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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더 노골화된 일본의 역사왜곡, 관계개선 진정성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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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더 노골화된 일본의 역사왜곡, 관계개선 진정성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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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일본 초등교과서 한국사·독도 기술 내용 변화(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일본 초등학생이 내년도부터 사용할 사회 교과서에서 일제강점기 조선인 징병에 관한 기술이 강제성을 희석하는 방향으로 변경됐다는 사실이 28일 확인됐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이날 교과서 검정심의회를 열어 초등학교에서 2024년도부터 쓰일 교과서 149종이 심사를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가 이중 초등학교 3∼6학년이 사용할 사회 교과서 12종과 3∼6학년이 함께 보는 지도 교과서 2종을 분석한 결과, 징병 관련 기술에서 '지원'을 추가해 강제성이 약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0eun@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그래픽] 일본 초등교과서 한국사·독도 기술 내용 변화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일본 초등학생이 내년도부터 사용할 사회 교과서에서 일제강점기 조선인 징병에 관한 기술이 강제성을 희석하는 방향으로 변경됐다는 사실이 28일 확인됐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이날 교과서 검정심의회를 열어 초등학교에서 2024년도부터 쓰일 교과서 149종이 심사를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가 이중 초등학교 3∼6학년이 사용할 사회 교과서 12종과 3∼6학년이 함께 보는 지도 교과서 2종을 분석한 결과, 징병 관련 기술에서 '지원'을 추가해 강제성이 약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0eun@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서울=연합뉴스) 일본 초등학생들이 내년부터 사용할 새 사회 교과서에서 한일관계 역사를 다룬 대목이 상당 부분 왜곡되거나 삭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 심의를 통과한 여러 초등학교 교과서를 보면 임진왜란부터 일제강점기까지의 역사 기술이 일본 우익세력의 주장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2014년 아베 신조 정권이 근현대사에 관한 교과서 검정 기준을 정부 견해에 따르도록 강제한 이후 전체 교과서가 '독도는 일본 영토'라고 기술하는 등 퇴행적 행태를 보여왔는데, 올해 역사 왜곡의 정도가 심화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일본의 과거사 왜곡과 우리 정부의 항의 표시는 늘 있는 일이지만, 이번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전면적인 관계복원에 합의한 뒤에 벌어진 일이라 매우 유감스럽다. 윤 대통령은 우리 대통령으로는 12년 만의 정상 양자 방일에 나서 '제3자 변제'라는 강제동원 배상 해법을 제시하며 일본에 손을 내밀었다. 윤 대통령의 대승적 양보로 돌아온 것이 일본의 과거사 개악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일본의 새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대목은 일제 징용의 강제성을 흐리거나 애써 부인하는 듯한 부분이다. 일본 초등학생 절반 이상이 사용하는 도쿄서적 발간 교과서를 보면 '조선인이 강제로 끌려왔다'는 표현이 '강제적으로 동원됐다'로, '조선인이 일본군 병사로서 징병됐다'는 표현이 '일본군에 병사로 참가하게 됐다'로 바뀌었다. '병사가 된 조선의 젊은이들'이 '지원해서 병사가 된 조선의 젊은이들'로 수정됐다. 우리 청년들이 일제 강압에 의해 학도병, 근로정신대로 끌려간 것을 마치 일본군에 자원입대한 것처럼 교묘하게 고친 것이다. 이런 주장은 일제 강점과 수탈이 정당하다는 일본 우익의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일본은 지난 2021년 각의에서 '강제 연행, 강제 노동 같은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는 국회 답변서를 채택하더니 지난해에는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강제 연행'을 '동원'으로 대체했고,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최근 국회에서 '강제 동원'이란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새 교과서에서 드러난 더 심각한 문제는 역사왜곡이 일제시대에 국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본문교출판 교과서에선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넣었다 등의 헛소문이 유포돼 많은 조선인이 살해됐다'는 1923년 관동대지진 관련 칼럼이 통째로 사라졌고 임진왜란 관련 기술에선 '조선의 국토가 황폐해지고 많은 조선인이 희생됐다'는 대목이 삭제됐다. 독도에 대한 표현은 더 후퇴했다. '일본의 영토'가 '일본 고유의 영토'로, '한국에 점거돼'가 '한국에 불법 점거돼'로, '한국이 불법 점령'이 '70년 정도 전부터 한국이 불법 점령'으로 바뀌었다. 일본은 이러고도 관계개선을 말할 수 있는가.

한일 양국 정상이 관계정상화에 합의하고 돌아선 지 보름도 채 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한미일 3국의 북핵 공조가 당면 과제가 된 안보 현실 앞에서 국민 여론 악화를 감수하고서 강제동원 해법에 대한 불가역적 조치를 약속하고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정상화까지 묶어 일본이 원하는 방향으로 관계개선을 주도하고 나섰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호응 조치는 고사하고 퇴행적 교과서 검정 결과를 내놓음으로써 관계 정상화의 진정성을 의심받게 됐다. 과거사 왜곡, 특히 독도를 자기들의 고유 영토라고 쐐기를 박는 일본 정부의 태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문제다. 우리 정부는 연례행사처럼 일본에 유감 표명으로 끝낼 게 아니라 시정 조치를 강력하고도 구체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일본은 양국 간 미래지향적인 관계 구축을 강조하고 있지만,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올바른 역사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그 대전제가 돼야 한다는 점을 유념하기 바란다. 일본은 한국을 향해 '언제까지 사과해야 하느냐'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그보다 '언제까지 왜곡할 것인가'라는 우리의 질문에 먼저 답을 내놓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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