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게 내 탓' 이강철 감독, 혹사 논란엔 반박...그사이 사라진 대표팀[SS현장속으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했던 야구 국가대표팀의 김현수(왼쪽)와 정우영이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에서 귀국하고 있다. 2023. 3. 14. 인천국제공항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인천공항=김민규기자]“죄송하다는 말밖에 없습니다.”

최소한의 예의도 없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야구대표팀은 최고의 선수들을 선발했음에도 1라운드 탈락이란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탈락 확정에도 끝까지 응원의 목소리를 높인 국민들께 진심을 담은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태극전사들의 마지막 모습은 최소한의 예의도 존중도 없었다. 사령탑만이 홀로 남아 거듭 고개 숙였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WBC 대표팀이 14일 오후 일본 나리타 국제공항을 출발해 5시30분경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로 귀국했다. 올해 최악의 경기력을 보인 한국대표팀의 최종 성적은 2승2패 B조 3위 1라운드 탈락. 여기에 WBC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고배를 마시며 충격적인 결과를 만들었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했던 야구 국가대표팀의 이강철 감독이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에서 입국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 3. 14. 인천국제공항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그래서였을까.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WBC 한국대표팀 선수들은 인사는커녕 고개를 숙인 채 빠르게 공항을 빠져나가기 바빴다. 취재진을 비롯해 수십 명의 팬들이 모여 있었지만 공항을 벗어나기 급급했다. 이강철 감독만이 입국장을 나와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했다. 이 감독은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말밖에 없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귀국 전 어떤 생각으로 이번 대회를 정리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아무 생각이 안 나더라. 선수들은 정말 준비도 잘했고 연습도 많이 했다. 정말 잘했기 때문에 나한테 모든 비난을 해주기 바란다. 내가 부족해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으니 선수들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고 내게 다 해 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다 잘했는데 자신의 기량을 발휘 못한 점은 아쉽다. 소형준, 이의리 등 젊은 선수들이 자기 공만 던졌어도 우리가 충분히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 나도 아쉽지만 그 선수들도 많이 아쉬울 것”이라며 “다가오는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를 통해서 지속적인 경험을 쌓다보면 자신의 기량을 훨씬 더 발휘할 것이다. 좀 더 기다려주시면 젊은 선수들이 잘 성장해서 (다른 국제대회에서)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고 선수들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했던 야구 국가대표팀의 강백호가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에서 입국하고 있다. 2023. 3. 14. 인천국제공항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말없이 빠르게 빠져나간 선수들을 대신해 홀로 고개를 숙인 이강철 감독. 그는 인터뷰 내내 자신의 역량부족을 탓하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이 감독은 “대회를 준비하는 동안 선수들은 몸을 빨리 만들려고 정말 역대급으로 많은 연습을 했다. 이제 시즌도 치러야 하고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도 있다. 선수들에게 좋은 얘기, 응원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다만, 이번 WBC에서 일부 선수들의 혹사 논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한국시리즈 때 투수 몇 명을 쓰는지 알아보고 말 좀 해 달라”고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며 급히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WBC 한국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2009년 이후 14년만의 4강 진출을 목표로 내걸었으나 1라운드 탈락의 쓴맛을 봤다.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호주(7-8)에게 덜미를 잡힌 데 이어 ‘숙적’ 일본(4-13)에 치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연패 후 체코(7-3)와 중국(22-2)에 승리하며 체면은 살렸지만 3회 연속 WBC 1라운드 탈락은 너무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변화와 발전 없는 한국 야구가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했다는 쓴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WBC를 통해 갈 길 잃은 한국 야구가, 이번 대회를 계기로 방향성을 잡고 한 단계 더 성장할지 시선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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