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겨울 난방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에 난방비를 지원하기로 한 1일 서울 중구 동자동 쪽방촌에 보일러 연통이 설치돼 있다. 성동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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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난방비 폭탄’으로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잇달아 대책을 내놨지만 정작 이에 소요되는 재원은 적자 늪에 허덕이는 공기업들에 떠넘기고 있다. 올해 난방비 급등으로 취약계층 부담이 큰 폭으로 늘었지만 정부가 재정 투입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재무위험 기관’으로 지정된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지역난방공사의 부담만 가중될 전망이다. 수조원대 미수금까지 쌓인 마당에 결국 ‘밑돌 빼서 윗돌 괴기’에 그치는 모양새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지역난방공사에 따르면 이번 지역난방 사용 가구 중 취약계층 지원에 약 161억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 부담은 전부 지역난방공사가 부담한다. 이전 지역난방 취약계층 지원에도 지역난방공사는 약 11억원의 비용을 부담했다.
가스공사의 부담은 더 크다. 지난 1일 차상위계층까지 난방비 59만2000원을 지원하는 ‘겨울철 가스요금 추가 지원 대책’에 소요되는 약 3000억원은 전액 가스공사가 부담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에 대한 가스요금 할인액을 9000∼3만6000원에서 두 배 오른 1만8000∼7만2000원으로 확대하는 데 드는 약 1700억원도 가스공사 몫이다.
반면, 정부가 이번 난방비 지원 대책에 부담하는 금액은 1800억원에 그친다. 약 5000억원에 달하는 공기업 부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1800억원은 에너지바우처 지원금을 15만2000원에서 30만4000원으로 두 배 인상하면서 발생한 비용이다. 정부는 기존에 편성된 800억원의 예산에 1000억원의 예비비만 새로 투입했을 뿐이다.
정부가 난방비 지원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공기업 부담은 늘어날 전망이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급등으로 이미 미수금이 9조원 넘게 불어난 상태다. 가스공사는 LNG 매입 단가가 판매단가보다 높으면 미수금으로 쌓아두고 이를 추후 요금 인상으로 보전받는다.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은 최근 올해 3월까지 미수금은 12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는 미수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올해 MJ(메가줄)당 최소 8.4원은 올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는 지난해 가스요금 인상 폭(5.47원)의 약 1.5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번 난방비 지원 부담을 가스공사가 떠안으면서 요금 인상 폭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이 와중에 가스공사는 미수금 처리에 따른 회계 장부상 ‘착시효과’로 2조원의 영업이익을 지난해 기록하면서 수백억원을 정부에 배당할 처지에 놓였다. 이대로 가면 가스공사의 빈 곳간을 장차 소비자들이 요금을 올려서 메워야 할 판이다.
지역난방공사도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이 2779억원에 이를 정도로 재무구조가 악화하고 있다. 지역난방공사는 지난해 9월 기획재정부에 중장기 재무건전화 계획에 올해 총 343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했다.
그러나 정부는 재정 지원에는 선을 긋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단계에서는 정부 재정을 투입해 난방비를 지원할 계획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통해 직접 지원에 나설 가능성은 작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날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예산을 통과시키고 집행을 시작한 지 한 달 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며 “현재로서는 추경 필요성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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