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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AI가 투자하니, 코스피 폭락때도 9% 수익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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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일상을 바꾸다] [4] 금융시장 ‘게임 체인저’로

AI로 돈 굴리는 국내업체 118곳… 작년 33만명 1조8000억 맡겨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을 위한 미국과 러시아 등의 회담이 결렬됐던 지난해 1월 중순 인공지능(AI)에 기반한 투자 앱 ‘콴텍’의 위험 관리 시스템 ‘큐엑스 모듈’은 자사 운용 상품에 ‘위험 관리 1단계’를 일괄 적용해 주식 등 위험 자산의 비율을 50%로 줄였다.

한 달 뒤인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에는 ‘위험 관리 2단계’를 적용, 위험 자산의 비율을 더 축소했다. AI의 판단에 따른 위험 관리로 콴텍의 대표 상품인 ‘국내주식형 대형 4호’ 펀드는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8.99% 수익을 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12.94%, 코스닥 지수는 16.46% 하락했다.

AI가 투자의 세계에도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컴퓨터를 활용한 투자 자문 서비스인 로보어드바이저(Robo Advisor) 업계는 2010년대 단순히 데이터 통계 치만을 제시하던 수준에서 자체 개발한 딥러닝 AI에 운용을 일임하는 수준까지 도약했다. 전에는 소규모 스타트업 위주로 생태계가 구성됐지만 이제는 대형 증권사와 자산 운용사들도 앞다퉈 자체 AI 개발에 나서고 있다.

투자 자문용 AI는 고객의 투자 성향, 목표로 하는 수익률, 자금이 필요한 시점 등의 정보를 바탕으로 적절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주고 투자 일임을 받는 경우 운용까지 직접 한다. 과거 데이터를 학습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시장과 기업들의 상황을 반영에 투자 여부를 판단한다. 24시간 쉬지 않고 데이터를 모니터링해 즉각적인 대응을 하는 것도 장점이다.

조선일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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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을 활용한 로보어드바이저(Robo Advisor)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 전산운용업체인 코스콤 집계에 따르면, 작년 12월 국내 이용자 수는 33만8179명으로 1년 전보다 12% 증가했다. 5년 전인 2017년과 비교하면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운용하는 금액도 2017년 4219억원에서 지난해 1조8119억원으로 4.2배 늘었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어나는 만큼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들도 많다. 파운트투자자문, 디셈버앤컴퍼니운용, 콴텍투자일임 코스콤 심사에 참여한 회사만 118개에 달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과거 데이터의 통계 치를 내는 알고리즘을 판매하는 업체도 있는가 하면 딥러닝이 가능한 AI를 개발한 곳들도 있다. 천차만별인 상황”이라고 했다.

대형 증권사들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중이다. 미래에셋증권, 신한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등이 자체 AI를 개발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제공하고 KB증권, NH투자증권, 한화증권 등은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과 협업해 AI 투자 자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수익률은 천차만별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이용 시 투자자의 투자 성향을 설문해 이를 반영하는데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의 투자 유형별 수익률은 안정 추구형 -6.09%, 위험 중립형 -8.95%, 적극 투자형 -11.91% 등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24.98%, 코스닥 지수가 -34.30%였던 것과 비교하면 하락장에서 수익률 방어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코스콤 측은 “지난해 로보어드바이저 수익률 상위 5개 상품만 보면 평균 수익률이 12% 수준”이라고 했다.

국내 금융 그룹 첫 AI 전문 회사인 신한AI의 김성호 팀장은 “사람이 운용할 경우 수많은 정보 속에서 문제가 될 정보를 찾아 결과를 도출하고 이를 상품에 적용하는 데 물리적인 시간이 드는데 이를 줄일 수 있다”며 “다만 현재 대부분의 상품이 AI에 완전히 운용을 일임하는 것이 아니라 AI의 조언을 토대로 사람이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AI가 위기 상황에서 더 나은 대응을 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단계”라고 했다.

◇해외서도 AI 투자 자문 인기 상승

투자 전문 매체 배런스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미국의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규모는 9880억달러(약 1242조원)에 이른다. 2010년대 중반 3000억달러 수준에서 10여년 만에 3배 이상 커진 것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상승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2000년대 후반 웰스프론드, 베터먼트 등의 로보어드바이저 업체가 등장한 이후 관련 업계가 성장해왔다. 미국의 대형 투자 은행 모건스탠리와 대형 자산 운용사 찰스슈왑 등도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의 주요 제공자가 됐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대형 은행들이 새롭게 등장한 MZ 투자자들의 자산 관리 서비스로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로보어드바이저 도입에 나서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MZ세대 투자자들은 빠르고 쉽게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개인 맞춤형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이들은 사람보다 알고리즘을 더 신뢰하고, 주식에서 암호 화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투자 대상에 관심을 가진다”며 “향후 50년간 고객이 될 젊은 투자자를 확보하기 위해 대형 은행들이 나선 것”이라고 했다.

◇”아직 초기 단계, 한계 뚜렷해”

전문가들은 금융 분야의 AI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라고 지적한다. 투자자들이 금융 AI에 기대하는 것은 높은 수익률인데,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미래 예측’이 과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는 AI에는 어렵다는 것이다. 정재식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딥러닝과 금융 자료를 활용한 예측은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AI의 최종 단계인 강화 학습(reinforcement learning·과거에 없던 데이터를 스스로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학습 환경 조성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금융시장에서 쌓은 경험과 지식이 있는 전문적인 금융 인재”라고 지적했다.

[김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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