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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만화와 웹툰

[웹툰 픽!] 느리고 끈적해서 더 좋은 이야기…'내가 죽기로 결심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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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주인공 심리와 분위기 묘사에 집중…여성 독자들 사이서 인기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빠르고 통쾌한 이른바 '사이다' 전개가 요즘 웹툰의 성공 공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조금이라도 서사가 느려지거나 과거 회상 장면이라도 끼어들면 답답하게 느끼는 독자들이 많기에, 대부분의 웹툰은 무리해서라도 압축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하지만 웹툰 '내가 죽기로 결심한 것은'은 이런 흐름에 역행해 지극히 느리면서도 특유의 긴장감과 인기를 잃지 않는 작품이다.

느릿하게 끌어가는 서사와 끈적한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연합뉴스

웹툰 '내가 죽기로 결심한 것은'
[작가 SNS 갈무리]


주인공 남지오는 태권도 유망주지만 다리 부상을 입으면서 방황하게 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다.

그 앞에 어딘가 불량하고, 속을 알 수 없는 동급생 차결이 불쑥 나타난다. 둘은 빠르게 가까워졌다가 또 한순간 영영 멀어진다.

이후 성인이 된 남지오는 태권도 국가대표로 활약해 올림픽 금메달까지 따고 은퇴한다. 사회적으로는 성공했지만 10년째 마음 한 켠에 그리움과 죄책감을 안고 살던 그녀 앞에 차결이 다시 아무렇지 않게 나타난다.

연재 기간으로는 1년 2개월, 회차로 약 60화에 걸친 현재까지의 줄거리는 이렇게 몇 줄로 압축할 수 있다.

연합뉴스

웹툰 '내가 죽기로 결심한 것은'
[작가 SNS 갈무리]


사실 극적인 서사는 이 작품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다. 두 사람의 심리와 분위기 묘사가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극 초반부에 두 주인공이 체육 창고에 갇혀 밤을 지새는 장면을 2화 반 남짓한 분량으로 풀어낼 정도다.

작가는 교복 셔츠가 바스락거리는 소리, 먼지 냄새, 시멘트 바닥의 찬 기운, 창 너머의 가로등 불빛 등을 일일이 언급하며, 마치 독자들도 함께 창고 안에 앉아있는 듯한 느낌을 전달했다.

남지오가 자주 꾸는 이상한 꿈, 범죄에 연루된 듯한 차결의 모습을 통해 둘 사이에 모종의 사건이나 미스터리한 일이 있다는 것이 암시되지만, 사실 독자들이 가장 긴장하는 대목은 둘 사이의 끈적한 시선이나 능청스러운 대화가 오갈 때다.

'하지점'을 그린 유주 작가는 전작에 이어 이번에도 여성 독자들의 로망을 정확히 짚어내 완벽한 남자주인공을 빚어냈다.

차결은 학생일 때는 문제아, 성인이 되고서는 조직폭력배 같은 위험한 존재이면서도 남지오에게는 헌신적이다. 또 동시에 비밀과 상처를 지닌 인물로 그려진다.

이 완벽하면서도 비현실적인 남자주인공을 보면 이 작품이 왜 네이버 수요웹툰가운데 여성 인기순으로 2위지만, 남성 인기순으로는 25위 밖인지 그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다. 현재 네이버웹툰에서 연재 중이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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