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 서비스 붐에 고강도 노동…작가들, 임금 인상 요구
2007년 파라마운트사 앞에서 피켓 시위중인 파업 작가들 |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미국 할리우드가 15년 만에 '셧다운' 위기에 몰렸다.
스트리밍 서비스 붐이 일면서 고노동 저임금에 시달려 온 할리우드 작가들이 임금 인상이 안 되면 파업까지 불사하기로 하면서다.
17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작가조합(WGA)은 이날 투표를 통해 내달 1일까지 영화·TV제작자연맹(AMPTP)과의 새 기본 협약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 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의했다.
1만1천500명의 WGA 회원 중 80%가량이 투표에 참여해 97.85%라는 압도적 찬성률을 보였다.
WGA 협상위원회는 이날 투표 결과에 대해 "의미 있는 변화를 요구하는 집단의 힘과 단결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AMPTP은 할리우드 주요 제작사들로 구성된 단체로, WGA와 맺은 현 기본 협약은 다음 달 1일 만료된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협약 만료를 2주 앞둔 시점에도 협상에 진전의 징후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면서 이날 투표로 할리우드가 셧다운에 훨씬 더 가까워졌다고 풀이했다.
작가들은 스트리밍 TV 채널이 호황을 맞으면서 프로그램 제작 시즌이 짧아지고 여유 시간이 줄어들어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며, 넷플릭스나 월트디즈니 등 제작사에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HBO 시리즈물 '인시큐어'의 작가이자, 미국판 '써니'인 '바이 바이 바이(Bye Bye Bye)' 각본 작업에도 참여한 작가 에이미 아니오비는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처럼 비싼 도시에 사는 많은 중·저급 작가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부업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파업에 찬성한 이유를 설명했다.
WGA의 파업은 2007∼2008년 100일간 이어진 게 가장 최근이다.
작가들이 실제 파업에 들어갈 경우 팀제로 운영되는 심야 토크쇼가 가장 먼저 타격을 입고, 이어 낮 시간대 연속극에 여파가 미칠 전망이다.
코로나19 피해로 수개월간 작품 제작을 멈춰야 했던 제작사들은 추가 업무 중단을 피해야 하는 상황이다.
WGA와 협상 중인 AMPTP는 성명에서 "우리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합의에 이르길 원한다"며 "단, WGA가 회사들과 충분한 논의로 절충안을 찾으려 노력할 때만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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