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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음주운전 사고와 처벌

남의 반려견 하반신 마비시키고… 음주운전자 “치료비 못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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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 1월 26일 시흥시 정왕동 옥구공원 앞 삼거리에서 음주운전 차량 때문에 6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왼쪽). 이 사고로 차량 안에 타고 있던 반려견이 하반신 마비 상태가 됐다. /인스타그램 @imzeol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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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을 가족으로 맞아 사랑으로 키워가던 부부에게 날벼락 같은 사고가 일어났다. 지난 1월 남편 A씨와 반려견 ‘쩔미’는 차를 타고 산책을 나갔다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심하게 다쳤다. 이 사고로 A씨는 전치 48주의 중상을 입었고, 반려견은 하반신 마비 상태가 됐다. 임신한 아내 B씨가 남편과 쩔미의 치료, 앞으로의 생활비를 책임져야 하는 막막한 상황에서 가해자 측은 “강아지의 치료비는 줄 수 없다. 법이 그렇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한다. B씨는 “법이 그렇다쳐도 음주운전은 가해자가 했는데 왜 그 피해는 우리가 다 떠안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경기 시흥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월 26일 오후 10시 15분쯤 시흥시 정왕동 옥구공원 앞 삼거리에서 50대가 모는 G80 음주운전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마주오던 스포티지 차량을 들이받았다. 이어 스포티지 차량 주변 1~2차로에 있던 G70 승용차 등 4대가 추가로 부딪치면서 6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6명이 부상을 당했는데, 가장 피해가 심한 게 G70 운전자였다. 그게 바로 A씨였다. 사고 당시 음주운전자는 면허 취소 수준에 해당하는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내 B씨는 21일 쩔미의 사진을 올리던 인스타그램 계정에 두 달간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그는 “남편과 쩔미는 집 근처 넓은 공원으로 차를 타고 산책을 나갔다가 그 길에 큰 사고를 당했다”며 “이 사고로 남편은 왼쪽 갈비뼈 12대가 다 부러졌고, 장기에 동시다발적인 큰 충격을 받아 완전 절제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B씨는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며 “차량 뒷자리에 타고 있던 사랑하는 쩔미는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척추가 부러져 긴급 수술을 받았고, 큰 수술을 견뎌줬지만 여전히 뒷다리는 회복되지 않았다”고 했다. B씨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쩔미는 앞다리만으로 움직이며 뒷다리는 질질 끌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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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후 쩔미의 모습. /인스타그램 @imzeolmi


B씨는 “임신 안정기가 되자마자 쩔미를 퇴원시켜 열심히 간호 중”이라며 “남편은 계속 입원 중이다. 처음 크게 다쳤던 부위 말고도 다른 문제가 계속 발생해 적어도 1년간은 일도 못하고 계속 치료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곧 아이도 태어날 텐데, 생활비도 그렇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쩔미의 수술비와 치료비, 재활비는 저희에게 점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했다. 쩔미의 치료비만 현재 2900만원 정도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가해자의 보험사는 쩔미에 관한 치료비는 지불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한다. 민법상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는 ‘물건’으로, 보험금 산정에서도 대인이 아닌 ‘대물’ 배상이 이뤄진다. 대물배상 손해액 산정방법은 ‘수리비용’과 ‘교환가액’으로 나뉜다. 반려견을 교환한다는 건 A씨 부부에게는 적용할 수 없는 이야기이기에, 치료비는 ‘수리비용’으로 들어간다. 수리비는 얼마가 나오든 피해물 사고 직전 가액의 120%까지만 받을 수 있다. 반려견의 경우 사고 직전 가액의 기준은 ‘분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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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전 건강했던 쩔미의 모습. /인스타그램 @imzeol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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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쩔미가 ‘유기견’이라는 점이다. 분양비가 없는 유기견은 받을 수 있는 금액조차 없는 셈이다. B씨는 “가해자 보험사는 쩔미에 관한 치료비는 못주겠다며 소송을 하자고 한다”며 “법이 어떻든 간에,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으면 남의 인생 이렇게 망쳐놓고 나몰라라하면 안 되는거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쩔미는 유기견이었다. 누군가에게 버려졌고, 결국 우리 품으로 왔다”며 “처음 데려간 병원에서 안락사를 제안 받았고, 무슨 일이 있었던 저희는 쩔미를 포기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살아있어준 게 고맙고 앞으로도 재활에 아낌없는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B씨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태그를 덧붙였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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