을 강조했다. 그는 "유튜브를 처음 했을 때 너무 재미있더라. 유튜브가 자극적이다. 이 플랫폼도 도파민 중독이다. 시청자 반응을 바로 볼 수 있고 조회수가 바로 나오고 인기가 손에 잡힐 듯이 보인다. 그 중에 사람을 중독시키는 게 '구독자 수'다. 구독자가 처음에 10만, 100만 갈 때 산에 가서 도토리 줍는 느낌이었다. 도토리 주워서 도토리묵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가 나중엔 내가 왜 도토리를 줍고 있는지 모르게 중독됐더라"라고 털어놨다.
무엇보다 나영석 PD는 "저희가 구독자 수가 많고 조회 수도 나쁘지 않은데 작년에 결산을 해보니 적자더라. 이 구조는 문제가 있다. PPL을 받지 않으니 제작비가 오롯이 저희 돈이다. 최근에 한 분이 '저기 있는 사람 3분의 2는 없어야 한다'고 하더라. 그런데 저희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침착맨 님은 조금씩 살을 붙여갔다면 저희는 프로 집단에서 떼어서 한 거라 생각과 다르게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어렵고 쉽지 않다"라고 고백했다.
'뿅뿅 지구오락실 시즌2', '서진이네' 등 최근에도 tvN 예능 프로그램을 연이어 성공시키고 있는 나영석 PD다. 2001년 KBS 공채 27기로 방송에 입문한 그의 PD 경력만 22년. 심지어 채널 십오야의 구독자 수는 542만 명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튜브 채널의 안정적인 수익은 커녕 여전히 적자가 나올 수도 있는 구조라는 점이 이목을 끌었다. 방송국이라는 영상 콘텐츠의 정점에서 체계적인 시스템을 익혀온 제작진도 유튜브 생태계 안에서 결코 안심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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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비단 나영석 PD와 '채널 십오야' 만의 문제가 아니다. '무한도전', '놀면 뭐하니?' 등 MBC 간판 예능을 만들어낸 김태호 PD가 퇴사 후 차린 제작사 테오(TEO) 또한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테오 측도 지난해 1월 말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심지어 최근 한국의 유튜브 여행 3대장이라 불리는 빠니보틀, 곽튜브, 원지와 함께 '지구마불 세게여행'을 유튜브와 ENA에서 동시에 선보이기도 했다. 이를 포함해 470여 개의 동영상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구독자 수는 36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 누적 조회수가 5980만 회를 넘긴 했으나 '김태호 PD'라는 이름의 무게를 생각하면 충분하다고 보기 힘들다.
결국 나영석, 김태호 한국 예능의 양대산맥이라고 불렸던 스타 PD들도 '유튜브'라는 새로운 생태계에서는 고전하는 모양새다. 따지고 보면 유튜브 콘텐츠 위주의 시청 행태가 정작된지도 여러 해. 릴스, 쇼츠, 틱톡 등 더 짧은 숏폼 플랫폼 콘텐츠로 젊은 시청자들의 시청 행태는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이미 TV 주된 이용자는 중장년층이지만 사실상 핵심은 2049 시청자이고, 문화 콘텐츠의 트렌드 리더가 2030에서 1029로 어려졌다. 이들의 선택을 따라 움직이는 콘텐츠 메이커들의 지위가 크게 바뀌었다. 과거엔 프로그램을 통해 스스로 트렌드를 만들고 이끌어나가던 PD들이 이제는 대중의 흐름에 올라타고 있다. 문화산업에서 프로의 지위를 누리던 콘텐츠 제작자들이 트렌드 리더의 자격을 상실하고 있다. / monamie@osen.co.kr
[사진] 유튜브, ENA, 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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