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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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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힌 유망주→BJ 겸업→고양의 新수호신…“마지막일 수 있는 기회,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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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마지막일 수 있는 기회,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대학 시절까지만 하더라도 모두가 인정한 유망주가 있었다. 200cm에 가까운 신장, 뛰어난 신체 능력, 그리고 정확한 미드레인지 점퍼까지 갖춘 빅맨이었다. 최소 중박이라는 평가 속에서 당당히 뛰어든 프로 무대. 그러나 기회는 오랜 시간 주어지지 않았다.

고양 캐롯의 김진용은 최근 프로 데뷔 후 가장 화려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전체 1라운드 8순위로 울산 현대모비스에 지명된 뒤 전주 KCC로 트레이드, 그리고 캐롯으로 다시 트레이드될 때까지 제대로 된 기회 한 번 잡지 못했던 그였다. 오프 시즌에는 아프리카TV BJ가 되기도 했다. 그랬던 김진용이 이제는 캐롯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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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프로 5년차가 된 김진용. 그의 농구인생은 이제 시작점에 섰다. 사진=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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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용은 지난 17일 창원 LG전에서 프로 데뷔 후 한 경기 최다득점인 14점을 기록하며 부상으로 이탈한 박진철의 빈자리를 잘 지켰다. 이후 19일 서울 삼성전에선 무려 33분 17초 출전, 4점 8리바운드 1블록슛을 기록, 92-86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김승기 캐롯 감독은 “받아먹는 능력은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출전 시간이 많아지지 않을까 싶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캐롯 입장에서 김진용은 새로운 수호신의 등장이었다. 4번 자리가 부실했던 상황에서 이종현이 이적했고 최현민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그나마 제 몫을 해내고 있었던 박진철마저 왼쪽 눈 부상으로 빠져 전력누수가 심각한 상황이었다. 이때 김진용이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으며 든든히 골밑을 지켜냈다.

손창환 캐롯 코치조차 “프로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일찍 파울 아웃이 될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잘 버텨줬다”며 놀라워했다.

사실 김진용은 LG전에서 14점을 넣고도 만족보다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 허슬 플레이와 수비, 그리고 리바운드를 해줘야 할 그였으나 득점 외 반드시 해내야 할 부분을 놓쳤으니 당연한 반응이기도 했다.

김진용은 “14점을 넣고도 기분 좋은 것보다는 아쉬움이 더 컸다. 예를 들어 (박)진철이는 10점을 넣지 못해도 8, 9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낸다. 그러면 본인의 역할을 다한 것이다. 그런데 나는 LG전에서 2개의 리바운드만 잡았을 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해야 하는 것에 대해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내가 뛰었을 때 많이 이겼으면 좋겠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주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동료들에게 ‘너가 리바운드 잡아줘서 이겼다’, ‘너 때문에 질 경기를 이겼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덧붙였다.

D리그가 아니면 제대로 된 출전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김진용. 삼성전 33분 17초 출전은 자신의 최다 출전 시간이었던 20분 1초를 훌쩍 뛰어넘는 기록으로 유일한 30분대 출전이기도 하다. 그만큼 지난 5년간 그에게 주어진 출전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아쉬움이나 섭섭함은 없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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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고 싶은 농구와 팀이 원하는 농구가 다를 때가 있다. 김진용은 이제야 그걸 깨달았고 이제는 팀이 원하는 선수가 되고자 한다. 사진=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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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용은 “스스로 돌아봤을 때 내가 뛰는 시간이 적었다고 해서 아쉬워해서는 안 될 것 같다. KCC에 있을 때 감독님이나 코치님들이 애정을 가지고 많이 알려주셨다. 근데 그때는 농구를 잘 몰랐다. 내가 가지고 있는 걸 보여주려고 했을 뿐 팀이 원하는 걸 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기회를 줬는데도 잡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내가 왜 못 뛰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서운한 감정은 전혀 없었다. 그저 아쉬울 뿐이었다. 그래서 지금은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다. 캐롯에 있으면서 감독님이나 코치님들, 그리고 선배들이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됐다”고 말했다.

무명의 세월이 꽤 흘렀으나 김진용의 뛰어난 신체 능력은 여전히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는 “좋은 운동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코트 위에서 보여줘야 효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30대가 되면서 잔부상들이 하나씩 생기기 시작하더라(웃음). 자고 일어나면 아픈 곳이 하나씩 생기곤 한다. 그래도 그동안 많이 아껴놔서 괜찮다”고 전했다.

한편 김진용은 ‘농떼르만’으로 활동하고 있는 BJ 생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꺼냈다. 프로에서의 활약이 이어진다면 충분히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분. 최근 아프리카TV로 중계되는 캐롯의 경기 채팅창은 김진용과 ‘농떼르만’으로 도배되곤 한다. 그만큼 관심도가 남다르다.

김진용은 “BJ를 하면서 알게 된 지인들이 응원방을 열어 응원하기도 한다. 삼성전에는 (김)윤환이 형(스타크래프트 전 프로게이머)이 오기도 했다. 또 팬들이 아프리카TV 중계방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도 알고 있다”며 “앞으로 관심을 이어가려면 코트 위에서 자주 얼굴을 보여줘야 한다”고 웃음 지었다.

또 “농구에 대해 아예 관심이 없는 사람이 방송을 보면서 조금이나마 가까워지기를 바랐다. 농구와 관련된 컨텐츠를 통해 접근하는 방식도 생각했다. 프로농구에도 긍정적인 반응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생소한 부분이다 보니 이렇게 하는 것에 대한 리스크가 분명히 있다. 그래도 나라는 사람이 ‘그냥 노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고 싶다. 그동안 생각했던 것들이 드디어 시작됐다. 시작점에 섰고 마지막일 수 있는 지금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고양(경기)=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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