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생산자물가지수(PPI), 소매판매 등의 지표가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웠고 이 때문에 미국의 금리인상이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해 외국인들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시장에서 주식을 적극적으로 매수하지 못했다”면서 “이 영향으로 지수가 하락했고 변동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주(20~24일)는 주 후반에 중요한 이벤트가 몰려 있다. 23일 한국의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열리고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공개된다. 미국의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GDP)도 같은 날 발표된다. 24일에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1월 개인소비지출(PCE)도 발표된다.
이번 주 시장 참가자들은 한국은행 기준금리 결정을 주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금리 인상이 취약계층 등에 전가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번 금통위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는 등의 영향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환율이 다시 급등하자 한은의 고민도 깊어진 상태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이 높아지면 원유, 천연가스 등을 수입해오는 수입 물가가 오르고 국내 물가도 더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을 억제하기 위해 한은도 다시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는 처지가 될 수 있다.
미국 PCE 물가지수와 1주년을 맞은 우크라이나 전쟁도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PCE 물가지수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비해 더 많은 품목을 집계하는 지표로 연준이 물가 상황을 살펴보는데 활용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을 맞는 24일을 전후로 러시아가 어떤 행동을 취할지도 국제유가, 금리 등 시장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러시아가 공격을 더욱 강화하면 국제유가가 치솟고 금리도 크게 상승할 수 있다. NH투자증권은 이번 주 코스피지수가 2410~2540선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 23일 한국은행 금통위, 금리 인상 가능성 있어
이번 주에는 20일 중국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가 결정된다. 21일에는 한국의 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와 미국의 2월 S&P 글로벌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가 공개된다. 23일에는 한국은행이 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 수준을 다시 정한다. 같은 날 한국의 PPI와 미 연준의 2월 FOMC 의사록도 공개되고 24일에는 미국의 1월 PCE도 공개된다.
한국 시장에서 가장 큰 이벤트는 한은 금통위다. 현행 3.5%의 기준금리가 더 오를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은행이 고금리로 큰 이자 이익을 얻는 것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정부는 취약계층에 긴급생계비를 저리로 제공하는 대책(15일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까지 마련했다. 주요 증권사들과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한은이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를 올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미국 소비자‧생산자 물가 등이 시장의 예상보다 높게 나온 것이 한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 연준이 기준금리를 상당 기간 더 올릴 가능성이 있고 이 영향으로 달러화 강세, 원화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 국내 수입물가 상승, 달러화 유출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런 현상을 조금이라도 억제하기 위해서는 한은도 금리를 추가로 올려야 한다. 환율은 지난 3일 1219.30원(장중 최저치)까지 하락했지만, 현재는 1290원을 넘어 1300원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1299.5원(매매기준율)에 거래를 마쳤다.
윤원태 SK증권 자산전략팀장은 “지금까지는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시장에서 예상했는데 최근 들어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예상도 많아지고 있다”라면서 “미국 물가와 고용, 소매판매량 등 지표의 영향으로 이미 (한은 금리 인상을 반영해) 시장금리가 많이 올라온 상태”라고 설명했다. 윤 팀장은 “한은 총재의 발언이 매파적(금리 인상)인가 여부도 주식, 채권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 푸틴의 선택과 美 PCE도 변수
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은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에도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전쟁 1년째를 맞아 러시아가 공격의 고삐를 더 조이거나 전격적으로 휴전 협상에 나서면 시장은 크게 요동칠 수 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1주년을 앞두고 많은 외신에서 푸틴 대통령이 도발을 강행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보도하고 있다”라면서 “이렇게 되면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금리 상승, 달러화 강세의 현상은 더 강해지면서 주가지수도 조정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 팀장은 “반면에 예상하지 못하게 현실적인 휴전 협상 등이 나오면 에너지 가격 폭락과 물가 하락, 달러화 약세 등 전혀 다른 양상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어 시장의 파급력도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시간으로 24일 공개되는 미국 PCE 물가도 시장의 관심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시장에서는 PCE가 전년 동월보다 5.0%, 근원 PCE는 전년 동월보다 4.4%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발표된 미국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전년 동월 비 6.4%), 생산자물가지수(PPI)(전년 동월 비 6.0%)가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었기 때문에 PCE도 예상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선 미국 물가가 진정 국면에 들어서지 못하면 5월 이후로도 연준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PCE는 연준이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표기 때문에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 연준의 긴축정책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져 시장을 흔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정해용 기자(jh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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