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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면 국가재정 파탄 악순환
결국 미래세대에게 부담 돌아가
전문가들 “尹대통령이 막아야”
전문가들은 특히 “재정 준칙을 도입하지 않은 채 예타 면제법만 합의한 것은 정치권의 무책임한 야합”이라며 “윤 대통령이 제때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국가 재정 파탄의 악순환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국 재정 악화 부담은 2030연령층을 비롯한 미래 세대를 착취하는 식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야는 12일 기재위 경제재정 소위에서 예타면제법을 상정 1분 만에 통과시켰다. 그러나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 등이 담긴 재정 준칙과 관련해선 거의 논의하지 않았다. 국가재정법을 개정하며 재정 준칙도 포함하면 되는데, 예타 완화 내용만 넣어 통과시킨 것이다. 정부가 재정 준칙 법제화 방침을 밝힌 때가 2020년 10월인 것을 감안하면 2년 6개월째 논의가 표류하는 셈이다.
이는 169석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재정 준칙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사회적경제법’을 함께 처리해야 한다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사회적경제법은 정부가 구매하는 재화·서비스의 최고 10%를 사회적기업에서 구입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여당은 ‘운동권 지대(地代) 추구법’이라며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박상인 교수는 “여야가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퍼주기에 매몰됐다”며 “윤 대통령이 지금 거부권 행사를 안 한다면 앞으로 국가 재정이 악화 일로를 걸어도 손을 대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국민의힘은 2019년 야당 시절, 문재인 정부의 대규모 예타 면제에 대해 “나라도, 국민도 없이 오로지 정권의 이익을 위한 총선만 있다”고 맹비난했었다.
그랬던 국민의힘이 여당이 되고도 재정 준칙 법제화에 소극적인 데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비판하고 있다. 국민대 행정학과 홍성걸 교수는 “집권 여당이 예타 면제에 반대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야당과 손잡고 ‘선거용 짬짬이’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홍 교수는 “지금 가뜩이나 국가 부채가 1000조원이 넘었고 앞으로도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라며 “재정 준칙을 더 엄격하게 적용해서 우리가 후손에게 빚을 물려주지 말아야 한다고 여당이 강조해야 한다”고 했다.
예타면제법이 ‘총선용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에 여야는 “시대적 흐름에 맞춘 기준치 상향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예타 제도가 도입된 1999년 이후 24년 동안 한국 경제 규모가 급속히 커졌으니 기준 역시 현실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여당 관계자는 “예타 기준과는 별개로 재정 준칙은 야당과 지속적으로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했고, 야당 역시 “예타 기준 완화는 정부·여당 모두 동의하는 내용 아니냐”는 입장이다. 여야 모두 수도권에 비해 소외된 지방을 위한 ‘지역 균형 발전’이란 명분도 내세우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예타면제법과 관련,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대통령실 내부에서 “예타 면제 기준은 24년 전 설정돼 그간 물가 상승률, 국가 예산 규모 확대 등에 비춰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에 일리는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연구 개발(R&D) 사업 예타 기준 상향은 윤석열 정부 국정 과제에도 포함돼 있는 내용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재정 건전성은 재정 준칙 도입을 통해 해결해야 함에도 처리가 지연되는 데는 야당 반대가 큰 몫을 했다”고 했다.
그러나 ‘국가 부채 1000조원 시대’에 정치권이 재정 건전성 강화라는 공동체적 과제를 더는 외면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이병태 교수는 “정치권이 돈 쓰기 힘들게 하는 재정 준칙 같은 건 합의 안 하고 예타 면제 기준만 완화하는 무모한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며 “이런 식의 포퓰리즘으로 가다간 한국 경제가 남미나 남유럽 같은 상황으로 전락할지 모른다”고 했다.
여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라는 부담을 지우지 않기 위해 당 차원에서 먼저 재정 준칙 법제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의당도 “국민 세금으로 진행되는 큰 사업엔 분명한 기준과 원칙이 있어야 하는데, 거대 양당이 만장일치로 무너뜨렸다”며 “기득권 동맹의 민낯”이라고 했다.
[원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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