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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하이브의 SM 인수, 진정한 K팝을 위한 길일까…기대와 우려 사이[초점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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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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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공미나 기자] K팝 역사상 최대대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K팝의 토대를 만들어온 SM엔터테인먼트가 후발주자 하이브의 손에 넘어간다. SM엔터테인먼트 창업자이자 전 총괄 프로듀서 이수만이 방시혁 의장이 이끄는 하이브에 지분 대부분을 넘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K팝 최고의 빅딜"이라며 많은 시너지를 기대하는 시선과 함께 K팝의 다양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이브는 지난 10일 이수만 전 총괄이 보유한 지분 14.8%를 4228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기로 했다고 밝혔다. 취득 예정일은 오는 3월 6일이며, 이번 거래로 하이브는 단숨에 SM의 1대 주주 자리에 오른다.

이와 함께 하이브는 이수만 전 총괄 지분 매입가와 같은 주당 12만 원에 소액 주주 지분을 매수해 최대 25%의 지분을 추가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로써 방탄소년단(BTS)·뉴진스와 엑소·에스파가 사실상 한식구가 된다.

이번 하이브의 인수 배경은 SM 내 경영권 다툼이다. 그간 이수만 전 총괄은 하이브에 지분을 매각할 의지가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SM 현 경영진이 이수만 전 총괄의 퇴진을 추진하며 카카오를 2대 주주(지분 9.05%)로 끌어들이자, 이수만 전 총괄이 하이브에 지분을 매각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수만 전 총괄은 현재 카카오가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를 통해 SM 지분을 확보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위법하다며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이번 '빅딜'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음악시장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이브도 SM 인수에 대해 "양사의 글로벌 역량을 결집해 세계 대중음악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로 도약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K팝 음원 해외 유통 및 홍보 등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인 DFSB 콜렉티브 임원 버니 조는 CNN에 이번 인수를 "원투 펀치"라고 표현하며 "이 거래가 하이브를 메이저 레코드사인 소니, 유니버설, 워너 뮤직과 같은 리그에 넣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막대한 시너지도 예상된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기대되는 시너지가 크다"며 "하이브에게 부족한 메타버스 사업이 SM의 스튜디오 광야를 통해 진행될 가능성도 있고, 이 외 SM이 부족한 아티스트들의 미국 매니지먼트 활동 확대 가능성도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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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하나의 산업인 K팝에서 양사의 합병이 독과점 체제를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를테면 한국음악콘텐츠협회가 운영하는 써클차트에 따르면 지난 2021년 SM 소속 가수들의 음반 판매량은 약 1800만 장, 하이브 소속 가수들의 음반 판매량은 약 1500만 장이었다. 두 회사의 음반 판매량을 합치면 약 3300만 장으로, 그해 총 음반 판매량 6000만 장의 절반을 넘는다.

온라인 상에는 "카카오가 SM을 인수하면 독과점, 하이브가 SM을 인수하면 독점"이라고 꼬집는 반응들도 이어졌다. 가요 관계자 A씨는 "K팝도 하나의 산업이기에 경쟁을 통해 발전한다. 최근 들어 가요계가 머니게임 흐름으로 변해가며 중소 기획사가 더욱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 됐는데, 하이브가 SM을 인수하면 다른 소속사들은 더욱 경쟁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가요 관계자 B씨는 "앞으로 중소 기획사가 설 자리가 더 좁아지고 K팝의 다양성이 사라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SM 특유의 음악색을 잃지 않을까 하는 걱정 어린 시선도 있다. SM은 'SMP'(SM Music Performance)라고 회사의 이름을 따서 음악을 장르화시킬 만큼 자신들만의 음악적 색깔이 짙다. 가요 관계자 A씨는 "SM은 30여년 간 쌓아온 고유의 음악색이 있는데, 하이브에 인수된 후 이를 지켜나갈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했다.

반면 또 다른 가요 관계자 C씨는 "하이브가 이미 쏘스뮤직, 플레디스, 어도어 등 다양한 레이블을 거느리고 있지만 각 레이블 아티스트가 자신만의 색깔을 유지해 왔다"며 "SM이 하이브 산하 레이블이 되더라도 고유의 음악색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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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입은 팬심도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SM은 어느 소속사보다 팬들의 '내리사랑'이 크다. 또 SM의 음악에 열광하는 팬들 역시 스스로를 '핑크블러드'라 부르는 등 아티스트와 소속사 간 결속력이 끈끈하다. 하이브의 인수 소식 이후 'SM 가오(자존심을 뜻하는 은어)'라는 단어가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 오른 것은 이러한 팬심을 잘 보여준다.

SM 내부에서도 혼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SM 직원들이 하이브 인수 관련 투표를 진행한 결과 85%에 달하는 직원들이 반대표를 던졌다. 해당 투표에는 200여명이 넘는 직원들이 참여했다. 또 직원들은 "근본의 SM인데, 열심히 일하는 원동력을 박탈당했다. 모든 전통과 역사를 부정당한 기분이다", "SM 자부심이 있었는데 한순간에 무너졌다", "SM의 역사와 함께한 임직원들의 피와 눈물을 4228억원과 맞바꿨다"는 글들을 남겼다.

아티스트들의 마음도 복잡하긴 마찬가지다. 샤이니 키는 13일 카운트다운 라이브에서 앙코르 콘서트를 열어달라는 팬들의 요청에 "나도 누구보다 하고 싶지만 회사가 지금 뒤숭숭해서"라고 현 상황을 간접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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