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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단비 온 뒤, 5년 우승 가뭄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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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농구 우리은행, 5년만의 챔피언전 우승… 김단비 첫 MVP

조선일보

챔피언전 MVP 우리은행 김단비가 23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시상식에서 농구 골대 그물을 자르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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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우리은행이 부산 BNK를 꺾고 2022~2023시즌 여자 프로농구 챔피언에 올랐다. 5전3선승제 챔피언전에서 우리은행은 1·2차전에 이어 3차전에서도 BNK를 64대57로 이겼다. 정규 리그 1위였던 우리은행은 이로써 2017~2018시즌 이후 5년 만이자 통산 10번째 통합 우승을 일궈냈다. 챔피언전 우승은 11번째다.

23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이날 경기는 우리은행 간판 스타 김단비(33)가 12점 6도움, 베테랑 김정은(36)이 18점(3점 슛 5개), 박지현(23)이 17점 12리바운드를 올리며 이끌었다. 주장 박혜진(33)도 도움 6개를 기록하며 거들었다. 종료 버저가 울리자 우리은행 선수들은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코트에서 좀체 웃지 않는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도 눈시울을 붉히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우승 세리머니는 특별했다. 우리은행 선수들은 물총을 꺼내 감독을 향해 사정없이 쏘아댔다. 위 감독이 우산으로 막아보려 했지만 역부족.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뒤이어 선수들은 장난감 망치를 들고 위 감독을 내리쳤다. 온몸이 흠뻑 젖은 채 경기 후 인터뷰에 임한 위 감독은 “살다 살다 별일을 다 겪는다”면서도 “이런 (우승한) 자리에선 선수들이 즐겁다면 뭐든지 다 당할 준비가 돼 있다”고 즐거워했다. 그는 우리은행에서만 7번째 챔피언전 우승컵을 들었다. “5년 전 우승했던 기억을 잃어버려서 마치 처음으로 우승한 것 같다. 우승은 해도 해도 좋다”고 덧붙였다.

위 감독은 2012년 지휘봉을 잡은 이래 11년째 우리은행을 이끌고 있다. 농구계에서 ‘호랑이 감독’으로 유명하다. 선수들을 혹독하게 훈련시키고, 경기 중 작전 타임 때 선수들을 자주 혼낸다. 이번 챔피언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정규 리그가 끝난 뒤 비교적 나이가 많은 주전 선수들 체력을 고려해 휴식을 줬지만, 이내 훈련에 들어가면서는 선수들을 강하게 휘어잡으며 각오를 다졌다. 2차전에선 개인 기록은 좋았지만 팀플레이를 펼치지 않고 돌파를 시도하다 넘어진 가드 박지현에게 작전 타임에 “쇼하지 마”라고 질책하기도 했다. 위 감독은 “어린 선수가 무리하다가 다칠까 봐 진정시키려 했다”고 설명했다.

챔피언전 MVP(최우수 선수) 영예는 포워드 김단비에게 돌아갔다. 이번 시즌을 마치고 FA(자유계약선수)로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은 김단비는 팀의 정규 리그 1위를 이끌어 시즌 MVP를 받은 데 이어 챔피언전에서도 주인공이 됐다. 1차전 23점, 2차전 20점, 3차전 12점을 기록했다. 2007년 프로 데뷔한 그가 챔피언전 MVP로 뽑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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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결정전 MVP 우리은행 김단비. /송정헌 스포츠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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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5년 만에 팀을 옮기는 도전을 택한 김단비는 ‘이적했으니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에 시즌 내내 시달렸다고 한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떠오른 듯 “(FA 이적이) 잘못된 선택이 아니었을까 하고 많이 걱정하기도 했다”며 울먹였다. 그렇지만 “내가 이 팀에서 잘하고 있고, 즐겁다는 걸 보여줘야겠다고 다짐하며 이겨냈다. 팀을 옮긴 덕분에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위성우 감독은 이날 고참 김정은과 박혜진을 거론하면서 “팀의 중심을 잘 잡아줘서 고맙다(김정은). (발바닥을 다쳐) 몸 상태가 나쁜데도 선수단을 잘 이끌어줘 존경스러울 정도(박혜진)”라고 했다.

창단 후 첫 챔피언전에 나선 BNK는 내리 3번을 지며 첫 도전을 아쉽게 마쳤다. 박정은 BNK 감독은 “값진 경험을 했다”며 “지도자로서 처음으로 챔피언전에 나서다 보니 부족함을 스스로 많이 느꼈다. 다음 기회엔 더 나은 전술로 선수들이 덜 힘들 수 있도록 실력을 키우겠다”고 했다.

이날 남자 프로농구에선 2위 창원 LG가 9위 대구 한국가스공사를 83대79로 누르며 3위 서울 SK와 격차를 1경기로 벌렸다. 공동 7위 간 대결이었던 원주 DB와 수원 KT 경기에선 DB가 82대70으로 이겨 단독 7위에 자리했다.

/부산=김상윤 기자, 김민기 기자

[부산=김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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