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중반 KB손해보험에 합류한 비예나는 이미 V-리그의 맛을 본 적이 있는 선수다. 비예나는 2019~2020시즌에 대한항공의 외국인 선수로 뛰면서 득점 1위 (786득점), 공격성공률 1위(56.36%), 서브 2위(세트당 0.56개) 등 전방위적인 활약을 펼친 바 있다. 193cm의 단신에도 폭발적인 점프력을 바탕으로 한 비예나의 뛰어난 공격력에 고무된 대한항공은 비예나와 2020~2021시즌에도 재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비예나는 무릎부상 여파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고, 시즌 중반 요스바니 에르난데스와 교체되며 V-리그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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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를 떠난 뒤 고국 스페인리그에서 활약을 이어가던 비예나는 올 시즌 KB손해보험의 니콜라 멜리냑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다시 한국땅을 밟았다. 지난해 12월27일 한국전력전에서 복귀전을 치른 비예나는 예전의 빼어난 공격력을 선보이며 33득점, 공격성공률 61.54%로 대활약했다. 지난달 31일 우리카드전에선 63.46%의 공격성공률로 46점을 몰아쳤고, 9일 한국전력전에서는 팀 공격의 49.58%를 책임지면서 무려 71.19%의 공격성공률에 49점을 퍼부었다.
비예나가 오기 전만 해도 4승11패에 머무르던 KB손해보험은 비예나 합류 이후 7승4패의 호성적을 거두며 어느덧 봄 배구도 꿈꿀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왔다.
이날은 비예나와 대한항공의 두 번째 만남이었다. 지난달 24일 대한항공을 처음으로 적으로 만난 비예나는 26점, 공격성공률 58.97%로 활약하며 KB손해보험의 3-0 완승을 이끈 바 있다.
이날 경기 전 두 팀의 분위기는 상반됐다. 대한항공은 선두를 지키고 있긴 하지만, 최근 4연패의 늪에 빠져있었고, KB손해보험은 6위에 자리잡고 있긴 하지만, 최근 3연승 행진을 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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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어땠을까. 비예나와 링컨의 외인 싸움은 비예나의 승이었다. 비예나는 이날도 탄력을 앞세운 공격으로 블로킹 2개와 서브에이스 2개를 포함해 29득점을 기록했다. 공격성공률은 49.02%로 다소 떨어졌다. 공격득점 25점 중 백어택만 15개에 달할 정도로 전후위를 가리지 않는 전방위적인 공격이었다. 링컨도 블로킹 3개, 서브에이스 1개 포함 23점을 올렸지만, 공격 성공률이 45.24%로 저조했다.
하지만, 경기는 대한항공의 3-1(25-23 23-25 25-20 26-24) 승리였다. 대한항공 특유의 위기에 발휘되는 집중력이 돋보이는 경기였다. 연패 중인 팀에겐 1세트가 가장 중요한 데, 1세트 중반까지 끌려가던 대한항공은 정한용의 서브 때 연속 득점이 터져나오며 경기를 뒤집어 세트를 가져왔다.
백미는 세트스코어 2-1로 앞선 4세트였다. 세트 후반까지 17-21까지 뒤지며 5세트 분위기가 솔솔 풍기던 순간. 대한항공의 뒷심 DNA가 발동됐다. 야금야금 따라붙은 대한항공은 22-24 세트스코어에 몰린 상황에서 정지석의 시간차와 비예나의 공격을 유효블로킹으로 무력화시킨 뒤 링컨의 퀵오픈으로 반격하며 기어코 승부를 듀스로 끌고갔다. 이미 대한항공쪽으로 분위기가 넘어간 상황. 비예나는 거칠어진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듀스에서 시도한 퀵오픈 공격이 블로킹 터치 없이 벗어나고, 이어 시도한 공격은 김민재에게 막히며 이날 경기는 끝이 났다.
4연패에서 벗어난 대한항공은 승점 59(20승8패)로 2위 현대캐피탈(승점 52, 17승10패)와의 승점 차를 7로 벌리며 한숨 돌렸다.
경기 뒤 대한항공의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연패하던 때에는 볼 하나의 결정력이 떨어져서 경기에 진 적이 많았다. 오늘은 결정력이 다소 개선된 모습이었고, 수비 이후의 반격이 잘 되어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면서 “정규리그 1위 가능성이 높아진 것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배구를 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추고 한 경기 한 경기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인천=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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