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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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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에도 울지 않던 꼬마, 이젠 MLB 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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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마산용마고 3학년 장현석은 올해 고교야구 최고의 유망주 투수로 주목 받는다. 최고 시속 157㎞의 직구와 예리하게 꺾이는 변화구를 겸비해 KBO리그와 메이저리그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포심 패스트볼 그립을 선보이는 장현석. 창원=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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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의 ‘우연’이 이런 ‘인연’이 될지는 누구도 알지 못했다. 깜짝 놀랐던 대낮의 교통사고. 크게 당황한 운전자는 혹여 아이가 다쳤을까 걱정하면서 재빨리 병원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 녀석, 또래답지 않게 당찬 면이 있었다. 병원에서 울기는커녕 씩씩하게 복도를 누비고 다니는 모습이 남달랐다. 프로야구 선수인 운전자는 활달함이 넘치던 초등학생에게 운동을 하라고 권했다. 그 말을 들은 아이는 당장 부모님을 졸라 야구선수의 길로 들어섰다. 그리고는 고교야구를 대표하는 투수로 성장했다.

9년 전 운명적으로 만났던 프로야구 LG 트윈스 이호준(47) 타격코치와 마산용마고 3학년 투수 장현석(19)이 이 사연의 주인공이다. 최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두 사람을 만나 당시의 사연을 들어봤다. 이호준 코치는 “그 꼬맹이가 이렇게 컸다”면서 장현석의 머리를 연신 쓰다듬었다. 멋쩍게 웃던 장현석은 “프로 선배님들을 이렇게 가깝게 보기는 처음이다. 긴장되고 떨린다. 초대해주신 코치님께 감사드린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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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이호준 LG 코치(왼쪽)와 함께 포즈를 취한 고교야구 특급 유망주 투수 장현석. 9년 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시작된 만남이 소중한 인연으로 이어졌다.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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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인연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마산 상일초 4학년이던 장현석은 고향 팀 NC 다이노스를 응원하기 위해 마산구장을 찾았다. 경기 전 출근하는 선수들에게 다가가 사인도 몇장 받았다. 그런데 작은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NC 선수였던 이호준이 자동차를 몰고 후진을 하다 미처 꼬마를 보지 못해 사고가 났다.

이호준 코치는 “타이어가 아이의 발 위로 지나갔다. 그래서 당장 아이를 차에 태우고 병원으로 달려갔다”며 “그런데 이 친구가 좀 특별했다. 보통 아이 같으면 그 상황에서 당연히 눈물을 펑펑 흘렸을 텐데 울기는커녕 씩씩하게 버티더라. 얼마나 당차던지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병원에서 모든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래보다 키가 한 뼘은 더 큰 아이를 본 이 코치는 “너는 꼭 야구를 해야겠다. 이런 성격이면 분명히 선수로 성공할 것 같다”고 권유했다. 아이는 이를 흘려듣지 않았다. 장현석은 당장 부모님을 졸라 리틀야구부에 들어갔다.

야구를 시작한 장현석은 무럭무럭 성장했다. 키 1m90㎝, 체중 90㎏의 장현석은 올 시즌 고교야구에서 가장 주목받는 투수가 됐다.

지난해부터 시속 150㎞대 직구를 잇달아 던지면서 초고교급 유망주로 떠올랐다. 단순히 공만 빠른 것도 아니다. 제구도 뛰어나고, 커브와 슬라이더의 각도도 예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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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호준 코치(왼쪽)가 장현석이 사인볼을 만드는 모습을 웃으며 쳐다보고 있다. 이 코치는 이 공을 기념으로 선물받았다.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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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코치는 “(장)현석이의 잠재력은 익히 알고 있다. 마산용마고 진민수 감독이 NC 시절 후배이기도 해서 이야기를 자주 듣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실력은 의심할 필요가 없다. 앞으로 어떤 인성을 가진 선수가 되느냐가 문제다. 일례로 오타니 쇼헤이를 들고 싶다. 얼마 전 대선배 스즈키 이치로에게 달려가 90도 인사를 하는 영상을 봤다. 실력도 대단한 친구가 품성까지 올바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현석이가 그런 평가를 들었으면 한다. 나도 야구인이자 선배로서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보겠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장현석은 “코치님께서 늘 그런 점을 강조하신다. 당연히 실력은 물론 인성까지 뛰어난 선수가 되고 싶다. 꼭 그렇게 되도록 그라운드 안팎에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현석은 올가을 열리는 2024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 참가와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놓고 고민 중이다. 이미 여러 빅리그 스카우트들이 그를 눈여겨보고 있다. 큰 선택을 남겨둔 후배에게 이 코치는 “당연히 고민이 클 것이다. 주위에서 많은 이야기를 들을 텐데 부모님과 상의해서 신중하게 결정하기 바란다. 어느 무대로 가든 지금의 마음가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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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호준 코치(왼쪽)가 최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장현석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있다.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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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현석은…

생년월일 : 2004년 4월 24일

출신교 : 상일초-경주중-마산용마고

체격 : 키 1m90㎝, 몸무게 90㎏

포지션(투타) : 투수(우투우타)

2022년 성적 : 12경기 3승 3패 평균자책점 2.54(39와 3분의 1이닝 11자책점) 50탈삼진

직구 최고구속 : 157㎞

롤모델 : 제이콥 디그롬

고봉준 기자 ko.bongjun@ 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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