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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끝내준 무라카미… 日, 9회말 대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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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에 6-5 짜릿한 승리… 14년 만에 결승 진출

‘돌풍’ 멕시코에 0-3 끌려가다가

7회 요시다 동점 3점포 기사회생

오타니 9회말 2루타 역전 발판

무라카미 그동안 타격침체 고전

절체절명 순간 끝내기 2루타 작렬

22일 미국과 야구 최강자 가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과 멕시코의 4강전이 열린 21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파크. 멕시코가 5-4로 앞선 9회말 마지막 공격에 나선 일본의 선두타자 오타니 쇼헤이(LA에인절스)가 멕시코 마무리 지오반니 가예고스(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상대로 중월 2루타로 포문을 열었다. 흔들린 가예고스는 7회 동점 3점 홈런을 때려낸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와 정면 승부를 하지 않고 볼넷을 내주며 1루를 채웠다.

요시다가 동점 주자가 될 수 있음에도 사실상 거른 이유는 후속타자가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스왈로스)였기 때문.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에서 56홈런을 때려내며 일본인 단일 시즌 역대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운 무라카미는 이번 WBC에서 큰 기대를 받으며 4번 타자로 기용됐으나 8강까지 최악의 부진을 보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17타수 4안타에 그치면서 이탈리아와의 8강전부터 타순은 5번으로 내려앉았다. 이날도 앞선 네 타석에서도 삼진만 3개를 당할 정도로 타격감이 최악이었다. 멕시코 벤치의 선택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였다.

세계일보

부활 일본 야구대표팀의 무라카미 무네타카가 21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2023 WBC 멕시코와의 준결승전에서 9회말 끝내기 2타점 2루타를 친 뒤 포효하고 있다. 마이애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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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고 했던가. 자존심이 상한 무라카미의 방망이는 드디어 이름값에 걸맞게 매섭게 돌았다. 볼카운트 1B-1S에서 가예고스의 공이 한가운데로 몰리자 무라카미는 이를 받아쳤고, 타구는 중앙 담장을 직격했다. 그 사이 발 빠른 오타니와 대주자 슈토 우쿄(소프트뱅크 호크스)가 홈을 밟으며 그대로 경기는 끝났다. 절체절명의 순간 터진 무라카미의 끝내기 2루타로 일본이 멕시코를 6-5로 누르고 결승에 올랐다. 2013, 2017 WBC에서 4강에서 푸에르토리코(1-3), 미국(1-2)에 밀려 결승 진출에 실패했던 일본은 2009년 이후 14년 만에 WBC 결승 무대에 오르게 됐다.

이날 경기는 본선 1라운드에서 미국을 꺾는 돌풍을 일으키며 WBC에서 사상 첫 4강 무대에 오른 멕시코가 도망가면 일본이 따라가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멕시코는 4회 최고 시속 164㎞의 빠른 공이 돋보이는 ‘영건’ 사사키 로키(치바 롯데)를 상대로 루이스 유리아스(밀워키 벅스)가 141㎞짜리 포크볼이 밋밋하게 들어온 것을 놓치지 않고 벼락같은 3점 홈런을 쳐내며 앞서 나갔다.

일본은 0-3으로 끌려가던 7회 요시다의 3점포로 동점을 이뤘다. 돌풍의 멕시코는 8회 곧바로 랜디 아로자레나(탬파베이 레이스), 알렉스 버두고(보스턴 레드삭스)의 연속 2루타와 이삭 파레데스(탬파베이 레이스)의 적시타로 2점을 따내며 승기를 굳히는 듯했지만, 9회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패배의 쓴잔을 마시고 말았다.

일본 대표팀을 이끄는 오타니는 이날 홈런은 때려내지 못했지만, 7회엔 볼넷을 골라내며 요시다의 동점포에 발판을 놓았고 9회에도 선두타자로 나서 2루타를 때려내는 등 4타수 2안타 1볼넷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오타니는 이번 WBC에서 투수로 2경기 2승 평균자책점 2.08, 타자로 타율 0.450(20타수 9안타), 1홈런, 8타점, 9득점을 기록 중이다. 일본이 우승을 차지한다면 대회 최우수선수(MVP)는 오타니가 따 놓은 당상이란 평가다.

일본은 22일 론디포파크에서 미국을 상대로 결승전을 치른다. 오타니는 4강전 직후 “최고의 무대에서, 최고의 상대를 만난다. 우선 즐기는 마음을 가지고 내일을 맞이할 것이고, 반드시 이기고 싶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오타니는 결승전에서 불펜 투수로도 나설 전망이다. 취재진이 결승에서 불펜 투수로도 등판할 예정인지 묻자 “그렇다. 일본 대표팀 모두가 몸이 가루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오늘처럼 첫 타석부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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