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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반유대발언’했다고…소말리아 출신 미 의원, 외교위 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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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말리아 출신 오마르 의원 외교위서 쫒겨나

한겨레

미국의 일한 오마르 민주당 하원의원이 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디시 의회를 나서고 있다. 그는 이날 과거 이스라엘 비판 발언을 문제삼은 공화당의 주도로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제명됐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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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이민자 가정 출신인 미국 하원의원이 과거에 했던 이스라엘 비판 발언 때문에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축출됐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미국 하원은 2일(현지시각) 본회의에서 일한 오마르 민주당 하원의원(미네소타)을 외교위에서 제명하는 내용이 담긴 결의안을 격론 끝에 찬성 218표, 반대 211표로 통과시켰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공화당에선 기권 한 명을 빼고 모두 찬성했고, 민주당은 전원 반대표를 던졌다.

오마르 의원은 2019년 의원들이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건 돈 때문이라는 취지로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그는 소셜미디어에 친이스라엘 로비 단체인 ‘미국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AIPAC)를 겨냥해 “문제는 모두 벤저민 베이비”라고 올렸다. 미국 100달러 지폐에 ‘벤저민 프랭클린’ 초상화가 그려져 있는 것을 빗댄 것이다. 또 ‘누가 이스라엘을 지지해달라고 의원들에게 돈을 주느냐’는 물음에도 “미국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라고 적었다.

오마르 의원은 2021년 5월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을 겨냥해 “아파르트헤이트 국가”라고 비판해 논란을 일으켰다. 아파르트헤이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과거 백인 소수정권 시절 시행한 흑·백간 인종분리와 차별정책을 말한다. 이 발언에 대해 민주당 동료 의원들로부터도 “너무 나간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자 곧바로 사과했었다. 당시 그는 “다른 사람이 내 정체성을 공격할 때 내 말을 들어주길 기대하는 것처럼 우리는 비판을 받으면 기꺼이 한 걸음 물러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며 “이것이 내가 두말없이 사과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오마르 의원은 소말리아 출신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2018년 첫 이슬람 여성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미국 의회에서 종교적 이유로 머리를 가리는 것이 허용된 이후 처음 히잡을 쓰고 의정 활동을 해 유명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2019년 오마르 등 유색인종 출신 의원 4명을 가리켜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었다.

이 결의안은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공직자 출신인 맥스 밀러 공화당 의원(오하이오)이 발의했다. 그는 결의안에서 “오마르 의원의 발언이 하원에 불명예를 안겼다”고 밝혔다. 공화당 의원들 중에도 ‘외교위 제명’은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공화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하원 의장 등이 적극 설득하자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오마르 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이 결의안에 대해 “이것은 누가 미국인이 될 수 있느냐에 대한 것”이라며 “아프리카 이슬람 이민자 출신인 내가 표적이 됐다는 것에 놀랄 사람이 있겠느냐”고 반발했다. 또 “내 목소리는 더 커지고 강해질 것이고 내가 앞서 가며 한 일은 세계에서 축하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반대 토론에서 이 결의안이 오마르 의원의 출신을 문제삼는 인종주의적 공격이라고 맞섰다. 민주당 원대대표 하킴 제프리스(뉴욕)는 오마르 의원이 실수한 적도 있고 반유대적 비유를 사용한 적도 있지만, 이것은 그에 대한 표결이 아니라 “정치적 보복”이라고 비판했다. 2년 전 민주당이 다수당이던 하원에서 극우 공화당 의원 머조리 테일러 그린과 폴 고사를 상임위에서 제명했던 사실을 가리킨 것이다.

반면 공화당은 오마르 의원의 언행이 외교위에서 활동하기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마이클 게스트 공화당 의원(미시시피)은 “외교위에서 일하는 의원들은 모두 국제관계의 민감성이나 국가안보의 우려 때문에 가장 높은 수준의 행위를 해야 한다”며 오마르 의원은 외교위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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