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자매전쟁' |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자리를 놓고 싸우면 누구나 절실해지기 마련이다. 그것이 엄마의 진짜 딸이라는 자리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자매전쟁'은 대한예술고등학교를 배경으로 부잣집 딸 원리온과 조손가정에서 가난하게 자란 추해라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한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이야기다.
해라는 미술에 재능이 있어 전액 장학금까지 받으며 입학했지만, 세계적인 조각가 원미란을 어머니로 두고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리온을 따라잡지 못한다.
입학시험부터 드로잉 실기, 조소 실기까지 모두 1등 자리는 리온이 독차지한다.
하지만 정작 열등감을 느끼는 것은 리온이다. 본인이 흉내 내고 있는 예술에 대한 깊은 애정과 천부적인 재능을 해라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해라는 원미란이 잃어버렸던 친딸이었고, 리온은 그 빈 자리를 채우려 데려온 수양딸이었다.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라이벌이었던 둘은 하루아침에 자매가 된다. 이제 둘은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진짜 딸로 인정받기 위해 쉼 없이 경쟁하게 된다.
웹툰 '자매전쟁' |
재능있지만 가난한 여주인공과 부잣집 악역, 출생의 비밀, 사각 관계까지 한국 안방 드라마의 클리셰(진부한 표현이나 문구)를 그대로 따온 듯하지만, '자매전쟁'의 독특한 매력은 냉혹한 시험관에 가까운 엄마 원미란 캐릭터로부터 나온다.
유명 조각가 원미란은 친딸 해라를 찾았을 때도 무작정 주변에 알리기보다는 해라에게 자기 딸이라는 자리에 걸맞은 재능을 가졌는지 증명하라고 한다.
두 딸에게 같은 과제를 주며 계속 한계를 시험하고, 비겁한 방법으로 상대를 짓밟아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예술적인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랑을 알아야 한다며, 사랑이라는 감정조차 창작의 도구로 쓰도록 딸들에게 강요한다.
결국 원미란이 찾는 것은 진짜 딸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위대함을 증명할 피조물에 가까운 셈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피그말리온과 같은 조각가다. 피그말리온이 완벽한 조각상을 빚어내고자 노력하듯이, 딸들을 완벽한 창작물로 만들고자 조련한다는 점에서다.
두 주인공의 독특한 이름도 눈에 띈다.
평생을 '추해라'로 살아온 주인공은 진짜 부모를 되찾으면서 엄마의 성씨를 따서 이름을 '원해라'로 바꾼다.
개명과 동시에 해라가 추하다고 놀림당하던 어두운 존재에서 당당하기를 원하고 취할 수 있는 존재로 변모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원리온'은 단 하나를 뜻하는 영어 '온리 원'(only one)을 거꾸로 배치한 것이다.
어머니의 단 하나뿐인 딸로 인정받고자 하지만, 그렇지 못한 리온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자매전쟁'의 기맹기 작가는 차은우·임수향 주연의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내 ID는 강남미인!'을 비롯해 '여주실격!' 등을 그렸다.
전작에 이어 이번에도 단순한 갈등 구조 속에서 특유의 전개 속도와 섬세한 감정선을 내세워 뻔하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냈다는 점에 눈길이 간다.
이 작품은 네이버웹툰에서 연재 중이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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