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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9 (수)

[인터뷰]"호구형이 40년 연기 인생 보상해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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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드라마 '카지노' 일명 호구형 배우 최홍일
도박에 중독되는 중소기업체 사장 연기해
뛰어난 연기로 "최민식에 안 밀린다" 호평
뉴시스

최홍일, 배우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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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는 분명 배우 최민식의 드라마다. 최민식이라는 대배우의 존재감 없이 애초에 이 작품은 성립할 수 없었다. 게다가 이 드라마에서 최민식이 연기한 필리핀 카지노 거물 '차무식'이 나오지 않는 장면이라는 건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카지노'가 결국 차무식이라는 한 남자의 인생 전체를 보여주는 작품이었으니까, '카지노=최민식'이라고 해도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그런데 '카지노'를 본 사람들 사이에서 최민식만큼이나 자주 언급되는 배우가 한 명 있다. 손석구도 이동휘도 아니다. 그는 배우 이름 대신 이렇게 불린다. 호구형.

차무식은 필리핀에 가족과 함께 여행온 중소기업체 사장 '정석우'를 소개받는다. 정석우가 가진 회사 매출, 정석우의 성격 등을 면밀히 파악한 차무식은 이제 '작업'에 들어간다. 정석우를 도박판에 끌어들여 수백억원을 뜯어내겠다는 것. 차무식은 말리는 척 정석우를 도박판에 밀어넣고, 회사 대표였던 멀쩡한 사람은 어느새 도박중독자가 돼 있다. 시청자들은 차무식에게 휘둘리며 속절없이 재산을 탕진하는 정석우라는 인물을 호구형이라는 애칭으로 불렀다. 그리고 회를 거듭할수록 도박에 점점 빠져드는 호구형의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은 한목소리로 "최민식에게도 밀리지 않는 연기" "호구 연기의 역사를 썼다"며 찬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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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드라마 '카지노'의 한 장면.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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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형의 인기는 유튜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튜브에 호구형을 검색하면 나오는 영상만 수백개, 유튜브 내에서 30초 분량의 짧은 영상인 쇼츠(shorts) 또한 수도 없이 많이 볼 수 있다. 모두 호구형의 연기를 편집해놓은 영상이고, 댓글은 호구형의 연기를 향한 상찬으로 가득차 있다. 호구형 정석우를 연기한 배우는 최홍일(60)이다. 최근 그를 만났다. 최홍일은 '카지노'에서 그의 연기를 두고 나오는 반응에 대해 "40년 연기 인생을 모두 보상받은 것 같은 기분"이라고 했다.

"제가 연극을 하면서는 상을 받은 적이 있긴 해요.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로 상을 받은 적은 없었죠. 그런데 이번에 호구형에 대한 시청자 댓글을 보면서 정말이지 엄청난 상을 받은 기분입니다. 호구형을 좋아해준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는 생각 밖에 안 들어요. 최근에 아내와 산책하다가 제가 이런 얘길 했어요. 마치 화려한 시상식장에 다녀온 것 같다고요."

현재 호구라는 말을 듣고도 좋다고 말할 사람은 최홍일 한 명 뿐일 것이다. 그는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 정석우를 스스로 호구형이라고 부르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최홍일은 "호구형이라고 부르는 게 싫지 않다. 오히려 너무 좋다"고 말했다. 최홍일의 연기를 두고 가장 많이 나왔던 반응 중 하나는 최고의 호구 연기였다는 것. 한국 영화·드라마에서 '카지노'의 호구형 이전에 최고 호구는 '타짜'(2006)의 배우 권태원이 연기한 '호구'였다. "예림이 그 패 봐봐"라는 말로 유명한 바로 그 캐릭터다. 시청자는 이제 최고 호구는 '타짜'의 호구가 아니라 '카지노'의 호구라고 말한다. "제가 얼마 전에 공연 보러 갔다가 권태원씨를 봤어요. 큰 친분은 없지만 서로 오래 활동했으니까 알거든요. 제가 말은 안 했는데, 속으로 '내가 이겼다'고 생각했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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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홍일, 배우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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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홍일은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으로 "이번 작품으로 정말 좋은 배우를 알게 됐다"를 꼽았다. "그동안 제가 가진 걸 정말 박박 긁어가며 연기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연기를 열심히 했더니 누군가에게 위안도 되고 기쁨도 된다는 걸 새삼 깨달았어요. 댓글 써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해요. 제가 조금 교만하게 말씀드리자면, 제가 그래도 열심히 살긴 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좋아요."

