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SM 프로듀서 복귀·경영권 행사 NO" 입장 표명, SM 경영진 반발 속 일대 지각변동 예고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며 단독 최대 주주가 됐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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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를 인수하며 SM의 단독 최대 주주에 등극했다. 설립 이래 H.O.T. S.E.S. 신화 등 전설적인 1세대 아이돌 그룹을 시작으로 숱한 대형 아이돌 그룹들을 배출하며 무려 26년 간 K팝 시장의 대표 기획사로 명성을 이어온 SM과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현 K팝 시장의 거물로 부상한 하이브의 만남은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음악 시장을 뒤흔들만한 파급력을 지닌 소식이었다.
하이브, 이수만 지분 매수로 SM 최대주주 '우뚝'
하이브는 10일 공개매수 공고를 통해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보유한 SM 지분 14.8%를 약 4,228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전날 체결했다고 밝혔다.
당초 SM 1대 주주였던 이수만의 지분율은 18.46%로, 하이브는 이번 거래를 통해 단독 최대 주주가 됐다. 이와 함께 하이브는 지난 1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20일간 25%에 해당하는 595만1,926주의 지분을 동일한 가격에 추가 확보할 예정이라는 사실도 알렸다. 하이브가 공개매수에 성공할 경우 확보하게 되는 지분율은 무려 39.8%에 달한다. 단일 주주로서는 실로 압도적인 지분을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하이브가 이수만과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하며 일각에서는 최근 SM 경영진과 손잡고 신주 확보 등을 통해 9.05%의 지분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힌 카카오를 견제하기 위한 결정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카카오가 1대 주주였던 이수만에 이어 SM 2대 주주에 등극할 것이라고 알린 지 채 며칠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하이브의 지분 인수 소식이 전해지며 이같은 시선에 더욱 힘이 실렸다.
하지만 하이브는 이번 공개 매수 목적에 대해 "SM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해 한국의 대표적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위상에 걸맞는 바람직한 지배구조를 창립하기 위함"이라고 못박았다.
SM이 보유한 다양한 지적재산권(IP)와 사업적 기회가 주주를 포함한 이해 관계자들과의 분쟁과 지배구조상의 불확실성에 훼손되기 전에 동종업종에 종사하는 하이브와의 사업적 시너지를 통해 케이팝의 세계화라는 공동의 목표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한 결정이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하이브는 SM의 지분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이수만의 프로듀서 복귀설 등에 대해 직접적으로 해명했다. △이수만은 향후 3년 간 해외에서만 프로듀싱 업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지속적인 경영권 행사 및 SM 프로듀서 복귀는 없다 △이수만은 이번 주식양수도계약을 통해 하이브가 지정한 인사에 대한 이사선임 협력 의무가 존재하므로 SM에 경영권을 행사하거나 인사에 개입할 수 없다 △이수만이 보유한 잔여 지분은 경영권 행사 등 다른 의도로 보유한 것이 아니다라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SM 경영진은 이수만의 지분 매각에 따른 하이브의 지분 인수에 대해 반발했다. 경영진은 "하이브를 포함한 외부의 모든 적대적 M&A를 반대한다"며 "SM은 특정 주주·세력에 의한 사유화에 반대하며, 건전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립하고 주주 권리 보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발 담근 하이브, 'SM 3.0'의 미래는
물론 SM 경영진이 하이브의 지분 인수에 반박한 상태지만, 하이브의 SM 최대 주주 등극은 순차적으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하이브의 지분 인수를 '적대적 M&A'로 지칭한 SM 경영진의 입장과는 달리 하이브는 SM의 현 경영 체제를 지지하는 기조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하이브는 이번 지분 인수의 가장 큰 목적에 대해 'SM의 지배구조 개선'을 언급한 바다. 이를 위해 이수만의 관계사 지분을 매입함으로써 SM과 자회사들의 이수만 개인 지분을 정리하고, 당초 얼라인이 문제 삼았던 잔여 로열티를 상호 합의 하에 제거했다는 설명이다.
SM을 둘러싼 경영, 비용적 측면에서의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SM이 이수만 체제 탈피를 선언하며 알렸던 멀티 프로듀싱 체제로의 변화에도 하이브 의장인 방시혁의 존재는 적지 않은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성수 탁영준 대표는 최근 'SM 3.0'이라는 새 비전을 제시하며 멀티 프로듀싱 체제 도입을 예고했다. 그간 이 프로듀서 주도로 대표 가수들을 배출해왔던 시스템을 벗어나 SM의 제작 및 핵심 기능을 분산, 5개의 제작센터와 레이블이 자체적으로 아티스트를 프로듀싱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목표였다. SM 경영진은 카카오의 지분 확보도 'SM 3.0'의 가속화를 위한 방안이었다는 입장을 밝힐 정도로 사내 개혁에 대한 큰 의지를 드러냈던 바다.
일각에서는 하이브가 단독 최대 주주로 입지를 굳히게 될 경우 SM 경영진의 'SM 3.0' 청사진 실현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사실상 하이브를 통해 일찌감치 멀티 레이블 및 제작센터 분산 체제를 구현했던 방시혁의 투입은 SM이 밝힌 변화안과 긍정적인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하이브가 지분 공개 매수를 완료한 이후 SM이 하이브의 레이블로 편입될 것인지, 단독 회사의 형태를 유지할 것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어떤 형식으로 두 회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든 하이브와 SM의 만남은 K팝 생태계를 뒤흔들만한 '황소개구리'의 탄생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미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국내외 굵직한 기획사들을 산하 레이블로 거느리며 몸집을 불린 하이브와 K팝 대표 기획사로 군림해 온 SM의 만남이 시장을 독점하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하이브는 SM 인수에 대해 "양사의 글로벌 역량을 결집시켜 세계 대중음악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로 도약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향후 3대 사업 축인 레이블과 솔루션, 플랫폼의 모든 분야에서 SM과 전략적 시너지 창출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과연 이들이 자신한 전략적 시너지가 K팝 시장을 집어 삼키는 '황소개구리'가 되지 않을지, 우려와 기대를 함께 걸어봐야 하겠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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