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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섭의 MLB스코프] '환골탈태' 텍사스 선발진에 봄날은 찾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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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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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이창섭 칼럼니스트] 지난해 텍사스 레인저스는 대규모 투자를 감행했다.

코리 시거와 마커스 시미언 두 명을 데려오는 데 5억 달러를 쏟아부었다(시거 10년 3억2500만 달러, 시미언 7년 1억7500만 달러). 선발투수 존 그레이도 4년 5600만 달러에 영입한 텍사스는 총 5억8070만 달러를 지출하면서 스토브리그의 새 역사를 썼다.

텍사스는 만반의 준비를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텍사스를 우승 전력으로 평가하지 않았다. 부실한 선발진 때문이었다. 그레이가 1선발인 점도 문제였지만, 그레이를 제외하면 믿을 수 있는 선발투수가 없다는 것이 더 문제였다.

아니나 다를까, 텍사스 선발진은 암울했다. 마틴 페레스가 돌풍을 일으키며 선발진을 이끌었을 뿐(12승8패 ERA 2.89, 196.1이닝) 나머지 선발투수들은 모두 기대 이하였다. 야심차게 데려온 그레이는 부상에 신음하며 규정이닝도 채우지 못했다(7승7패 ERA 3.96, 127.1이닝). 어부지리로 기회를 받은 유망주들도 인상적이지 않았다.

텍사스 선발진의 평균자책점 4.63은 리그에서 세 번째로 나쁜 기록이었다. 최대 고민은 제구 난조였다. 스트라이크 존을 안정적으로 컨트롤하는 투수가 적었다. 선발진 9이닝 당 볼넷 수가 3.6개로 리그에서 가장 많았다.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던진 비중도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가장 낮았다. 선발투수가 볼넷으로 자멸하면서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고, 그 부담감이 불펜진에게 고스란히 가중됐다. 불펜진이 소화한 641.2이닝은 리그에서 세 번째로 많았다.

선발진 스트라이크 존 피칭 최하위 (%)

49.2 - 시카고 화이트삭스
48.9 - 피츠버그 파이럿츠
48.8 - 밀워키 브루어스
48.4 - 텍사스 레인저스


선발진이 무너진 텍사스는 또 한 번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냈다. 102패를 당했던 2021년보다는 나았지만, 68승94패는 결코 만족스러운 성적이 아니었다. 6년 연속 5할 승률도 넘지 못했다. 막대한 투자를 감안하면 더 씁쓸해지는 결과였다.

성적 부진은 흥행 참패로도 이어졌다. 텍사스는 새 구장을 건립하면서 구름 관중을 기대했지만, 패배를 거듭하자 관중들도 외면했다. 2021년 평균 2만6053명이었던 관중 수가 지난해 2만4832명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는 코로나19 여파가 끝나면서 대부분 전년 대비 홈 관중 수가 늘어났다. 그런데 텍사스와 신시내티 레즈만 오히려 홈 관중 수가 줄어들었다(텍사스 총 -9만8897명, 신시내티 -10만9254명).

이번 겨울 텍사스의 목표는 확고했다. 선발진 뜯어 고치기였다. 움직임도 빨랐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제이크 오도리지를 트레이드 해오면서 선발진 충원을 시작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예상한 대로 제이콥 디그롬에게 텍사스 유니폼을 입혔다. 리그를 휘어잡을 수 있는 에이스를 원했던 텍사스는 일찌감치 디그롬의 유력 행선지로 꼽혔었다. 덕분에 디그롬은 연평균 3700만 달러를 보장받을 수 있었다. 연평균 3700만 달러는 맥스 슈어저와 저스틴 벌랜더(이상 4333만3333달러) 애런 저지(4000만 달러) 다음으로 많은 금액이다.

텍사스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디그롬을 뒷받침할 수 있는 투수들도 보강했다. 네이선 이볼디와 앤드류 히니였다. FA 투수 세 명을 영입한 비용만 총 2억4400만 달러. 퀄리파잉 오퍼를 받아들인 페레스를 포함하면 2억5000만 달러가 넘는다.

텍사스 선발투수 계약 현황

디그롬 - 5년 1억8500만 달러
이볼디 - 2년 3400만 달러
히 니 - 2년 2500만 달러
페레스 - 1년 1965만 달러 *QO


이로써 텍사스 선발진은 완전히 달라졌다. 1선발이 그레이에서 디그롬으로 바뀐 것 자체가 엄청난 발전이다. 데인 더닝과 글렌 오토, 콜 레건스, 스펜서 하워드 등이 후보였던 선발진에 비하면 완성도도 높아졌다. 미숙했던 선발진에 쓸만한 투수들이 합류하면서 전체적으로 무게감이 더해진 상황. 여기에 오도리지까지 가동하면 6선발 체제도 가능하다.

