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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이슈 물가와 GDP

고물가에 ‘짠테크’ 늘자… 유료 멤버십 ‘옥석 가리기’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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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들 “중복 가입 낭비” 속속 이탈

회원 2000만명 이커머스업계 긴장

일부 업체, 멤버십 줄이거나 대체

선두권은 혜택 늘려 차별화 경쟁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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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모 씨(41)는 이달 온라인 쇼핑몰 유료 멤버십 3개 중 2개를 해지했다. 무료 배송과 할인 혜택이 비슷한 서비스가 중복돼 월 회비 부담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 대신 도시락을 싸게 살 수 있는 편의점 멤버십에 새로 가입했다. 김 씨는 “각각의 구독료는 5000원도 안 되지만 두세 개 모이면 고정 지출이 적지 않다. 혜택이 겹치지 않도록 멤버십을 조합해 돈 샐 틈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고물가로 인해 유료 멤버십 줄이기에 나선 소비자가 늘면서 업체마다 우후죽순으로 선보였던 유료 멤버십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소비자 이탈로 회원제 유지가 어려워진 일부 업체들은 유료 멤버십을 포기하거나 혜택을 축소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회원제 기반으로 고객 ‘록인(lock in)’ 전략을 펼치던 이커머스 업계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각 사가 주장하는 회원 수만 합쳐도 쿠팡 900만 명, 네이버 800만 명(누적), G마켓(SSG닷컴 통합) 300만 명 등 2000만 명에 육박한다. 하지만 가족 공동사용이 많은 점과 평균 가구원 수(2∼3명)를 감안하면 남아 있는 ‘순수 비회원’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용자가 폭증하던 시기에는 일단 회원 수를 늘리기 위해 파격적인 혜택을 줬지만 경기가 침체되고 순 이용자가 감소하면 밑지는 혜택을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멤버십 경쟁이 과열되면서 수익성 제고를 위해 혜택을 재조정하는 업체도 생기고 있다. 일부 호텔은 연회비를 올리면서 조식 쿠폰을 식음료 이용권으로 대체했다. 티몬은 유료 멤버십 슈퍼세이브를 지난해 11월 종료했다. 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인 넷플릭스도 수익성 제고를 위해 계정 공유 수수료를 확대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커머스 선두권 업체들 사이에서의 차별화 경쟁은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멤버십 개수 줄이기에 나선 소비자들이 본전을 뽑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혜택을 주는 곳만 남겨 두는 ‘멤버십 짠테크’에 나서면서 기존 할인, 쿠폰 혜택을 넘어선 플러스알파 서비스가 필수가 됐기 때문이다.

쿠팡과 양강 구도인 네이버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공략과 함께 제휴 동맹을 늘리는 전략을 쓰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존 멤버십에 게임 구독, 영어 학습권 등 대학생 맞춤 혜택을 보강한 캠퍼스 전용 멤버십을 선보인 이후 20대 이용자가 10% 늘었다. 쿠팡은 지난해 국내 OTT 앱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한 쿠팡플레이 인기를 바탕으로 최근 여행상품 전문관 쿠키트래블 등 혜택을 늘리며 차별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G마켓도 이르면 6월 이마트, 신세계, 스타벅스 등 그룹사와 2단계 통합 멤버십을 선보여 구독자를 잡겠다는 방침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유료 멤버십의 경우 과도한 혜택이 늘면 기업 비용부담이 높아져 결국 수익성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며 “전보다 기업 특성에 맞춰 효율적이고 세밀한 설계로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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