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볼 돌리기 사태가 발생한 연세대와 경기대의 춘계대학축구연맹전 4강전. 제공 | 한국대학축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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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통영=김용일기자] 올해 춘계대학축구연맹전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9일 개최지 경남 통영에서는 한국대학축구지도자협의회가 집회를 열고 대한축구협회(KFA)의 U-21, U-22 출전 의무 규정 폐해를 지적했다. 과거엔 축구 유망주가 대학을 거쳐 프로에 입단하는 게 정석이었으나 최근 KFA, 프로축구연맹의 저연령 선수 정책으로 ‘프로 직행’ 케이스가 늘었다.
자연스럽게 이전보다 저연령 선수가 주목받는 일이 늘었다. 그러나 중도 낙마자가 더 많고, 대학 선수 다수가 2학년만 되면 중퇴하거나 3학년 이후엔 후배 보기 창피해 축구를 그만두는 등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대학도 축구부 운영을 포기, 한국 축구 유망주 보급로 구실을 한 대학 축구는 붕괴 위기에 몰렸다. 대학 지도자가 통영에서 한목소리를 낸 이유다.
그러나 이들의 외침은 어처구니없는 ‘볼 돌리기 사태’로 공염불에 그칠 위기다. 지난 23일 연세대와 경기대가 치른 춘계연맹전 통영기 4강전에서 불거졌다.
연세대는 전반 9분 선제골을 넣은 이후 자기 진영에서 몸풀기하듯 일부 선수가 볼 리프팅하며 여유를 부렸다. 한 골을 뒤진 경기대는 경기 참가 의지가 없는 것처럼 하프라인을 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은 무려 23분여 지속했다. 경기 감독관이 양 팀 감독에게 주의를 주고 나서야 정상 진행됐다.
당시 양 팀 수장이 지상파 방송을 통해 내놓은 해명은 가관이었다. 최태호 연세대 감독은 “(경기대가) 안 나오더라. 우리가 1-0으로 이기면 올라가는 데 스포츠는 이기는 게 중요하지 않느냐. 민망한 게임이라도”라고 말했다.
권혁철 경기대 감독은 “연세대가 골 넣었는데 안 나오더라. 우리가 내려섰다고. 우리는 강팀 상대할 때 이렇게 하자고 했는데…”라고 말했다. 두 사령탑 다 전술적으로 소신대로 했다는 뉘앙스였다.
하지만 이 경기를 본 다수 대학 축구 관계자 및 축구인은 지도자의 본분을 저버린 것과 다름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대학은 프로로 가는 최종 관문이고, 지도자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가 여러 제자를 프로에 보내는 것이다. 프로 선수는 경기력만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사회에 귀감이 되는 스포츠맨십으로 대중과 소통하며 제 가치를 키워야 한다.
한국 축구를 이끌 ‘예비 프로 선수’를 제자로 둔 지도자가 역사와 전통을 지닌 춘계연맹전, 그것도 4강전에서 부끄러움 없이 이런 장면을 유도한 건 충격적인 일이다.
지난 9일 경남 통영에서 진행된 한국대학축구지도자협의회. 제공 | 한국대학축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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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돌리기 사태’는 저연령 제도 폐단을 지적한 지도자의 목소리를 무색하게 만들면서 대학축구의 존립을 위태롭게 했다. 한국대학축구연맹은 조만간 상벌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변석화 대학연맹 회장은 “나부터 반성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축구인 A씨는 “지도자 스스로 잘못했다는 인식이 별로 없어 보여 더 문제”라며 “요즘 시대에 이런 경기를 본 사람은 승부조작에 버금가는 것으로 해석한다. 제자가 뭘 보고 배우겠느냐”며 분통해했다.
또다른 축구인 B씨는 “국민이 스포츠를 바라보는 눈높이가 높아졌다. 공정과 정의 개념을 중시하는 MZ세대에 속하는 대학 선수도 뭐라고 생각하겠느냐. 그들조차 대학 축구는 없어져야 한다고 여길지 모른다”고 비판했다.
축구계에서는 ‘볼 돌리기 사태’가 대학축구의 근간을 흔들었다며 관련 지도자 및 대학에 ‘무관용 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대학연맹은 별도 징계 규정이 없다면서 난처하다면서 상벌위원회에서 심도 깊게 논의를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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