양질의 선발진을 구축한 가운데 역시나 가장 책임이 막중한 투수는 디그롬이다. 디그롬은 2018-19년 연속 사이영상을 수상하면서 리그 최정상급 투수로 올라섰다. 통산 평균자책점 2.52는 1920년 이후 라이브볼 시대에서 200경기 이상 선발 등판한 투수들 중 두 번째로 낮은 기록이다. 아직 사이영상 투수를 배출하지 못한 텍사스의 염원을 풀어줄 수도 있다. 정규시즌 순위 경쟁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를 치러야 하는데, 이 경기에 나와줘야 할 투수가 바로 디그롬이다. 에이스가 제 역할을 못하면 선발진은 혼란에 빠질 것이다.

라이브볼 시대 ERA 순위 (선발 200경기 이상)

2.48 - 클레이튼 커쇼 (398경기)
2.52 - 제이콥 디그롬 (209경기)
2.75 - 화이티 포드 (438경기)
2.76 - 샌디 코팩스 (314경기)


데뷔 후 처음으로 팀을 옮긴 디그롬은 "새 학교에 전학 온 아이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내셔널리그에서 아메리칸리그로 이동한 부분도 적응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아메리칸리그에서 오래 활약한 이볼디와 히니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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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중 디그롬의 어깨를 가볍게 해줘야 하는 투수는 아무래도 이볼디다. 이볼디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4위에 오른 투수였다(2021년 11승9패 ERA 3.75). 투수에게 험난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경쟁한 투수로, 2018년 보스턴 레드삭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에도 크게 일조했다. 승리한 전력이 있고, 승리하는 법을 알고 있는 투수다. 텍사스가 고향인 이볼디는 "우승을 하기 위해 왔다"는 각오로 팀 분위기를 다잡고 있다.

텍사스는 장밋빛 미래를 꿈꾸고 있다. 실제로 '팬그래프닷컴'이 예측한 선발진 승리기여도에서 텍사스보다 높은 팀은 뉴욕 양키스가 유일하다(양키스 16.7, 텍사스 15.6, 밀워키 15). 그러나 지난해 텍사스 선발진이 남긴 과제가 제구였다면, 올해 최대 화두는 건강이 될 전망이다. 디그롬과 이볼디, 히니 그리고 그레이는 모두 부상에 취약한 투수들이다. 지난해 규정이닝을 충족한 투수가 한 명도 없었다(디그롬 64.1이닝, 이볼디 109.1이닝, 히니 72.2이닝).

2017-19년 연속 200이닝을 넘겼던 디그롬은 지난 2년간 도합 156.1이닝에 그쳤다. 폭발적인 구위를 몸이 감당하지 못했다. 올해 35세가 되기 때문에 최근 부상 이력은 더 우려스럽다. 심지어 지금도 왼쪽 옆구리 통증으로 훈련을 중단했다. 부상 정도는 경미하다고 알려졌지만, 벌써부터 일정에 차질이 생긴 것은 찝찝하다.

이처럼 텍사스 선발진은 부상 때문에 도미노처럼 쓰러질 수 있다 보니 평가가 극과 극이다. 건강하면 어느 팀도 부럽지 않지만, 과연 건강할지에 대한 물음표를 지울 수 없다. 최악의 경우 부상으로 연쇄 이탈하면서 지난해 임시방편 선발진이 재구성될 수도 있다.

이적생들로 가득찬 선발진의 또 다른 열쇠는 브루스 보치 감독과 마이크 매덕스 투수코치가 쥐고 있다. 월드시리즈 3회 우승을 일군 역대 10명의 감독 중 한 명인 보치는 명예의 전당 입성을 예약해 둔 명장이다. 빼어난 마운드 운영을 앞세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강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보치와 호흡을 맞출 매덕스도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매덕스는 2009-15년 텍사스 투수코치로 이미 성공을 거둔 바 있다. 텍사스가 월드시리즈 7차전 끝에 고배를 마셨던 2011년은 선발진 승리기여도가 팀 역대 두 번째로 높았던 시즌이었다(1992년 18.7, 2011년 17.9). 당시 선발진을 정비한 인물이 매덕스였다. 동생 그렉 매덕스도 특별 인스트럭터로 가세한 텍사스는, 기존 선발투수를 비롯해 유망주들 육성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선발진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 텍사스는 다시 만반의 준비를 했다. 과연 올해는 투자한 보람을 느낄 수 있을까. 관건은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 셋째도 건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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