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타격 이론은 대단히 수준이 높다. ‘국민 타자’로 불렸던 이승엽 두산 감독이 해설 위원 시절 염 감독과 타격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뒤 “내가 모르고 있던 것도 많이 배웠다. 타격에 대해 많은 것을 아시는 분”이라고 평하기도 했을 정도다.
실제 염 감독은 넥센 감독 시절 서건창의 200안타와 박병호의 전성기를 이끈 경력을 갖고 있다. 정통한 타격 이론을 가지고 선수들에게 맞는 옷을 입히는 재주가 탁월한 감독이다.
염경엽 LG 감독이 선수들을 지휘하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
이제 또 한 번 그 능력이 필요한 순간이 왔다.
LG는 탄탄한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뚜렷한 약점도 갖고 있는 팀이다. 변수가 될 수 있는 선수들이 많다.
터지면 대박이지만 안 터지면 타선 운영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2루수 서건창과 1루수 이재원이 그 주인공이다.
서건창은 FA 3수생이다. 타격 성적이 너무 나빠 도저히 FA 신청을 할 수 없었다. 2021시즌 타율이 0.253으로 부진했고 지난해엔 여기서 0.224로 타율이 더 떨어졌다.
LG는 외국인 선수를 영입해 2루 자리를 채우려 했지만 외국인 선수마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큰 어려움을 겪었다.
서건창을 쓰기도, 그렇다고 쓰지 않기도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
염경엽 감독은 다시 서건창을 2루수로 쓰겠다고 선언했다. 200안타 시절의 타격 메커니즘을 되찾게 해 타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200안타를 함께 만든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 커리어에 기대를 걸고 있다.
1루수 이재원은 아예 군 입대까지 미루고 시즌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이재원을 하위 타순에 배치해 타선의 무게감을 더한다는 계획이다.
이재원이 지금까지 보여 준 실력으로는 언감생심이다. 하지만 염 감독은 이호준 코치와 함께 이재원 개조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타이밍을 뒤로 늦춰 정확성을 끌어 올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삼진을 당해도 좋으니 자기 스윙을 맘껏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염 감독은 자신의 타격 이론에 대해 “1할 타자가 주전을 하고 있으니 타격 코치들에겐 가장 좋은 교재가 됐다. 나를 통해 자신들의 타격 이론을 마음껏 펼쳐보려 했었다. 그런 과정을 겪으며 어떤 것이 옳고 어떤 것은 틀렸는지를 배우게 됐다. 현역 시절엔 끝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처절한 실패를 경험하며 나만의 노하우를 가질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패 속에서 얻은 교훈을 통해 정립된 타격 이론을 바탕으로 반드시 살려 내야 하는 선수들을 성공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통산 타율 0.195짜리 감독이 만든 반전이 FA 3수생과 만년 유망주의 가능성을 터트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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