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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FA 극적 잔류, 정찬헌은 절실했고 키움은 진심을 악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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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을 굳혔던 정찬헌과 키움이 다시 손을 잡았다.

정찬헌의 진심이 키움 구단의 마음을 흔들며 극적인 잔류 계약이 이뤄질 수 있게 됐다.

정찬헌은 야구를 더 하기 위해 그 누구보다 절실한 마음을 갖고 있었고 그런 각오라면 팀에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키움 구단이 내리며 계약에 이를 수 있었다.

매일경제

정찬헌이 키움과 FA 계약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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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는 27일 “이날 오전 서울 고척스카이돔 구단 사무실에서 FA 정찬헌(33)과 계약기간 2년, 계약금 2억 원, 연봉 2억 원, 옵션 최대 2억6000만 원 등 총액 8억 6000만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라고 전했다.

정찬헌은 광주제일고를 졸업한 후 2008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전체 1번)에서 LG 트윈스에 지명받아 프로 첫해부터 1군에서 활약했다.

2021시즌 중 트레이드를 통해 키움 유니폼을 입은 정찬헌은 그해 11경기에 출전해 3승 3패 평균자책점 3.99를 기록하며 시즌 후반 마운드에 힘을 보탰다. 2022시즌에는 20경기에 출전해 5승 6패 평균자책점 5.36을 기록했다.

2022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취득한 정찬헌은 최근까지 소속팀을 찾지 못했지만 개인 훈련을 통해 몸을 만들어 왔고, 3월 초부터는 독립리그 성남 맥파이스에 합류해 실전 피칭을 소화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정찬헌은 “구단에서 많은 배려를 해주셔서 감사하다. 구단에서 기대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계약 소감을 전했다.

키움은 정찬헌 잔류를 사실상 포기한 상태였다. 제대로 된 협상도 없이 정찬헌을 풀어주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키움 외 구단에서도 정찬헌 영입에 별반 관심을 갖지 않았다.

계약이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은 정찬헌의 진심이 키움 구단에 전해진 뒤였다. 정찬헌 측이 몸값을 잔뜩 낮춘 최종 제안을 한 것이 실마리가 됐다.

정찬헌 측은 26일 키움 구단에 계약기간 2년에 계약금 1억5000만 원, 연봉 1억 원, 옵션 최대 1억 원을 제시했다.

정찬헌의 지난해 연봉은 2억8000만 원이었다. 몸값을 절반 이상 깎으면서까지 야구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었다.

키움 구단도 정찬헌의 절실함에 마음이 움직였다.

경주에서 열리고 있는 이마트배 전국 고교 야구 대회를 참관하고 있던 고형욱 키움 단장은 정찬헌 영입에 대한 내부 회의를 지시한 뒤 급하게 서울로 올라왔다.

키움 구단은 정찬헌이 제시한 금액보다 가치 있는 선수라는 결론을 내렸다. 정찬헌의 제안에 보너스를 얹어 더 큰 규모인 계약기간 2년에 계약금 2억 원, 연봉 2억 원, 옵션 최대 2억6000만 원 등 총액 8억6000만 원을 제시했다.

정찬헌 측은 두 번 생각하지 않고 키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사실상 결별했던 정찬헌과 키움이 다시 인연의 끈으로 맺어진 순간이었다.

고형욱 단장은 “정찬헌 측 제시안을 듣고 정찬헌이 진심으로 야구를 하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 것으로 해석했다. 애초에는 잔류시킬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정찬헌 측 마지막 제시안을 듣고 마음이 흔들렸다. 마지막으로 제안을 한 번 살펴봐 달라고 하더라. 야구 선배로서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정찬헌이 제시한 금액 보다 높은 금액에 계약하게 된 것은 구단에서 평가하는 정찬헌의 가치를 환산했기 때문이다. 내부 논의 결과 정찬헌 측이 제시한 수준의 선수는 아니라는 판단에 이르렀다. 어려운 시기를 거친 만큼 좀 더 야구에 절실해졌다고 생각했다. 그런 절실함이 좋은 야구를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찬헌이 인생에서 제일 어려운 시기를 겪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정찬헌이 이러한 시간을 밑바탕 삼아 선수단과 구단, 팬들이 같이 가고자 하는 길에 많은 힘이 되어 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키움은 선수의 절박함을 악용하려 들지 않았다.

진심을 확인하고 구단이 표할 수 있는 최선의 보답을 했다.

정찬헌의 절실함이 앞으로 키움에서 야구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계산했다.

정찬헌의 잔류는 정찬헌의 절실함이 만들어 낸 결과였다. 구단 역시 순수한 정찬헌의 마음을 악용하려 들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극적인 계약이 이뤄지게 됐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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