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표 극렬 지지자들, 문자폭탄 이어 스토킹
/일러스트=박상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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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지난달 27일 이재명 대표 체포 동의안 표결이 끝난 후 국회 본청 계단을 내려오다가 쌍욕 테러를 당했다. 이날 체포 동의안에서 ‘무더기 이탈표’가 나오자 이 대표의 극렬 지지자인 소위 ‘개딸’들이 이탈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40명의 명단을 만들어 ‘적’으로 규정하고 공격한 것이다. 자신을 ‘민주당 권리당원’이라고 소개한 남성은 강 의원을 쫓아가면서 “와, 대단하다. 당당하다. 도대체 대표님한테 왜 그러시는 거예요. 등에 칼 꽂으시고. 예?”라고 물었다. 이 남성은 이어 반말로 “왜 배신하고 ‘수박’이냐고. 응? 강병원. 대답해. 강병원. 뭐가 잘나서 뻔뻔하게 걸어가냐. 나쁜 새끼야”라고 했다. 수박은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에서 비명계를 지칭하는 은어다. 이 장면은 유튜브에 영상으로 올랐다.
최근 민주당 비명계(비이재명계) 의원들이 개딸들의 육탄 공세에 시달리면서도 항의도 못 하고 끙끙 앓고 있다. 이 대표 극렬 지지자들은 개딸로 통칭하지만 현장에는 2030 여성보다는 중년 여성이나 남성이 더 많다. 이들은 체포 동의안 사태 이후 문자 폭탄을 보내는 것을 넘어 카메라를 들고 지역구 행사나 개인 일정까지 따라다니며 막말을 퍼붓고 있다. 한 의원은 “‘이 수박 새끼야’란 환청이 들릴 정도”라고 했다. 당 안팎에선 ‘개토커(개딸 스토커)’ ‘개파라치(개딸 파파라치)’라는 말도 나온다.
박용진 의원도 비슷한 일을 당했다. 한 개딸은 박 의원을 따라가며 “한 말씀만 해주세요”라고 하다 답이 없자 “어? 박용진, 박용진” 하며 소리를 질러댔다. 이 대표 지지자가 지난달 20일 조응천 의원 등 일부 의원이 모인 서울 여의도 인근 술집에 들어가 카메라를 들이대기도 했다. 의원들이 당황하자 “작당 모의냐”고 했다. 지난 7일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당 행사에서도 수박 모자를 쓰고 온 당원들이 김종민 의원 등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내년 총선에선 낙선하라”며 사진을 연신 찍어댔다. 한 수도권 의원은 “지역구 가게에 들어갔더니 다짜고짜 ‘수박 꺼져’라고 하더라. 지역을 돌면 이런 일을 수없이 겪는다”며 “그냥 웃어넘기려 해도 이제 카메라까지 들이대고 이를 영상으로 뿌려대니 평정심을 찾기가 힘들다”고 했다.
이낙연계인 설훈 의원도 지난 8일 지역구인 부천에서 열린 의정 보고회장에서 진땀을 뺐다. 이 자리에는 민주당 강성 지지자 상당수가 참석했고 “이 대표와 함께하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이 행사도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이 대표 지지자들은 10일 대표적 비명계인 이원욱 의원 지역구인 경기 화성에서 이 의원 규탄 집회를 갖고 거리 행진도 한다. 한 비명계 의원은 “전화, 문자 폭탄으로 공격하는 걸 넘어서 직접 찾아와서 반말로 욕설을 하는 급습을 당하고 있다”며 “개딸들이 수천 명씩 입당하고 있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 체포 동의안 표결 직후 하루 평균 3000명이 입당 원서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 측은 “이 대표가 여러 차례 ‘내부 공격을 멈춰달라’고 했다”면서도 “우리도 말릴 방법이 없다”고 했다.
비명계는 9일에도 이 대표에게 결단을 촉구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일했던 윤건영 의원은 라디오에 나와 “이 대표에게는 진정한 지도자의 길을 걸으셔야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민주당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하루살이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종민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없다고 민주당이 무너진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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