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전두환과 노태우

광주 간 전두환 손자, 방명록에 조모 이순자 우회비판…뭐라 썼길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씨가 31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 ·18민주묘지를 방문해 참배단에 서서 생각에 잠겨 있다. /장련성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27)씨가 31일 5‧18 민주묘지를 찾았다. 그는 방명록에서 “민주주의의 진정한 아버지”를 언급했다. 이는 전씨의 할머니이자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의 과거 발언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씨는 이날 5‧18 단체장들과 함께 광주 북구의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전 전 대통령 일가 구성원이 5‧18 묘역을 참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씨는 방명록에 “저라는 어둠을 빛으로 밝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민주주의의 진정한 아버지는 여기에 묻혀계신 모든 분들이십니다”라고 적었다.

조선일보

전우원씨가 31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작성한 방명록. /장련성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순자씨는 과거 전 전 대통령의 재판 출석을 앞두고 “남편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아버지”라고 두둔해 5‧18 관련 단체의 비판을 받았다. 이씨는 2019년 인터넷 매체 ‘뉴스타운’과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민주주의 아버지가 누구인가. 나는 우리 남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전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단임제를 이뤄서 지금 대통령은 5년만 되면 더 있으려고 생각을 못 하지 않느냐”고 했다. 1987년 직선제와 민주화를 요구하는 6월 항쟁이 거세지자 전 전 대통령은 대통령 직선제와 단임제 실시를 골자로 하는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표의 6‧29 선언을 수용했다.

조선일보

2021년 11월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대신동 세브란스병원 신촌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전두환 전 대통련 빈소에 부인 이순자 씨가 들어서고 있다. /김지호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해당 발언이 보도된 후 5‧18 유족들은 전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여는 등 강하게 항의했다. 2021년 이씨가 전 전 대통령 발인식에서 사죄 발언을 했을 때에도 유족들은 “자신의 남편을 ‘민주주의 아버지’라고 칭송한 이씨가 과연 사죄할 자격이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고 했다.

한편 전씨는 이날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 리셉션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할아버지 전두환씨는 5‧18 앞에 너무나 큰 죄를 지은 죄인이고 학살자”라고 말했다. 그는 “일제강점기부터 군부 독재까지 대한민국은 오랫동안 아픈 역사를 겪어왔다”며 “전두환씨는 민주주의 발전을 도모하지 않고 오히려 역행시켰다”고 했다. 전씨는 유족들을 향해 사죄의 말을 한 후 큰절을 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전우원씨가 31일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열린 '5·18유족, 피해자와의 만남' 행사에서 할아버지를 대신해 사죄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5월 단체와 유가족들은 “할아버지의 잘못을 대신 사죄하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광주를 방문한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전씨가 이런 결정을 하기까지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을지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전씨의 사죄에 화답했다.

[이가영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