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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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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터로만 32점, 무자비한 김선형과 워니…KGC는 KCC·LG와 다를 수 있을까 [KBL 파이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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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형과 자밀 워니는 무자비했다. 플로터로만 무려 32점을 가져갔다.

서울 SK는 25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안양 KGC와의 2022-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77-69로 승리, 백투백 우승을 위한 첫걸음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72%(18/25)의 우승 확률이 걸려 있었던 1차전. SK가 이 경기를 가져갈 수 있었던 건 단 하나로 설명이 가능하다. 바로 플로터. 오세근과 오마리 스펠맨이 버틴 KBL 최고의 골밑도 머리 위, 손 위를 넘어 아름다운 곡선을 그린 SK의 소나기 플로터를 막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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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형과 자밀 워니는 무자비했다. 플로터로만 무려 32점을 가져갔다. 사진=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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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는 이날 16개의 플로터를 성공시켰다. 워니가 9개, 김선형이 7개를 기록하며 KGC 수비를 무너뜨렸다. 경기 초반, 그리고 막판 몇 번의 실패를 제외하면 대부분 림을 갈랐다. 심지어 경기 첫 득점과 마지막 득점이 모두 플로터였다. 이보다 더 강력하고 또 위력 있는 무기는 없었다.

또 워니와 김선형은 1차전에서 2점 야투를 각각 10, 8번 성공했다. 플로터를 각각 9, 7개 성공했으니 사실상 플로터로 게임을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워니와 김선형의 플로터는 이미 이번 시즌 중반 이후 SK 상승세의 상징이었다. KBL은 물론 EASL 챔피언스 위크에서도 연신 림을 가르며 동아시아 팀들에 공포감을 안겼다. 그리고 6강부터 4강, 이번 챔피언결정전까지 그 위력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워니의 플로터, 흔히 ‘그 슛’이라고 불리는 이 공격 기술은 사실 새롭지는 않다. 워니는 KBL 데뷔를 앞두고 치른 2019 EASL 터리픽12부터 플로터를 주무기로 사용했다. 언더 사이즈 빅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학 졸업 후 몸에 익힌 기술이며 워니가 오랜 시간 KBL 최고의 외국선수로 군림할 수 있는 이유다.

김선형은 플로터를 자주 사용하지 않았으나 최근 들어 시도 자체를 늘렸다. 굳이 플로터를 장착하지 않아도 압도적인 스피드와 남다른 타이밍, 그리고 정확도 높은 마무리 능력을 갖추고 있는 그다. 다만 세월이 흐름에 따라 운동 능력 저하, 체력 부담을 느껴 다른 무기를 찾아야 했다. 그렇게 플로터를 몸에 완전히 익혔고 이제는 완벽한 공격 기술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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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형과 워니의 플로터를 막기 위한 방법이 있을까? 전희철 SK 감독은 “알고 있어도 알려드릴 수 없지만 솔직히 말하면 정말 없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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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형과 워니의 플로터를 막기 위한 방법이 있을까? 전희철 SK 감독은 “알고 있어도 알려드릴 수 없지만 솔직히 말하면 정말 없다”고 자신했다. 플로터는 자신보다 더 높은 상대를 공략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기에 성공률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사실 막을 방법 자체가 없기도 하다(실제로 미국의 드림팀조차 ‘플로터 마스터’였던 스페인의 후안 카를로스 나바로의 플로터를 전혀 제어하지 못한 적도 있었다). 아예 던지지 못하게 공간을 주지 않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더불어 SK는 아주 단순하면서도 막아내기 힘든 패턴으로 김선형과 워니의 플로터 상황을 만들고 있다. 투맨 게임의 달인인 김선형은 워니, 최부경의 스크린 이후 잠깐의 공간이 생기면 곧바로 플로터를 시도한다. 상대 수비가 아주 잠깐 흐트러진 순간을 전혀 놓치지 않았다.

반대로 워니의 플로터는 던질 걸 알고도 막을 수 없다. SK는 워니와 상대 선수의 일대일 상황이 나올 수 있도록 공간을 넓히고 그 틈을 워니가 공략하는 장면이 이어졌다. 그를 막기 위해 트랩 디펜스를 활용하면 곧바로 코너에 있는 선수들이 3점슛 기회를 얻는다. 결국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모습이 된다.

무리해서 플로터를 막으려고 붙으면 최악의 경우 앤드원 플레이가 된다. 실제로 1차전에선 워니의 플로터를 막기 위해 붙은 스펠맨이 실점 이후 자유투까지 내주며 무너졌다. 이어진 작전 타임 때 워니에게 볼을 던지는 등 멘탈 싸움에서도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김선형과 워니의 플로터 게임은 2차전, 아니 챔피언결정전 내내 이어질 것이다. 많은 체력을 사용하지 않고도 득점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무기이기 때문이다. 또 KCC, LG 모두 알고 있었지만 결국 막아내지 못했다. 즉 아직 SK의 플로터 게임을 막을 수 있는 답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상식 KGC 감독은 1차전 패배 후 투맨 게임 수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또 패인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문제점을 보완, 2차전에선 더 좋은 게임을 하겠다고 전했다.

과연 김 감독, 그리고 KGC는 KCC와 LG가 알고도 막지 못한 김선형과 워니의 플로터를 봉쇄할 수 있을까. 어떤 대비책을 들고 오는지에 따라 챔피언결정전의 흐름 역시 달라질 수 있다. 다만 답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안양=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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