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영 기자]
"충남은 탄소중립에 사활이 걸려있다"
충남은 전국 에너지 발전량의 22.9%, 석탄화력 발전량의 48.5%를 공급하는 국내 에너지 산업과 전력 공급의 거점이다. 전국 석탄화력발전소의 절반이 충남에 위치하며, 이곳에서 밝힌 불로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경제 발전을 이룩했다.
하지만 과거의 영광만으로 저탄소 사회로 이행하는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순 없었다. 충남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내 전체 배출량의 21%에 달한다. 시민들은 지난 40여 년간 화력발전소가 배출하는 오염물질에 건강권을 침해당해왔다.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했다. 더는 에너지 전환을 미루기 어려운 상황이다.
23일 충남 보령시에서 열린 녹색·기후·에너지 혁신정책 포럼 /사진=남도영 기자 |
"충남은 탄소중립에 사활이 걸려있다"
충남은 전국 에너지 발전량의 22.9%, 석탄화력 발전량의 48.5%를 공급하는 국내 에너지 산업과 전력 공급의 거점이다. 전국 석탄화력발전소의 절반이 충남에 위치하며, 이곳에서 밝힌 불로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경제 발전을 이룩했다.
하지만 과거의 영광만으로 저탄소 사회로 이행하는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순 없었다. 충남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내 전체 배출량의 21%에 달한다. 시민들은 지난 40여 년간 화력발전소가 배출하는 오염물질에 건강권을 침해당해왔다.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했다. 더는 에너지 전환을 미루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같은 큰 흐름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지역이 떠안아야 할 부담이 막대하다는 점이다. 충남의 화력발전소 14기가 폐쇄되면서 발생하는 생산 유발 감소는 19조원, 부가가치 감소는 7조8000억 원에 달한다. 고용은 7600명이 줄어든다. 이 지역 산업 구조의 56%가 고탄소 산업군이다. 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을 잃고 고용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
특히 충남 전체 에너지 발전량의 32%를 담당하는 보령시의 피해가 가장 클 전망이다. 지난 2020년 보령화력 1·2호기를 조기 폐쇄한 보령시는 이미 에너지 전환에 따른 침체를 경험하고 있다. 발전소 폐쇄 후 시인구 10만명이 붕괴됐고, 현재도 월 평균 100명 내외의 인구 감소가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결국 근로자 감소와 지방재정 수익 감소로 이어지며 지역 경제를 흔들고 있다.
'화력발전 공해 도시'에서 '청정 그린 에너지 도시'로 전환 노리는 보령
정부가 제시한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지역의 변화와 참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보령시와 같이 지자체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들이 산재한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을 해소해보고자 국가녹색기술연구소(NIGT)와 각계 전문가들로 이뤄진 탄소중립정책포럼 위원들이 의미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23일부터 이틀간 보령시에서 열린 '녹색·기후·에너지 혁신정책 포럼'에선 보령시의 환경 현안과 탄소중립 목표 달성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박철호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정책연구본부장은 개회사를 통해 "탄소중립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화두"라며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 화력발전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에너지 산업과 전력 공급의 거점 역할을 해 온 보령시는 지속가능성과 탄소중립 실현의 선두주자로서 기존의 사업 구조를 탈피하고 새롭게 도약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고 강조했다.
보령시도 이를 위해 발걸음을 바삐 옮기고 있다. 시는 '지속 가능한 청정 그린 에너지 도시 건설'이란 비전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 산업 발굴을 추진하는 중이다. 보령화력을 대체할 새로운 산업을 유치하고 육성해 지역경제의 전환점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석탄화력의 무탄소 연료 전환을 시작으로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클러스터 조성, 해상풍력단지 개발, 태양광 집적화단지 조성 등을 추진하고, 수소산업 생태계 조성을 통한 '수소도시'로 거듭나는 게 골자다.
보령시는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기본계획도 수립 중이다. 지역 현황과 특성을 분석하고 지역 특성을 고려한 감축목표와 로드맵을 수립하며, 부문별·연도별 온실가스 감축사업 등 세부이행 과제를 마련할 계획이다.
지금은 산업·에너지 전환의 '골든타임'
이날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보령시의 계획을 보강하고 실현시키기 위한 방안에 대해 다양한 조언을 내놨다.
