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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코로나19 백신 개발

국내연구진, 반려견끼리 코로나 전파 첫 확인···‘개→인간’ 감염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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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글’ 대상 폐 조직·증상 등 관찰

감염 뒤 ‘근육 손상’ 성분도 검출

연구진 “동물 백신접종 검토해야”

경향신문

코로나 19 바이러스 델타 변이에 직접 감염된 실험용 개의 폐 조직(A 사진)과 델타 변이에 감염된 개와 합사된 개의 폐 조직을 현미경으로 관찰한 모습(B 사진)이다. C와 D 사진은 각각 오미크론에 직접 감염된 개와 감염된 개와 합사된 개의 폐 조직이다. 네 경우 모두 폐포의 두께가 늘어나는 등 이상 증세가 확인된다. 서울대·전북대 연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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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개들끼리 코로나 19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규명했다. 개는 인간과 가깝게 지내는 대표적인 반려동물이다. 이 때문에 개들끼리 코로나 19 바이러스를 옮기다가 어느 순간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넘어오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일이 현실화하면 코로나 19가 확산되는 주된 경로가 ‘인간 대 인간’에서 ‘동물 대 인간’으로 크게 확대된다. 겨우 잦아든 코로나 19 확산세에 새로운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연구진은 개 등 반려동물에게 코로나 19 백신을 접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수의대 송대섭 교수와 전북대 수의대 유광수 연구관 등이 구성한 연구진은 1일 개들끼리 코로나 19를 옮길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미국 질병통제센터(CDC)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인 ‘이머징 인펙셔스 디지즈’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진은 반려견으로 인기가 높은 ‘비글’을 실험 대상으로 선정했다. 나이는 생후 9개월이었다. 연구진은 실험용 개들의 콧속에 코로나 19의 종류인 ‘델타’와 ‘오미크론’ 바이러스를 넣어 감염시킨 뒤 24시간이 지났을 때 건강한 개들과 합사했다. 그 뒤 열흘간 개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했다.

확인 결과, 코로나 19 바이러스를 인위적으로 주입한 개, 그리고 해당 개와 한 공간에서 지낸 개 모두 코로나 19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체중 감소나 발열 같은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렇다 할 임상적인 징후가 없었다는 뜻이다. 사람으로 따지면 앓아누울 일이 없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몸속에선 변화가 있었다. 우선 코로나 19에 감염된 뒤 허파의 핵심 부위인 폐포의 벽이 두꺼워지는 현상이 생겼다.

또 오미크론에 감염된 개의 혈액에서 ‘크레아틴 키나제’라는 성분이 정상치보다 최대 8배 검출됐다. 이 성분은 근육 손상이 생겼을 때 나타난다. 연구진은 오미크론이 아니라 개들끼리의 물리적인 충돌로 이 성분이 검출됐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향후 추가 분석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 19는 2020년 초부터 전 세계적인 대유행 단계에 접어들었다가 최근에는 확산세가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그 사이 코로나 19는 인간에게서 인간으로 전파되는 것은 물론 인간이 동물에게 전파한 사례도 확인됐다. 특히 2020년 덴마크에서는 밍크, 즉 동물이 인간에게 코로나 19를 옮긴 것으로 보이는 사례도 나왔다.

이 같은 상황을 연구진의 이번 분석과 종합하면 개 등 반려동물끼리 코로나 19를 옮기고, 이 과정에서 변이된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넘어가는 상황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다. 코로나 19 감염 경로가 확대되는 셈이다.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코로나 19와 관련해) 반려동물이 인간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돼 왔다”며 “향후에는 반려동물에 대한 코로나 19 백신 접종이 동물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동물에게서 인간으로 넘어오는 전염을 예방하는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동물용 코로나 19 백신은 이미 개발돼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코로나 19 감염 경로가 ‘인간 대 인간’인 상황에서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한 접종은 효용성이 높지 않다는 시각이 많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부 해외 동물원에서 제한적인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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