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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유재선 감독 "데뷔작 칸에 초청돼 배터질 만큼 행복"

연합뉴스 오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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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유재선 감독 "데뷔작 칸에 초청돼 배터질 만큼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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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 연출부 출신 "저도 모르게 봉준호 감독 따라 하려 발버둥쳤죠"
영화 '잠' 유재선 감독[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 '잠' 유재선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유재선 감독의 첫 장편영화 '잠'입니다. 유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조수이기도 했죠."

21일(현지시간)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초청작 '잠'이 상영되기 전 사회자는 유 감독을 이렇게 소개했다.

유 감독은 '옥자'(2017) 연출부로 2년간 일하며 봉 감독의 제자나 다름없는 생활을 했다. 프리 프로덕션부터 촬영, 후반 작업, 프로모션까지 긴 여정을 함께했다.

그는 이날 시사회 후 인터뷰에서 "'잠'을 촬영하면서 무의식적으로 또 의식적으로 '옥자'에서 봤던 봉 감독님의 모습을 따라 하려고 발버둥 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고 털어놨다.

"어찌 보면 영화 만들기에 대한 모든 것은 '옥자'를 통해 배운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한국 감독과 연출부 관계는 사제 간 같아서, 감독님들은 항상 자기 연출부 출신이 잘되기를 바라세요. 이번에 제가 칸영화제에 초청받았다고 했을 때도 봉 감독님께서 엄청나게 좋아하시고 축하한다고 하시더라고요."

봉 감독은 배우 이선균에게 '잠'에 출연하라고 적극 추천하기도 했다. 그 덕분인지 "터무니없는 희망"이라고 여겼던 캐스팅에 성공했다.


유 감독은 "저의 영화적 영웅이기도 한 분이 제 작품을 높이 평가한다는 게 꿈 같고 영광"이라면서도 "한편으로는 관객의 기대를 너무 올려서 좋을 게 있을까 싶기도 하다"며 웃었다.

영화 '잠' 속 한 장면[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 '잠' 속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잠'은 수면 중 이상행동을 하는 남편 현수(이선균 분)와 그의 아내 수진(정유미)의 이야기를 다룬 스릴러다. 영화는 남편과 밤마다 한 침대에 누워야 하는 수진을 극의 중심에 뒀다.

유 감독은 "처음엔 몽유병에 대한 피상적인 호기심이 들었다"며 "그러다 몽유병 환자의 옆을 지켜야 하는, 사랑하는 사람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증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주인공이 위협과 공포의 대상으로부터 탈출하는 게 대부분의 장르 영화 구조잖아요. 하지만 몽유병 환자의 가족은 그러지를 못해요. 본인을 위협하는 공포의 존재가 한편으론 가장 사랑하고 지켜줘야 하는 존재니까요. 정면으로 맞서야 하죠."

이 영화는 스릴러인 동시에 러브스토리이기도 하다. 수진은 현수가 벌이도 시원찮은 배우 일을 계속하도록 북돋는다. 몽유병이 생겨 위험한 행동을 하는 현수를 떠나거나 홀로 두지도 않고 끝까지 옆을 지킨다.

유 감독 역시 시나리오를 쓰던 당시 7년을 사귄 여자친구와 결혼을 준비 중이었다고 한다. 불안정한 삶을 살던 유 감독은 현수를, 그를 믿고 결혼을 결심한 지금의 아내는 수진을 닮았다고 유 감독은 말했다.


"'잠'을 쓸 때 물론 1차 목표는 재밌는 장르영화를 만들겠다는 거였어요. 하지만 그 당시 제 화두가 결혼이다 보니 결혼 생활 이야기도 하고 싶었죠. 더할 나위 없이 사랑하고 믿고 의지하는 그런 부부를 그리려 했어요. 이들에게 장애물을 던져 주고 부부가 이걸 어떻게 극복하는지 보여주는 거죠."

영화 '잠' 속 한 장면[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 '잠' 속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렇게 만들어진 '잠'은 유 감독이 연출부가 아닌 감독으로서 칸영화제에 입성하게 했다.

유 감독은 "칸에서 자신의 영화가 상영되는 건 모든 영화인의 꿈"이라면서 "너무 막연한 꿈이라 평행 우주에서나 가능하겠거니 생각해왔는데 감개무량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잠'은 유 감독의 첫 장편영화이니만큼, 칸영화제가 가장 뛰어난 신인 감독에게 주는 황금카메라상의 후보이기도 하다.

유 감독은 수상에 대한 기대를 묻자 "데뷔 영화가 칸에서 상영하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른 것을 넘어 배가 터질 만큼의 행복을 맛봤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관객들과 함께 영화 본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칸에 초청돼 감사한 마음이 99%였다면 나머지 1%는 걱정, 근심, 스트레스였는데 여기서 해방된 느낌도 받았습니다…주변에서 황금카메라상 얘기도 하시는데, 특별히 기대하진 않아요. 이 순간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영화 '잠' 유재선 감독[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 '잠' 유재선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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