홍성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보령시의 에너지 전환은 어려운 이슈지만, 한편으로 시당국에서 탄소중립 기술적용에 관한 종합계획을 세우고 이를 잘 추진한다면 다른 지자체들에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며 "보령과 비슷한 고민을 하는 경남, 전남, 인천 등의 기초지자체들과 연합해 중앙부처에 일관되게 지원을 요청하고 법제도 개선에도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블루수소 플랜트나 CCUS 클러스터 등의 사업을 패키지화해 수출 모델로 만든다면 정부에서도 주목할만한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철후 한국기계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재 연구원에서 개발하는 인프라 기술이 보령시에 적용되고 실증되면 많은 시너지 날 것"이라며 "보령시가 추진하는 신산업과 수소 생태계 조성 등의 분야에 대해 많은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고, 수소 혼소 발전, 배터리 재사용, 수소전문랩 개발 등에 대해 기계연을 비롯한 여러 연구기관들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함께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사업 방안을 강구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규선 대전과학산업진흥원 선임연구원은 "보령시가 직면한 상황이 위기일 수도 있지만, 산업 진흥 차원에선 골든타임이 될 수 있다"며 "충남은 국가전략산업인 수소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사업을 수주하고 있으며, 최근 정부에서 육성전략을 발표한 그린바이오 분야 사업도 잘 유치한다면 산업 육성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택 충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충남과 인천, 전남, 경남 등이 연합해 석탄발전 폐기지역 지원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전환 기금을 조성하고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적극적인 노력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용현 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 사무관은 "화력발전소는 보령의 중요한 세입원이자 지역경제의 중심인데, 이를 폐쇄하는 건 지역경제를 파탄 내는 일이란 얘기도 나온다"며 "앞으로 에너지 전환에 따른 이런 사례들이 많이 생길텐데, 이를 정부 연구에 반영해 폐쇄/전환 사례에 따른 회복 모델을 찾고 이를 보령 등에 적용해 지속적인 결과물을 도출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 참여를 이끌기 위한 조언
아무리 좋은 계획이 수립된다 하더라도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없다면 제대로 추진되기 어렵다. 실제 일선 행정 현장은 아직 탄소중립이란 대전제와는 온도 차가 큰 상황이다. 이날 이연현 보령시 환경보호과장은 "직원들이 어마어마한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며 "시민들이 무조건 반대하는 데 녹색성장이 가능하겠냐"고 토로했다. 재활용이 환경에 좋은 행동이라는 건 알지만, 폐기물 재활용 처리장이 내 집 근처에 들어서는 건 갈등 요소일 뿐이라는 얘기다.
23일 충남 보령시에서 열린 녹색·기후·에너지 혁신정책 포럼에서 김준범 프랑스 트루아공대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남도영 기자 |
이날 전문가들은 시민 의식과 참여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함께 제시했다. 먼저 포럼 발제를 맡은 김준범 프랑스 트루아공대 교수는 탄소감축 활동에 대한 측정과 평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위한 이론적 배경들을 소개했다. 플라스틱병 하나를 재활용하더라도 그 효과가 구체적인 수치로 눈에 보여야 다음 행동을 이끌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조언이다.
김 교수는 탄소저감 활동을 통한 감축량을 정확히 산정하고 평가할 수 있는 '탄소감축계수'를 개발·활용하고, 지자체가 '탄소발자국'과 더불어 '미세먼지 발자국' '독성 발자국' 등 다양한 지표를 적극 도입해 이에 기반한 감축 활동과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자체의 탄소 감축 활동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로 효과를 산정하고 평가해야 시민들도 자신들의 활동에 대해 더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탄소를 감축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발제한 송재령 국가녹색기술연구소 대외정책협력센터장은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의 탄소중립 정책과 독일 연방정부, 덴마크 코펜하겐시 등 지역 혁신 사례를 소개했다. 이 중에서도 실제 지역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끄는 방안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 개발에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리빙랩' 운영과 같은 대안을 제시했다.
송 센터장은 "지역 주민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 과정에 참여하며 계속해서 개선해 나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실제 솔루션으로 만드는 사회문제 해결형 연구개발(R&D)에서 좋은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토론에서도 시민 참여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다. 손민수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재 국토부에서 지역 단위의 탄소배출 공간지도를 만드는 과제를 시작했고, 이를 통해 지역 단위에서 탄소를 어떻게 배출하고 어떤 노력을 할 때 저감할 수 있을 지 시각적으로 볼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이런 기술 개발이 지역의 정책적 노력을 통해 저감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시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연구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출신의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인 배문식 카본에스 대표는 블록체인 기반의 '그린 에너지 카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지역 화폐 대신 탄소감축 기여도에 따라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마일리지를 쌓고 다양한 혜택을 주는 그린 에너지 카드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배포하면 탄소중립 참여나 교육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란 조언이다.
박철호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정책연구본부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보령시가 처한 어려운 환경과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현장감 있는 정책 포럼이 됐다"며 앞으로 "국가녹색기술연구소가 보령시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환경 및 에너지 정책에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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