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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010 인데, 속았다” 010 번호로 걸려온 ‘보이스피싱’ 막는 신기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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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IST 김용대 교수, 보이스피싱 심박스 탐지 원천 기술 개발

헤럴드경제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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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매년 수천억 원에 달하는 피해를 양산하는 보이스피싱에는 불법 콜 중계기(심박스)가 주로 활용된다. 심박스는 인터넷 전화를 이동통신 전화로 바꿔주는 장비로 해외 보이스피싱 범죄가 국내 피해자에게 전화할 때 070이 아닌 010 번호로 전화를 가능하게 하는 발신번호 조작을 한다. 심박스를 탐지하기 위해 발신자, 통화 시간 및 위치 등 통화 정보를 이용하는 기술이 개발됐지만 이는 범죄가 일어난 후에 탐지가 가능하고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 한계로 지적된다.

카이스트(KAIST)는 전기및전자공학부 김용대 교수 연구팀이 이동통신사가 보이스피싱에 사용되는 심박스를 식별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현재 이동통신사들은 단말기 구분 및 단말 기종의 식별을 위해 모든 단말에 부여된 고유한 15자리 숫자인 단말기고유식별번호(이하 IMEI)를 사용한다. IMEI는 이동통신망에서 단말 기종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되는 8자리 숫자인 TAC(Type Allocation Code, 타입 할당 코드)를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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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박스를 사용하는 보이스피싱 개요.[KA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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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술의 특징은 일반적인 단말뿐 아니라 악의적인 목적을 가진 다른 기종의 TAC로 변조한 단말들도 이동통신망에서 그 기종을 식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은 현재 보이스피싱에 악용되고 있는 심박스를 탐지하기에 유용하다. 심박스는 IMEI 변조 기능을 지원하기 때문에 이동통신사가 심박스를 휴대전화로 오분류하도록 만들 수 있는데, 기존과 같이 TAC만을 이용해서는 이러한 심박스들을 탐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기술은 단말 기종 식별을 위해 TAC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심박스가 이를 변조해 이동통신망에 접속하더라도 효과적으로 식별할 수 있다.

휴대전화와 심박스는 개발 과정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퀄컴, 삼성 같은 이동통신 칩 개발사는 매년 새로운 기능을 갖는 최신 사양의 칩셋을 제작하고, 이는 최신 휴대전화 제작에 사용된다. 반면 심박스의 경우 전화 기능을 위주로 한 장비이기 때문에, 비교적 저사양의 칩셋을 사용한다.

또한 일반적으로 휴대전화 제조사들은 심박스 제조사들과 달리 칩셋에 존재하는 다양한 기능들을 단말기에 구현한다. 이러한 개발 과정의 차이는 곧 휴대전화와 심박스가 지원하는 기능들의 차이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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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대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KA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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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에서는 이러한 단말들의 기능 정보들을 기기별 고유정보로 이용해 단말 기종을 분류했다. 시험 결과, 100여 종의 휴대전화 모델들이 잘 구분되는 것을 확인했고, 나아가 휴대전화와 심박스 또한 명확히 구분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보안 관련 학회인 ‘NDSS(Network and Distributed System Security)’ 심포지움 2023에 채택됐다.

김용대 교수는 “합법적으로 심박스를 사용하는 사업 또한 존재하며 이동통신사에서 심박스를 탐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중 불법적으로 이용되는 심박스를 골라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이 기술을 효과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심박스 등록제가 필요한데 보이스피싱 목적이 아닌 합법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심박스들은 사업 목적에 대해 등록을 하면 되고 그렇지 않은 심박스는 미등록 심박스이므로 적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현재 보이스피싱 피해 방지를 위해 이동통신사와 협력을 통해 기술 검증에 나선 상태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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