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 웹툰 불법유통 대응 TF '피콕팀' 인터뷰
"독자가 정식 플랫폼에 돌아올 수 있게… 판이 뒤집힐 때까지 노력해야죠"
카카오엔터의 웹툰 불법유통 대응 TF '피콕팀' |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중국에서는 '숏츠'(짧은 영상) 플랫폼이 유행하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아예 컴퓨터 화면에 웹툰을 띄워놓고 스크롤을 내리면서 녹화한 뒤 동영상 플랫폼에 올리는 식으로 불법 유통하기도 해요."
22일 경기 성남시 판교 사옥에서 만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불법유통 대응 태스크포스(TF) 피콕팀 소속 제노, 제이나, 하니(모두 가명)는 점점 복잡하고 교묘해지는 해외에서의 웹툰 불법유통 수법을 이같이 설명했다.
이들은 신원이 드러날 경우 향후 잠입 조사에 어려움이 생길 것을 우려해 가명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전 세계적으로 웹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어둠의 경로로 유통되는 글로벌 불법 웹툰 시장의 규모도 커지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업계의 골칫거리로 자리 잡은 불법 웹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21년 담당 TF인 피콕팀을 만들었다.
이 팀은 영어권, 중화권, 인도네시아어권을 중심으로 불법 유통되는 웹툰들을 찾아내고,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에 따르면 국가나 언어권별로 좋아하는 웹툰 작품도, 유통되는 방식도 제각기 다르다.
최근 중화권에서는 틱톡의 유행에 힘입어 웹툰을 영상으로 녹화해 숏츠 플랫폼에서 공유하고, 인도네시아에서는 폐쇄적인 메신저 채널을 통해 알음알음 문서 파일로 불법 번역 웹툰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인도네시아어권을 담당하는 하니는 "인도네시아는 채팅 플랫폼이 활성화돼 있다"며 "텔레그램이나 디스코드에서 워드 또는 PDF 파일에 웹툰 한회차를 통째로 담아서 공유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엔터의 웹툰 불법유통 대응 TF '피콕팀' |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공유되는 불법 웹툰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잠입 조사가 필수다.
하니는 "텔레그램이나 디스코드 등 메신저에서 불법 웹툰 연계 채널을 공지하는 경우가 많다"며 "심사를 거쳐 이런 비공개 커뮤니티에 들어간 뒤 평범한 불법 웹툰 독자인 것처럼 '티키타카'(대화 주고받기)를 하면서 조금씩 채증한다"고 말했다.
중화권 단속을 맡은 제노도 "꾸준히 중국·대만의 주요 플랫폼을 돌아다니고 인터넷 유행이나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 같은 것을 공부해 외국인이라는 점이 티가 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팀을 이끄는 이호준 법무실장은 "문화적 기반이 없으면 그들(불법 웹툰 유통자)의 시험을 통과할 수 없다"며 "영화 '내부자들'처럼 내부자가 돼서 자료를 취합하고 저작권 침해로 신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폐쇄적인 커뮤니티에 안착하게 되면 본격적으로 불법 웹툰을 신고하고, 지속적인 경고를 통해 채널을 폐쇄한다.
인도네시아에서만 총 206개의 텔레그램 그룹을 폐쇄했고, 불법물 1만5천607건을 신고했다. 중화권에서는 작년 12월부터 올해 2월 사이에만 7만680건의 불법물을 차단했다.
아무래도 웹툰을 불법 공유하는 이들에게는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하니는 "이메일 주소가 (불법 유통) 채널 안에서 노출된 경우가 있어 비난 메시지를 많이 받은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호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법무실장 겸 글로벌불법유통대응 태스크포스(TF)장. |
꾸준히 불법 웹툰 유통 경로를 찾아내고 차단해 불법물을 손쉽게 보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 팀의 목표다.
이 실장은 "아무리 차단한다 해도 불법 웹툰을 완전히 막기는 어렵다"면서도 "최대한 불법 유통 웹툰을 찾기 어렵거나 귀찮게 만들고 노출 빈도를 낮춰야 독자가 정식 플랫폼에 돌아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저작권 의식이 부족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인식 개선 캠페인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웹툰 독자들 가운데서는 특정 웹툰을 좋아해서 이른바 '팬심'으로 불법 번역하고 퍼뜨리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캠페인을 담당하는 제이나는 "불법 웹툰 이용자들이 합법 이용의 옹호자로 바뀌어 응원의 목소리를 내는 경우도 있다"며 "웹툰 작가들에게도 뉴스레터를 통해 작품별 불법 공유 차단 성과를 알리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예전에는 우리나라도 음원을 불법으로 내려받아 MP3로 듣곤 했잖아요. 하지만 창작자와 협·단체, 정부의 노력이 맞물려 불법 유통이 어려워지다 보면 어느 순간 그 판이 뒤집힙니다. 웹툰도 그렇게 판이 바뀌는 시점까지 노력해야죠." (이호준)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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