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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SPO ISSUE]입장만 설명한 축구협회, 문책 등 인적 쇄신 없으면 무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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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축구팬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단순히 입장문 발표로 끝낼 것이 아니라 분명한 후속 조치와 해명이 필요함을 요구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지난달 31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승부 조작범 48명을 포함한 1백 명의 축구인 대사면을 철회했다. 같은 달 28일 우루과이전을 앞두고 이사회를 열어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로 한국 축구가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하고 대통합의 시대를 열겠다는 명분을 앞세웠지만, 팬들은 강력한 비판으로 응답했다.

"결과적으로 (사면한) 판단은 사려 깊지 못했고 엄격해진 도적 기준과 공명정대한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팬들의 높아진 눈높이도 감안하지 못했다"라며 꼬리를 내린 정 회장이지만, 이후 로드맵은 하나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시선은 축구협회 수뇌부의 쇄신과 연결된다. 이번 사면안은 일찌감치 준비됐고 사면을 위한 위원장 선임까지 이뤄졌다는 소문이 축구계에 파다했다. 과거처럼 일치단결해 지적하는 여론만 없었다면 실행에 옮길 태세였다.

축구인만 생각하고 정책을 실행에 옮긴 것은 큰 오판이다. 국민들은 축구협회를 A대표팀을 끌고 가면서 유소년 육성, 축구 정책 수립 등 다른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으로 이해하고 있다. 국내 인기 종목인 프로야구를 뛰어넘는 유일한 국내 스포츠 콘텐츠인 A대표팀을 바라보는 시선이 곧 축구협회를 보는 시선과 같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과연 누가 어떤 목적으로 정 회장에게 건의해 이번 사안을 통과시켰던 것일까. 정 회장은 이미 현대산업개발 업무로도 과중하다. 지난해 광주광역시에서 터진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사건으로 대국민 사과를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또, 진행 중인 다른 사업들 역시 애를 먹고 있다.

자연스럽게 축구협회 업무는 상근 부회장이나 전무, 이사들이 진행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번 사태로 이들에 대한 불신은 더 커졌다. 특히 경기인 출신 임원들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온정주의에 휘말린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미 국제축구연맹(FIFA) 평의회 위원 선출 실패, 2023 아시안컵 유치 실패 등 외교 실패 참사로도 죄송할 일이 차고 넘치지만, 사과 없이 넘어갔다.

축구협회 고위직을 경험했던 한 관계자는 "축구협회의 행정은 경기인 출신 임원들의 정책을 비경기인 출신 일반 행정직 직원들이 적절히 설명과 견제를 하면서 굴러가는 구조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런 체계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밖에서 보기에는 소위 '얼굴마담'용 인사들도 보인다. 현대산업개발처럼 일반 사기업에서 이번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면 해당 임원은 보직 해임을 당했거나 책임지고 사직하지 않았을까 싶다"라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프로구단에 몸담았던 전직 기업구단 경영자도 "시대가 첨단을 향해 달리는 중인데 축구협회는 왜 거꾸로 가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예산도 (스포츠 단체치고는) 거액을 굴리면서 아무렇지 않게 일을 넘기려고 하는 것이라면 외부 경영 컨설팅이라도 받아서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라고 성토했다.

정 회장의 임기는 2025년 1월까지다. 정부도 쇄신을 위해서는 부분이든 전면적이든 개각으로 일신한다. 기업은 말을 할 것도 없다.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임원진 숫자를 줄이거나 문책, 조직 개편 등의 후속 조치가 따르지 않으면 불신은 더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부서 간의 경계를 허물겠다며 혁신을 강조했던 '애자일(Agile)' 조직이 얼마나 무력한지 보여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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