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세화, 가는 길' |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슬프거나 화가 났을 때, 지쳤거나 공허할 때 우리의 마음을 가장 손쉽게 달래는 것은 맛있는 음식이다.
그 가운데서도 고요한 절에서 먹는 심심하고 건강한 맛의 사찰음식은 남다른 위로를 건넨다.
웹툰 '세화, 가는 길'은 세화사라는 절의 사찰음식을 중심으로 이를 만들고 먹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남자친구의 흔적을 지우지 못하는 직장인 세화, 10년간 아이돌 연습생 생활을 했지만 끝내 데뷔하지 못 한 보미, 뜬 소문에 시달리다가 식당을 접은 앤드류 박 등 제각기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는 인물들이 세화사를 찾는다.
세화사는 이렇게 찾아온 사람들에게 매 끼니 음식을 대접하고, 대신 사찰 부엌인 공양간의 일손을 도와달라고 한다.
공양간을 진두지휘하는 공 보살 할머니와 어설픈 보조인 동주스님, 손이 큰 주지 스님 그리고 각양각색의 사연을 가진 보살·처사들이 동지에는 팥죽, 봄이 오면 냉잇국, 화혼식(결혼식)에 나오는 잔치국수, 제사로 남은 절편을 잘라 만든 떡볶이 등 다양한 요리를 함께 만든다.
고기와 생선은 물론 파·마늘·달래·부추·흥거(무릇) 등 자극적인 채소인 오신채(五辛菜)도 쓰지 않았지만, 등장인물들의 사연이 섞이면서 더없이 맛깔스러운 음식이 된다.
웹툰 '세화, 가는 길' |
세화사는 상처받은 이들의 사연을 세심히 들어주고 조언하는 대신 따뜻한 음식과 단순한 노동, 침묵으로 이들을 위로한다.
절에 살면서 슬픈 사람이 있으면 슬며시 다가와 주는 고양이 보리와 화난 사람이 있으면 대신 화를 내주는 고양이 타리도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해준다.
이 웹툰은 사찰음식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달고 매운 자극적인 맛이 없어 밋밋한 듯 보이지만 읽다 보면 마음 한쪽이 따뜻해진다.
승려들이 공양하기 전에 "이 음식들이 어디에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는 받기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삼아 깨달음을 이루고자 이 음식을 받습니다"라고 외는 글귀처럼 매화 새로운 음식과 인물들의 사연을 통해 독자 또한 깨달음에 다가서는 듯하다.
이 웹툰은 1993년 '마네킨'으로 데뷔해 '자오선을 지나다', '그녀들의 크리스마스', '일루전' 등을 그린 한혜연 작가가 그렸다.
작품은 카카오웹툰·카카오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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