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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거칠게 '신나라' 불매하는 팬덤, 그걸 조용히 지켜보는 기획사? [Ms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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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스포츠

사진=아이브 ⓒ문화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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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스포츠 정승민 인턴기자) '나는 신이다'를 연출한 조성현 PD가 흡족해할 만한 소식이 가요계에서 들려오고 있다.

지난 20일 아이브 공식 팬카페에서는 내달 10일 발매하는 아이브 정규 1집 'I've IVE' 예약 판매 소식을 공지했다. 보통 예약 판매 공지에는 구매 유도를 위해 핫트랙스, 알라딘 등 판매처별 링크를 기재하는데, 이번에는 '나는 신이다'에서 아가동산의 주 수입원이라 지목한 신나라레코드를 제외해 이목을 끌었다.

아이브뿐만 아니라 케플러, 에이핑크, 블랙핑크 지수, 이채연 등 컴백을 앞두고 앨범 예약 판매를 시작한 아티스트들 또한 신나라레코드 판매처 링크 지우기에 나섰다.

하지만 신나라레코드에서는 여전히 이들의 앨범을 판매하고 있고, 판매처 단독 특전 굿즈를 증정하는 앨범도 존재한다. 즉, 기획사들은 조용히 신나라레코드의 이름표만 지웠을 뿐 연결고리를 완전히 끊어낸 것은 아니다.

앨범은 아티스트가 공들여 부른 노래로 기획사가 제작하겠지만, 유통과 판매는 유통사가 판매처에 음반을 제공하며 실질적으로 담당한다. 최근 팬들이 신나라레코드를 향해 자체적으로 불매하겠다 나서고 있고, 앞서 언급했듯 기획사도 조용히 그들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 유통사도 분명 이를 인지하고 있겠지만, '공정'을 강조하는 시대에서 신나라레코드만 콕 집어 손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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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앞서 JMS와 아가동산 등을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는 곳곳에 숨어있는 JMS 신도를 색출하겠다는 사회적 움직임을 만들 정도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이번에는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으로 위기에 처했던 아가동산 에피소드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나는 신이다'에 따르면 아가동산은 '예수는 아가이며 자신이 곧 아가다'라는 교리로 자신을 신격화한 김기순의 신흥 종교다. 이 교리를 따르는 신도들과 함께 '협업마을'이라 칭하는 공동체를 만들어 그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아동을 학대한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샀다.

JMS와 아가동산은 지난 80~90년대 언론에서도 보도했듯 이번에 처음 다루는 내용이 아니고, 단지 화제에 오르다 묻혔을 뿐이다.

지난 2016년에도 아가동산 관련 내용을 인지하고 신나라 레코드를 불매하겠다는 온라인 커뮤니티 글이 있었다. 하지만 약 7년이 지난 지금도 '신나라 불매'가 다시 회자하는 걸 보면 당시 아는 사람만 알고 조용히 묻힌 것으로 보인다.

듣지도 않는 앨범 사는 이유...'팬 사인회'와 '특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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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나라레코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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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복고 열풍으로 LP를 통해 노래를 감상하는 사람도 많아졌다지만, 현실적으로 멜론이나 유튜브 뮤직 등으로 음악을 감상하는 경우가 많다. 음악방송 '쇼! 음악중심'에서 음반 점수(10%)보다 음원 점수(50%)의 비중이 훨씬 큰 것도 이를 방증한다. 이렇듯 굳이 음반을 구매해 CD 플레이어로 듣는 사람은 '마니아'가 되는 추세다.

그렇다면 듣지도 않는 음반 수요는 왜 생겨나는 것일까? 아티스트의 컴백 전후에는 특정 음반 판매처에서 팬 사인회를 개최한다는 공지가 올라온다. 이에 팬들은 CD로 음악을 듣는다고 치더라도 이런 용도라면 하나만 있으면 되는 앨범을 수 장, 열정적이면 수백 장까지 구매해 팬 사인회 응모에 나선다.

한 장에 수만 원가량 하는 앨범을 팬 사인회에서는 단기간에 많은 물량을 판매할 수 있다. 즉, 비유하자면 게임에서 일정 기간 이득이 되는 특정 효과를 더 주며 유저들의 접속을 유도하는 '피버 타임'인 셈이다.

신나라레코드 또한 팬 사인회를 주최하는 음반 판매처 중 하나다. 신나라레코드에서 팬 사인회를 열면 팬들은 응모를 위해 신나라레코드로 향한다.

기획사가 '팬싸' 안 하겠다면 그만이지만...중소 기획사는 곤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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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나라레코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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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런 특전 행사는 판매처와 유통사가 기획사에 제안하고, 기획사가 이를 수락하면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신나라 특전 굿즈나 팬 사인회 등은 소속사의 허가 없이는 불가능한 구조이고, 선택권은 소속사의 재량인 셈이다.

하지만 끈을 끊을 수 있는 칼이 쥐어졌다 해도 함부로 휘두를 수 없는 중소 기획사도 있다. 앨범 판매량은 곧 수익이고, 대형 기획사처럼 많은 충성 고객을 보유하지 않은 중소 기획사가 단기간에 많은 판매량을 올릴 수 있는 팬 사인회를 거절하는 건 돈 벌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는 꼴이다.

단독 굿즈 증정이나 팬 사인회 같은 특전 행사가 앨범 판매량에 미치는 영향이 결코 적지 않기 때문에 중소 기획사는 곤란할 수 있다. 같은 물건을 사도 덤으로 하나 더 얹어주겠다는 판매처를 소비자는 안 갈 이유가 없고, 사업자 입장에서는 많을수록 좋은 판매처를 손절하는 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기획사의 움직임에서 소비자이자 시장의 왕인 팬들은 저마다 '신나라 손절'에 나서며 자체적으로 불매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신나라레코드 직원이 모두 '아가동산' 신도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결국 '아가동산'과 관련 없는 신나라레코드 직원들은 피해를 보게 됐다.

기획사도 역시 회사인 만큼 금전적인 부분과 신뢰가 오가는 계약이 걸린 부분이기 때문에 공지에서 신나라 판매처 링크를 지우는 암묵적인 방법으로 팬들에게 그들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결국 특전 진행 여부를 선택할 권리는 기획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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