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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녹아내리는 빙하 호수…전세계 1500만명 ‘홍수 시한폭탄’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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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 갑자기 녹아내리면 쓰나미 같은 홍수 발생

위험 인구의 절반은 인도·파키스탄·중국·페루 집중

온난화 이후 빙하호수 규모 늘며 불안정 커져


한겨레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지역의 페리토 모레노 빙하가 2016년 3월 갑자기 붕괴하고 있다. 빙하 호수에서 시작되는 갑작스런 홍수 위험 지역에 사는 인구가 세계적으로 1500만명에 달한다는 연구가 나왔다. 파타고니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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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계속 녹고 있는 가운데 빙하 호수가 갑자기 녹아 내려 발생하는 홍수의 피해 위험 지역에 사는 이들이 세계적으로 1500만명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뉴캐슬대학과 뉴질랜드 캔터베리대학 등의 국제 연구팀은 7일(현지시각)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빙하가 갑자기 붕괴하면서 빙하 호수에서 홍수가 발생할 때 피해가 우려되는 인구가 세계적으로 1500만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빙하 홍수 피해 우려가 큰 인구의 절반 이상은 인도, 파키스탄, 중국, 페루 등 4개 나라에 집중되어 있다고 지적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특히, 아시아의 고산 지대에 흩어져 있는 빙하 호수에서 10㎞ 이내에만 100만명 가량이 거주하고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남아메리카의 안데스 산맥도 빙하 호수의 홍수 위험이 큰 지역으로 꼽혔다.

연구팀은 “빙하가 갑자기 녹아내리면서 시작되는 홍수는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는 주요 재해로 꼽힌다”며 “1990년 이후 인구 거주 지역 상류의 빙하 호수 개수와 규모가 급격하게 늘었지만 그동안은 그 규모를 정확하게 계량화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에이피>는 북미나 유럽 등 온대 지역에서는 빙하 호수의 홍수 위험이 낯설지만, 고산지대에서는 심각한 피해를 유발하는 홍수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고 전했다. 1941년에는 페루의 팔카코차 호수에서 빙하가 갑자기 녹아내리면서 쓰나미와 같은 강력한 물 폭탄이 산 아래 도시 우아라스를 덮쳐 1800~6000명이 숨진 것으로 과학자들은 분석했다. 이때 우아라스를 덮친 물의 양은 950만~1150만㎥ 정도로 추정됐다.

최근 사례로는 지난 2020년 11월 28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웨스트그렌빌 빙하가 갑자기 무너져내리면서 물 기둥이 100m까지 치솟은 바 있다. 이 호수 주변은 사람이 살지 않는 외딴 곳이어서 인명 피해는 없었다. 2021년 2월 7일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주에서 적어도 26명의 목숨을 앗아간 홍수도 산속 빙하 호수가 갑자기 녹아내리면서 시작된 것으로 나중에 확인된 바 있다고 <에이피>는 전했다.

과학자들은 지구 온난화 때문에 빙하 호수 홍수가 더 잦아졌다는 증거는 아직 없지만, 빙하가 계속 녹으면서 빙하 호수의 수량이 늘고 있어 홍수가 생겼을 때 피해는 훨씬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뉴질랜드 캔터베리대학의 재난위험 과학자 톰 로빈슨은 “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주변 호수의 규모가 커지고 있으며 이는 호수의 상태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빈슨은 파키스탄 북부 카이베르파크툰크와주의 분지 지역을 가장 위험한 곳으로 꼽았다. 그는 “호수 아래 계곡 지역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페루의 산타 분지, 볼리비아의 베니 분지도 못지 않게 위험한 지역이라며 그동안은 관심이 히말라야 산맥에 집중되어 있었지만 이제는 안데스 산맥 상황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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