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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열의 생생건강S펜] "이게 죽을 병이야? 염증성장질환 전문의가 본 ‘닥터 차정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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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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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 요즘 엄정화가 주연으로 나오는 ‘닥터 차정숙’의 인기가 뜨겁다. 인기가 많은 만큼 드라마에 등장하는 질병으로 시끌시끌했다. 크론병 환자가 등장하는 회차였는데 ‘크론병 왜곡된 인식 우려에 방심위 민원까지 접수됐다‘는 기사가 나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6일 전파를 탄 '닥터 차정숙' 7회 방송분에 대해 지금껏 민원 43건이 들어와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이라고 9일 밝힌바있다. 소화기내과 전문의인 강상범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의 기고로 알아본다.

기사를 보고 닥터 차정숙 7화를 보았다. 크론병에 걸린 젊은 남자 환자가 인공 장루 복원을 하기 위해 입원했지만 환자의 심한 병세로 인해 장루복원술을 실패하고 다시 다른 곳에 인공 장루를 만들었다. 낙심한 환자는 극도로 우울해져서 아내에게 죽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수술 상처를 드레싱하러 온 닥터 차정숙에게 속내를 내비친다.

“차라리 몇 달 후에 죽는 병이면 나을 거 같아요. 이렇게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게, 너무 절망적이네요. 나는 내가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을지, 결혼 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지, 자식을 낳아도 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아무런 확신이 없어요.”

환자에게 심한 우울감과 자살 의도를 느낀 닥터 차정숙은 외과 레지던트에게 정신건강학과 협진이 필요할 것 같다고 제안한다. 그러나 3년차 레지던트는 별로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넘겨 버린다. 얼마 뒤 병실에서 회복 중인 환자에게 장인, 장모님이 방문한다. 딸을 잠시 내보낸 장인, 장모가 환자복을 들추며 장루가 있는 배를 확인한 후 환자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어떻게 이런 못된 병을 숨기고 결혼할 수가 있어? 이 병 유전도 된다면서, 이 결혼 내 딸이 괜찮다고 해도 자네가 포기했어야지. 내 딸 호강시켜 주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아. 하지만 시작부터 남편 병수발 드는 것까지는 못 봐.”

이후 극심한 우울감에 빠진 환자는 결국 병원 옥상에서 투신자살 시도를 하지만 다행히 큰 사고 없이 목숨을 건지게 된다.

지금까지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지만 문제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요약해 보았다. 필자는 염증성장질환 환자를 전문으로 보는 의사로서 이 드라마를 쓴 작가에게 고마움과 약간의 아쉬움을 동시에 느꼈다. 이 드라마를 통해 국민들이 크론병이 어떤 병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는 기회를 제공한 것에는 감사하지만 드라마의 설정상 질병에 대한 잘못된 지식을 제공할 수 있는 여지를 주게 된 것은 아쉽다.

크론병은 궤양성 대장염과 함께 염증성 장질환에 속하는 질병으로 안타깝게도 아직 완치가 없기 때문에 평생 투약 및 관리가 필요한 질환으로 세계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는 만성질환이다.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위장관에 염증을 일으키며 심해지면 장의 협착으로 진행해 뱃속에 고름집(농양), 천공 등의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해 장절제술을 여러 번 받게 된다. 최근에는 다양한 치료약제(생물학제제)가 개발돼 이런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게 됐으며 수술 후 환자에서 재발없이 유지가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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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론병은 조기에 진단해 합병증을 예방하는 치료를 시행하면 정상인과 같이 사회활동을 할 수 있다. 결혼은 물론 출산도 당연히 가능하다. 드라마의 환자처럼 병세가 심각한 경우도 여러 과 의사들의 협진을 통해 최선의 노력을 한다면 일상생활로 복귀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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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첫 진단을 받은 환자나 보호자의 입장에서는 매우 슬퍼하기도 하고 정신적인 우울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현대 의학으로도 아직까지 완치가 없고 장절제술을 반복해서 받게 되는 경우를 생각하면 환자의 불안한 마음도 이해가 간다. 우울증은 심하면 자살 충동으로 발전해 치명적인 결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환자가 이런 증상을 호소한다면 당연히 정신건강의학과와 협진이 필요하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서 자살 의도, 시도는 일반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으며 크론병, 여성, 젊은 환자, 최근 진단받은 환자에서 더 위험하다. 자살은 주위 사람에게 의도를 은연중이든 아니든 내비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주위의 배려와 관심이 많이 필요하다.

또한 크론병의 발생은 다양한 원인의 합으로 발생되며 각각의 환자에게 정확한 발병 원인은 확실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크론병은 유전적 요인이 있는 사람에서 장내 미생물과 인체 면역시스템 사이의 이상반응이 지속돼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고, 음식, 흡연, 대기오염 등도 발병에 관여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크론병은 유전병이 아니다. 물론 유전적 소인이 있어 부모가 크론병인 경우 자식에게 아주 약간의 확률로 발병률이 높아지게 된다.

크론병은 조기에 진단해 합병증을 예방하는 치료를 시행하면 정상인과 같이 사회활동을 할 수 있다. 결혼은 물론 출산도 당연히 가능하다. 드라마의 환자처럼 병세가 심각한 경우도 여러 과 의사들의 협진을 통해 최선의 노력을 한다면 일상생활로 복귀가 가능하다. 아쉬운 점은 어쩔 수 없는 드라마적 요소의 삽입으로 인해 지금 잘 지내고 있는 크론병 환자들에게 대한 그릇된 인식이 심어질 수 있는 여지를 준 것이다. 필자가 속해있는 대한장연구학회는 이런 염증성 장질환을 치료하고 연구하는 의사들의 학회로 대국민 홍보 활동을 지속해 오고 있다. 우리 주위에 많은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환자들이 같이 생활하고 있으며 이들에게 따뜻한 눈빛과 지지가 필요하다.

강상범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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