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단 두곳 이끄는 지휘자 김선아, 3월 2일 바흐 ‘마태수난곡’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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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 음악계에서 가장 바쁜 합창 지휘자를 찾는다면 아마도 김선아(52)씨일 것이다. 2007년 바로크 음악 전문 합창단인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을 창단하고 바흐와 모차르트의 종교곡들을 부지런히 녹음·연주해왔다. 지난해 1월에는 임기 3년의 부천시립합창단 상임 지휘자로도 취임했다. 평일에는 두 합창단을 이끌지만,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경동교회 성가대를 지휘하는 ‘집사님’이 된다. 그는 23일 인터뷰에서 “실은 대학 때까지만 해도 앞으로 지휘할 것이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다”며 웃었다.
그의 말처럼 원래 전공은 오르간이었다. 여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고 고교 시절부터는 오르간을 병행했다. 연세대 교회음악과에도 오르간 전공으로 입학했다. 그는 “부모님 모두 교회에 다니셨고 클래식 음악을 좋아해서 어릴 적부터 성가대 반주를 했지만 지휘는 욕심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경력 변신의 계기는 독일 유학. 치과 의사인 남편과 독일 유학을 떠나서 뒤셀도르프 음대에서 교회 음악을 계속 공부했다. 그런데 ‘음악의 아버지’ 바흐(1685~1750)의 나라인 독일에서는 오르간 연주와 지휘를 겸하는 교회 음악 감독(칸토르)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김씨는 “오르간 연주와 지휘는 물론, 교회법(敎會法)과 교회 음악가들의 근로 규정까지 속속들이 공부해야 했다”고 말했다.
유학하는 8년 동안 뒤셀도르프 교회의 합창 지휘자와 음악 감독으로도 활동하면서 합창 지휘를 겸업하기 시작했다. 귀국한 뒤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을 통해서 바흐의 종교곡인 모테트(Motet) 전곡 연주뿐 아니라 작곡가 몬테베르디·샤르팡티에·쉬츠 같은 바흐 이전의 옛 음악들도 국내 초연했다.
합창 지휘자로서 그의 음악적 사표(師表) 가운데 하나는 일본의 바로크 음악 거장인 지휘자 스즈키 마사키(68). 바로크 음악 전문 단체인 ‘바흐 콜레기움 재팬’을 창단하고 200여 곡에 이르는 바흐 칸타타 전곡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녹음한 거장이다. 김씨도 지난 2005년부터 스즈키의 고향인 일본 고베를 해마다 방문해서 바흐 칸타타를 연주하고 녹음하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는 “일본은 기독교 인구가 1.5%에 불과할 만큼 극소수이지만, 스즈키를 중심으로 하는 종교 음악의 전통은 무척 뿌리 깊고 튼튼하다. 기독교인이자 음악인 집안에서 태어난 스즈키 역시 종교와 음악이 일치된 삶을 살고 있어서 귀감이 된다”고 말했다.
김선아씨는 3월 2일 예술의전당에서 바흐의 마태수난곡을 지휘할 예정. 대중문화와 온라인 시대에도 여전히 바흐가 필요한 이유는 뭘까. 그는 “웹툰의 홍수 속에서도 우리는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 루브르 박물관을 찾고, 넷플릭스가 곁에 있지만 여전히 괴테를 읽는다. 고전은 대체 불가능한 가치가 있고 감동과 위로를 선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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