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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현지 시간) 미국 LA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사회자 지미 키멜과 함께 무대 위에 당나귀가 등장했다. 이날 무대에 등장한 당나귀는 작품상을 포함한 9개 부문에 수상 후보로 이름을 올린 '이니셰린의 밴시'(감독 마틴 맥도나)에 나온 당나귀 제니였다. 작품 속에서 제니는 파우릭(콜린 파렐)이 애지중지 키우는 가족이자 콜름(브렌단 글리슨)과의 싸움에서 부수적으로 희생당하게 되는 동물이다.
하지만 해맑았던 시상식 분위기와 달리 시상식이 끝난 직후 이를 지켜보던 시청자들 사이에 '당나귀 학대가 아니냐'는 의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동물에게 낯선 환경인 시상식 무대 위에 상업적인 목적만으로 끌려 나온 당나귀의 불안한 모습에 대한 불편한 감정이 폭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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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지난 14일(현지 시간) 미국 매체 뉴욕 타임즈의 보도에 따르면 시상식 직후 무대에 등장한 당나귀가 사실 작품 속에 등장한 당나귀가 아닌, 단지 무대의 이벤트를 위해 데려왔다는 사실이 전해졌고 이에 대해 '이니셰린의 밴시' 감독인 마틴 맥도나는 시상식 백스테이지에서 "제니가 아니었다. 우리는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게 놔두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언급하며 논란에 더욱 불을 지폈다.
지미 키멜은 자신이 호스트를 맡은 ABC 방송국의 '지미 키멜 라이브!(Jimmy Kimmel Live!)'에서 관련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당나귀가 실제 '이니셰린의 밴시'에서 제니 역을 맡은 당나귀가 아님을 인정하고 "진짜 당나귀를 보지 못해 화가 난 사람에게 매우 유감이다. 아카데미를 대신해 사과드린다. 다시는 그럴 일이 없을 것이다"라고 사과했으나, "아일랜드에서 당나귀를 데려오는 것이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생각해 LA에서 당나귀를 고용했다. 입술 필러와 보형물을 보고 눈치챘을 수도 있다"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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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카데미 시상식 관련 영화들 중 동물권을 바라보는 할리우드의 이중적인 태도가 공론화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제95회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수상한 '아바타: 물의 길' 감독인 제임스 카메론과 주요 출연진은 지난해 12월 10일(현지 시간) 일본 도쿄 맥셀 아쿠아파크 시나가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주최 측이 마련한 돌고래 쇼를 보며 환호해 빈축을 샀다.
이날 행사에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박수를 치며 돌고래 쇼를 본 소감에 대해 "그들의 지성, 사회성, 인간과 소통하는 능력을 사랑한다. 돌고래들 모두에게 이 쇼에 출연하는 것을 허락받았을 것이라 확신한다. 나도 이 쇼에 참여해 돌고래를 타고 싶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아바타: 물의 길' 자체가 해양 생태계 보전에 관해 강조하고 고래 포획 산업의 불법성과 잔혹성에 대해 꼬집는 작품이었던 만큼 감독과 출연진을 향한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돌고래 쇼 자체가 돌고래 학살 및 포획 문제와 깊은 연관이 있는 만큼 논란이 전 세계적으로 퍼지자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더 코브'의 감독 루이 시호요스를 비롯한 해양동물인권 활동가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사과하며 "이벤트 전 돌고래 쇼에 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우리가 조명 아래로 걸어나왔을 때 팬들은 이미 환호하고 있었다"며 그날의 행동에 대해 변명하기 급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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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에서 개봉했던 '놉'(감독 조던 필)은 할리우드에서 이용되는 동물들에 대한 진실을 드러낸 작품이었다. 동물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스태프들이 상업적인 목적을 위해 침팬지 고디를 무대 위에 세우고, 또 다른 생명체를 자신의 발밑에 두고 길들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할리우드 영화계의 오만을 그대로 직시했다. 더불어 인간들의 의지로 만든 '쇼'의 한 가운데로 동물들을 몬 이들의 결말은 그저 참혹할 뿐이었다. 이러한 결말이 실제로 실현되지 않으려면 할리우드 영화계는 바뀌어야만 한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선하다'라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사랑하는 것과 전시하는 것은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동물을 사랑하는 척하며 그저 미술 소품처럼 취급하고, 홍보를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은 '위선자'라는 비난을 들어도 싼 행위다. 그러니 흉내만 내는 동물권 보호가 아닌, 이중성으로부터 태어나는 이러한 사건들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동물권을 바라보는 전반적인 가치관을 직시해야 할 때다.
정지은 기자 je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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