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겨울체육대회 4관왕 김윤지
작년 2월 스키 3관왕으로 신인상… 10월엔 수영 3관왕 올라 또 신인상
선천적 척수수막류… 수영으로 재활
“포기 않고 꿈 이룬 뉴진스 노래 위안”
지난해 10월 21일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여자 자유형 50m 경기에 출전한 김윤지가 물살을 가르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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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야, 너 유명해지면 우리한테 사인해줘야 해!”
지난해 10월 25일, 엿새 동안 학교를 비웠던 김윤지(17·서울시장애인체육회)가 휠체어에 탄 채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서울 가재울고 1학년 2반 친구들이 몰려들었다. 이 반에서 유일한 장애인 학생인 김윤지는 전날 막을 내린 전국장애인여름체육대회에서 수영 3관왕을 차지하며 신인상을 탔다. 상금으로 100만 원을 받은 김윤지는 반 친구들을 매점으로 데려가 한턱내면서 ‘정말로 유명한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
김윤지가 12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바이애슬론경기장에서 열린 제20회 전국장애인겨울체육대회 크로스컨트리 여자 좌식 3km 경주에서 코너를 돌고 있다. 여름 종목인 수영과 겨울 종목인 노르딕스키에서 모두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김윤지는 지난해 여름과 겨울 대회에서 신인상을 휩쓸었고 이번 겨울 대회에서는 최우수선수(MVP)로 발돋움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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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지가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신인상을 받은 건 이때가 처음이 아니었다. 김윤지는 그해 2월 전국장애인겨울체육대회 때도 노르딕스키에서 3관왕에 올라 신인상을 받았다.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역사상 같은 해 여름과 겨울 대회에서 모두 신인상을 탄 건 김윤지가 처음이었다.
김윤지는 13일 막을 내린 올해 겨울 대회 때는 바이애슬론 4.5km와 7.5km, 크로스컨트리 3km와 4.5km에서 4관왕을 차지하면서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12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에서 크로스컨트리 3km 경주를 마치고 기자와 만난 김윤지는 “운동을 잘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인터뷰를 하니 ‘나도 잘하는 게 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선천적인 이분척추증 척수수막류로 하지 장애를 갖고 태어난 김윤지는 세 살 때부터 서울 세브란스병원 수(水)치료실에서 재활하며 수영을 접했다. 초등학교 입학과 함께 본격적으로 수영 선수 생활을 시작한 김윤지는 서울하늘초교 5학년 때 출전한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자유형 50m에서 금메달을 따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수영으로 다진 심폐지구력이 좋아 노르딕스키에도 빠르게 적응해 갔다. 서울 상암중 1학년이던 2019년 스키 캠프에서 노르딕스키를 처음 접하며 매력을 느낀 김윤지는 이듬해 12월부터 본격적으로 훈련을 시작했다. 김윤지는 “어려서부터 수영을 해와서 그런지 내려가는 속도를 통제해야 하는 알파인스키보다 내가 힘을 준 만큼 앞으로 나갈 수 있는 노르딕스키가 더 친숙하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운동을 계속해도 되는 걸까?’ 하는 고민은 장애인 학생 선수도 마찬가지였다. 가족 중에 운동선수로 성공한 사례가 없다 보니 막연함이 앞서기도 했다. 그럴 때면 자기와 멤버들 나이가 비슷한 걸그룹 ‘뉴진스’의 노래를 들으며 위안을 얻었다. 김윤지는 “데뷔를 앞두고 잘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연습생들이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며 꿈을 이뤄낸 모습이 멋져 보였다”고 말했다.
김윤지도 여름과 겨울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 모두 출전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은 채 매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계획대로 되면 김윤지는 2026년 밀라노 겨울 대회에 먼저 출전한 뒤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여름 대회 무대를 밟게 된다.
패럴림픽 출전 못지않게 김윤지가 바라는 건 나이가 든 후에도 젊은 선수들 사이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2018년 평창 대회 때 크로스컨트리 7.5km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겨울 패럴림픽 금메달을 따낸 신의현(43·창성건설)이 김윤지의 롤모델이다. 김윤지는 “의현이 삼촌처럼 나도 나중에 팔팔한 젊은 선수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고 뛰고 싶다”고 말하며 웃었다.
평창=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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