최홍일이 이처럼 크게 주목받은 건 결국 연기력 덕분이다. 최홍일은 정석우라는 캐릭터의 심리 변화를 세밀하게 표현했다. 도박에 빠진 뒤 느끼게 되는 감정이라고 할 수 있는 환희·좌절·분노·허무 등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한 인물 뿐만 아니라 극 전체를 풍성하게 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카지노'는 최민식의 드라마이지만 최홍일이 최민식과 함께 등장할 때만큼은 호구형과 차무식의 드라마처럼 보인다. '최민식에도 밀리지 않는 연기'라는 건 아마도 이런 의미일 것이다. 최홍일은 "내가 가장 존경하는 배우인 최민식씨와 함께 연기했고, 거기에 좋은 대본이 있어서 괜찮은 연기가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최홍일은 정석우를 꽤나 집요하게 연구했다. 도박을 직접 체험해볼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도박 중독자가 나오는 온갖 영상을 보면서 그들의 심리를 상상했다. 각종 인터뷰 기사를 찾아보고 그들을 이해해보려고 했다. 촬영을 위해 필리핀에 가서는 시간이 있을 때마다 호텔 1층에 있는 카지노에 가 하루종일 돌아다니며 도박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했다. 그들의 손동작이나 걸음걸이에서 힌트를 얻기도 했다. "아마 직원들이 이상하게 생각했을 거예요. 게임은 안 하고 돌아다니기만 하니까. 제가 아직도 바카라 룰을 정확히 몰라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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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를 통해 배우 최홍일을 처음 알게 된 시청자가 대부분이겠지만, 그는 1980년대 초부터 활동한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연극이 좋아서 공연만 하다가 그래도 먹고 살아야 해서 1980년대 후반 1990년대 초부터는 영화·드라마에도 얼굴을 비췄다. 그가 출연한 작품 목록엔 수십편의 드라마, 수십편의 영화가 올라가 있다. 연기가 좋아서 평생 연기 외에 다른 일을 하지 않았다. "저는 저를 알아요. 글쎄요, 전 어릴 때부터 스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던 것 같아요. 무의식 중에 제가 스타가 될 만한 자질과 능력까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나봐요. 그래도 연기를 정말 잘하고 싶었어요. 연기 잘하는 게 제 인생의 화두였습니다. 지금도 더 잘하고 싶어요." 그러면서 최홍일은 다시 한 번 호구형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연기를 정말 잘하고 싶었는데, 이번에 연기를 잘한다고 해주니까 너무 감사하다"는 얘기였다.

최홍일은 앞으로도 주어진 역할을 최대한 잘 연기하며 살아가고 싶다고 했다. 그는 배우인 자신이 마치 광부 같다는 말을 했다. 어두운 땅 밑을 계속 파고 들어가면서 보석을 발견하게 되는 일 같다는 얘기였다. 계속 파 내려가다 보면 동(銅)을 만날 때도 있고, 은(銀)을 갖게 될 때도 있고, 금(金)을 얻게 될 떄도 있다고 했다. "제가 아직 다이아몬드는 못 만나본 것 같아요. 그래도 호구형은 저한테 금인 것 같아요." 최홍일의 차기작은 신연식 감독의 드라마 '삼식이 삼촌'이다. 이 작품에선 배우 송강호와 호흡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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