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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우승 엔딩 맞이한 일본의 여정…아직 끝나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 [WBC 에필로그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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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엑스포츠뉴스 박윤서 기자)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주인공은 일본이었다. 일본이 통산 3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14년 만에 왕좌를 탈환했다. 이로써 야구 대축제는 일본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아직 사무라이 재팬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일본이 펼친 여정은 마치 만화 같았다. 시작은 순조로웠다. 본선 1라운드 B조에서 가장 강력한 전력으로 평가받았던 일본은 4전 전승을 기록, 조 1위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일본의 퍼포먼스는 가히 압도적이었다. 한국전에서 다르빗슈 유가 주춤했지만 오타니 쇼헤이, 사사키 로키, 야마모토 요시노부로 구성된 선발진이 위력을 발휘했고 불펜 마운드 역시 견고했다. 4경기에서 실점은 단 8점.

타선 또한 오타니를 필두로 요사다 마사타카, 라스 눗바, 곤도 겐스케 등이 펄펄 날며 총 38점을 뽑았다. 투타 밸런스는 완벽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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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강전도 일본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탈리아를 상대로 초반부터 4점을 뽑으며 기선을 제압했고 경기 내내 리드 사수에 성공, 무난히 4강행 티켓을 따냈다.

일본은 4강전에서 극적인 시나리오를 연출했다. 멕시코와 7회까지 3-3으로 팽팽히 맞선 일본은 8회초 2점을 헌납하며 궁지에 몰렸다. 8회말 1점을 만회했으나 동점에 다다르지 못했다. 일본에게 주어진 기회는 단 한 번뿐이었다.

일본은 기적을 만들었다. 9회말 선두타자 오타니가 우중간 2루타를 치며 물꼬를 텄다. 오타니는 주루 도중 헬멧을 벗어 던지며 전력 질주를 펼치는 투지를 보였다. 무사 1, 2루에서 타율 0.190에 허덕이던 무라카미 무네타카가 등장했다. 일본은 강공을 택했고, 무라카미는 2타점 2루타를 터트리며 극적인 역전 시나리오를 연출했다.

결승은 최고의 빅매치였다. 'WBC 최다 우승팀' 일본과 '야구 종가' 미국이 격돌했다. 일본은 무라카미의 홈런포와 투수진의 릴레이 호투에 힘입어 7회까지 3-1로 앞섰다. 8회 다르빗슈가 구원 등판했다. 다르빗슈는 카일 슈와버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했지만, 리드를 빼앗기지 않았다.

일본은 9회 오타니 카드를 꺼냈다. 아웃카운트 2개를 잡으며 우승이 눈앞에 다가온 순간. 오타니는 마이크 트라웃가 마주했다. 영화 속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오타니와 트라웃의 '꿈의 대결'이 성사됐다.

마지막에 웃는 자는 오타니였다. 풀카운트 접전 끝에 트라웃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며 마침표를 찍었다. 오타니는 모자와 글러브를 집어 던지며 포효했고 동료들과 기쁨을 만끽했다. 일본의 만화 야구가 해피 엔딩을 맞이하는 순간이었다.

WBC는 끝났지만, 일본 대표팀의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이다. 'MLB.com'은 2023 WBC 명장면 10개를 뽑았고, 오타니와 트라웃의 맞대결을 1위로 선정했다. 매체는 "WBC 결승전을 위해 이보다 더 나은 매치업 대본을 작성할 순 없을 것이다. 오타니가 역사적인 맞대결에서 트라웃을 이겼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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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빗슈와 무라카미의 시선은 벌써 다음 WBC 대회를 향해있다. 대회가 끝난 후 오타니는 다르빗슈에게 차기 대회에서도 함께 우승에 도전하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에 다르빗슈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회를 돌아본 무라카미는 "목표를 더 높게 설정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면서 "2026년 대회에서는 모든 경기에 4번타자로 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일본은 대회가 끝나자마자 발 빠르게 차기 사령탑 인선을 준비한다.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은 우승 대업을 이뤘으나 계약 만료와 함께 지휘봉을 내려놓는다.

구리야마 감독은 "감독 임기가 끝났고 이제는 직함이 없다. 이번에 입은 유니폼이 마지막이라 생각한다"라며 감독직에서 물러날 의향을 드러냈다.

일본 매체들에 따르면 구리야마 감독의 후임으로 구도 기미야스 전 소프트뱅크 감독, 다카하시 요시노부 전 요미우리 감독, 후루타 아쓰야 전 야쿠르트 감독, 쓰지 하쓰히코 전 세이부 감독 등이 물망에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의 새 감독은 오는 11월에 열리는 제2회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부터 팀을 지휘한다.

WBC가 끝나도 일본 내 WBC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일본을 둘러싼 다채로운 소식들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USA투데이스포츠/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DB

박윤서 기자 okayby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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