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2020년 3월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이날 경찰은 국민의 알권리, 동종범죄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차원에서 신상을 공개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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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인 2020년 4월 13일. 여성들 협박해 성(性) 착취물을 제작하고 텔레그램 '박사방'에 판매한 조주빈이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 여성이 74명에 달하는 데다 일부는 미성년자로 알려져 충격을 안긴 사건이다.
수사 결과 드러난 조주빈의 범죄상은 경악스러웠다. 끈질긴 추적 끝에 검거된 조주빈은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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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정보 캐낸 뒤 성 착취…조직원 수 38명에 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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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조주빈 등 관련자의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피해자 참고인진술 조서를 비롯, 조주빈이 구치소에서 직접 그린 조직도를 통해 각 조직원들이 피해자 물색·유인, 성착취, 성착취 영상물 유포, 수익금 인출로 역할을 나눠 체계적으로 박사방을 운영한 점 등 특성을 파악해 범죄단체죄를 의율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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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외모 콤플렉스와 인정 욕구를 갖고 있던 조주빈은 콤플렉스를 개선하기 위해 키를 늘리는 '사지 연장술'을 2018년 받았다.
수술 후 10개월의 회복 기간을 갖게 된 조주빈은 시간 여유를 이용해 마약과 총기를 판매한다고 허위로 글을 작성해 돈을 갈취하기 시작했다. 이어 불법 성 착취물 유포 채팅방이었던 'n번방'을 접하게 되며 불법 영상으로 돈을 벌 계획을 세우게 된다.
이어지는 범죄상은 자세히 묘사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는 피해자들에게 직접 '노예'임을 인증하라며 새끼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포즈를 취하게 해 그들을 찍은 영상물이 자신의 '창작물'이라는 것을 알리려 했다. 피해자들의 사진과 신상정보를 정리해 기록한 '대백과사전'으로 여성을 상품화하기까지 했다.
박사방의 운영진은 피해자 유인부터 성 착취물 제작·유포 그리고 수익금 인출까지 역할을 세분화했다. 조직원 수가 서른여덟 명에 달했다.
납부한 금액과 활동 내용에 따라 회원 등급도 나눴다. 고액 유료 회원이 모인 방에서 조주빈은 돈을 받고 여성을 회원에게 넘기는 일명 '분양'을 했다.
결국 2019년 9월 한 익명의 제보자가 사이버 수사대에 신고하며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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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쓰며 추적 피해…징역 42년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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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이날 경찰은 국민의 알권리, 동종범죄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차원에서 신상을 공개했다. 2020.3.25/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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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는 난항이었다. 박사방은 고객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텔레그램'과 추적이 쉽지 않은 '암호 화폐'를 사용했다.
박사방 사건은 수사 기록만 1만2000쪽에 달할 만큼 사건 규모가 크고 가담자도 많아 복잡했다. 2020년 4월 13일, 검찰은 13개 혐의로 조주빈을 기소했다.
아동 청소년성보호법상 △음란물의 제작·배포 등 혐의에다 △성폭력범죄처벌법상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반포 등 혐의, △강요죄 △강제추행 △협박죄 △무고죄 △사기죄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이다.
검찰은 그해 6월22일엔 범죄단체조직 혐의와 범죄단체가입 혐의로 추가 기소를 했다.
이어 2021년 10월 14일 대법원에서 원심을 확정, 조주빈은 징역 42년에 전자발찌 30년 등 도합 72년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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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성 착취 범죄, 근절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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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관계자와 호주 경찰이 지난해 11월 23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 교외에 있는 미성년자 등 여성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텔레그램 '제2n번방'의 주범 '엘'의 주거지에서 체포하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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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빈의 '박사방'부터 갓갓의 'n번방'까지 텔레그램을 이용한 성범죄는 상당한 충격파를 던졌다. 이후 디지털 성범죄를 막기 위한 이른바 'n번방 방지법'이 2021년 12월 10일 시행됐다. 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을 고쳐 인터넷 사업자의 불법 성 착취물 삭제 및 필터링 조치를 의무화하고, 위반 시 형사 처벌토록 했다.
하지만 사업자의 모니터링·삭제 의무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등 공개된 대화방이나 게시판에만 적용된다. 사적 대화방까지 모니터링하고 규제하는 건 통신·비밀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이견에 따라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비공개 메신저 대화방을 통한 성 착취물 유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에는 2018년 9월∼올해 8월 미성년자 73명을 대상으로 성 착취물 1000여 개를 만들어 트위터 다이렉트 메시지(DM)를 통해 유포한 현역 육군 장교가 구속기소 되기도 했다.
또 지난해 11월 호주에서 검거된 '제2 n번방' 사건의 유력 용의자(일명 '엘') 역시 2020년 12월부터 올해 8월까지 텔레그램을 통해 미성년자의 성 착취물을 유포해 왔다.
이 때문에 해외 공조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브라질과 독일은 텔레그램을 통해 이뤄지는 디지털 범죄와 관련, 수사당국과 사법당국의 노력 끝에 텔레그램 경영진의 사과문을 받았다.
'리셋'은 제2 n번방 피해자들 제보를 받아 경찰 신고를 돕거나 상담받을 기관을 연결해주는 단체다. 리셋 관계자는 "(브라질, 독일) 이런 국가들도 있는데 한국 수사당국이 텔레그램의 회신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해외 공조 수사가 미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수민 기자 breathe_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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