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샤르 아사드(오른쪽) 시리아 대통령이18일(현지 시각)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과 만나고 있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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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관계 개선을 계기로 사분오열됐던 중동 이슬람 국가 간 데탕트(detente·긴장 완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사우디와 시리아, 그리고 아랍에미리트(UAE)와 카타르 간 관계 정상화가 초읽기에 들어갔고, 오랜 내전에 시달려온 예멘에서도 화해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사우디 외교부는 18일(현지 시각)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 사우디 외교장관이 시리아를 방문,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고 발표했다. 앞서 파이살 메크다드 시리아 외무장관이 지난 14일 사우디를 방문, 양국 외교 관계 복원 등을 논의한 데 대한 답방 형식이다. 사우디 외교장관의 시리아 방문은 시리아 내전 발발(2011년) 이후 12년 만이다. 사우디는 지난 15일 자국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GCC) 6국과 이집트·이라크·요르단 등 9국 모임을 통해 시리아의 아랍연맹 복귀 문제도 논의했다. 시리아의 아랍연맹 복귀는 다음 달 사우디에서 열리는 아랍연맹 정상회담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UAE와 카타르도 외교 관계 복원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양국 외교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UAE가 카타르와 대사관 재설치를 추진하고 있다”며 “오는 6월 중순까지 상대국 주재 대사관 문을 다시 여는 것을 목표로, 향후 몇 주 내에 외교 관계를 복원키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UAE와 바레인, 이집트 등은 2017년 6월 사우디의 주도로 카타르와 단교하고, 항공기와 선박 운항도 중단했다. 카타르가 친(親)이란 정책을 펼치고, 테러 조직을 지원한다는 이유였다. 이후 사우디와 이집트는 2021년 카타르와 화해하고 외교 관계도 정상화했으나 UAE와 바레인은 최근까지도 관계 복원에 뜸을 들여왔다.
중동 국가 간 데탕트는 사우디와 이란 간 관계 개선 덕에 급물살을 탔다. 양국은 지난달 10일 단교 7년 만에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데 이어 두 달 만인 다음 달 9일 주사우디 이란 대사관을 열기로 했다. 사우디와 이란 간 대리전 성격을 보여온 예멘 내전도 휴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다. 사우디는 지난 17일 예멘 내전에서 생포한 예멘 반군 포로 100명을 석방, 예멘으로 보냈다. 사우디는 UAE 등과 아랍 연합군을 구성, 예멘 정부군을 지원해 왔다. 프랑스 국제관계전략연구소(IRIS)는 “반군을 후원해 온 이란 정부만 나서면 구속력 있는 휴전 협정 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랑스 일간 레제코는 “사우디와 이란 간 관계 재정립을 시작으로 중동에서 ‘지정학적 재구성’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그러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갈등이 고조되고, 이란 핵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상황이라 ‘중동 평화’는 아직 요원한 얘기”라고 했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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