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처음 접한 골볼에 빠져
공에 든 방울소리 듣고 몸날려 막아
작년 세계선수권 준우승 이끈 골잡이
감독 “야구로 치면 시속 150km 투수”
2024 파리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는 한국 여자 골볼 대표팀의 레프트 심선화(서울시청)가 지난달 26일 팀 훈련장인 서울 강동구 고덕사회체육센터에서 수비 자세를 취하고 있다. 공에 든 방울 소리에만 의존해 공을 던지고 막는 시각장애인 스포츠 골볼은 모든 선수가 장애 등급과 상관없이 동일한 조건이 되도록 눈을 완전히 가린 채 경기를 치른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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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소심했어요. 그런데 공만 들면 완전 적극적으로 돌변했던 거죠.”
한국 여자 골볼 대표 심선화(31·서울시청)는 운동을 처음 시작했던 중1 시절을 이렇게 회상했다. “요즘에도 성격유형지표(MBTI) 검사를 해보면 ‘I’(내향형) 그 자체가 나온다”는 심선화는 “제일 좋아하는 음식인 잔치국수가 점심 급식으로 나와도 ‘더 주세요’라는 한마디를 못했다”면서 “그런데 코트에서는 칭찬을 많이 받다 보니까 신이 났다”고 말했다.
골볼은 소리가 나는 방울 2개가 들어 있는 무게 1.25kg의 공을 상대 골대에 던져 넣어 승부를 가리는 시각장애인 스포츠다. 심선화는 태어난 지 1주일 만에 원인 모를 질병을 앓았고 이후 시각장애 2급(좋은 눈의 시력이 0.04 이하) 판정을 받았다. 경기 중에는 소리로만 공 위치를 짐작할 수 있기에 골볼 선수들은 최대한 ‘은밀하게’ 움직여야 한다.
심선화에게 골볼을 소개한 사람은 골볼 선수 출신인 서울맹학교 구희웅 선생님(64)이었다. 체육 담당이던 구 선생님은 성격은 조심스럽지만 키 162cm로 그해 중1 여학생 평균(154.9cm)보다 7cm가 큰 데다 팔씨름에서는 남학생도 적수가 되지 못했던 심선화가 골볼과 잘 맞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과는 ‘예상 적중’이었다. 심선화는 지난해 12월 국제시각장애인스포츠연맹(IBSA) 포르투갈 골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팀 내 최다 득점(24골)을 기록하며 한국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한국 여자 대표팀은 이 대회 결승 진출로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이후 28년 만에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출전권도 따냈다.
지난달 26일 팀 연습장인 서울 강동구 고덕사회체육센터에서 만난 심선화는 “(튀르키예에 4-10으로 패해) 금메달은 못 땄지만 2024 파리 패럴림픽에 나갈 수 있게 돼 만족했다”며 “어렸을 때부터 막연하게 꿈꾸기만 했던 패럴림픽 무대에서 내가 직접 뛰게 됐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선화(아래)가 정지영 감독을 업은 채 웃음짓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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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선화가 던진 공은 빠르면 0.7초 안에 상대 골망을 흔든다. 남자 선수(0.6초)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서울시청과 대표팀에서 모두 심선화를 지도하는 정지영 감독(33)은 “심선화는 야구로 치면 시속 150km의 빠른 공을 제구력 좋게 잘 던지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심선화는 “훈련할 때 같은 코스로 하루 100개도 넘는 공을 던진다. 중지와 약지로 공 끝을 긁어야 회전이 강하게 걸리는데 감각을 제대로 익히고 싶어 손가락 테이프를 아예 풀고 던질 때는 종종 살점이 떨어져 피가 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심선화가 ‘피 나도록’ 골볼 훈련에 매진하는 이유는 4년 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 앞에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역시 시각장애인이었던 어머니 심순옥 씨는 2012년 뇌출혈로 쓰러진 뒤 2019년 눈을 감았다. 헬스키퍼(안마사)로 일하던 딸이 서울시청 팀 창단과 함께 정식 골볼 실업 선수가 된 직후였다. 심선화는 “어머니 상태가 많이 위중했는데 내가 제대로 된 직장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 침대에 누워 계시던 어머니께 은·동메달을 가져다드리면 ‘금메달이 아니라 마음에 안 든다’며 고개를 가로저으시곤 했다”며 “어머니가 금색만 좋아하시니 어쩔 수 없다. 파리에서 금메달을 딴 뒤 경기 양주시에 모신 어머니를 찾아가겠다”고 다짐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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