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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조코비치, 추방 당했던 호주에서 다시 추앙 받으며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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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서 치치파스에 3대0

메이저 통산 22번째 정상

호주오픈 결승 10전 10승

정확히 1년 전 추방당해 코트를 밟지도 못했던 대회, 이번엔 가장 맨 위에서 추앙받으며 행복한 결말을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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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크 조코비치가 29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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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크 조코비치(36·세르비아·세계 5위)는 29일 호주 멜버른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호주오픈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스테파노스 치치파스(25·그리스·4위)를 2시간 56분 혈투 끝에 3대0(6-3 7-6<7-4> 7-6<7-5>)으로 제압하고 이 대회 통산 10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는 호주오픈 결승 10전 10승이라는 파죽지세로 자신이 지닌 이 대회 최다 우승 기록을 갈아 치웠다. 그리고 22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 트로피를 신고하며 라파엘 나달(37·스페인·2위)과 이 부문 최다 공동 1위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지난해 6월 이후 7개월 만에 세계 랭킹 1위 자리도 되찾게 됐다.

◇칼 갈았던 조코비치

조코비치에게 2022년 전까지 호주오픈은 특별한 곳이었다. 그 역시 호주오픈을 “가장 좋아하는 대회”로 여러 차례 지칭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코비치는 지난해 1월 호주 정부와 법정 다툼 끝에 추방당하며 대회에 아예 나서지 못했다. 이때만 해도 호주오픈은 선수·코치·자원봉사자 등이 전부 백신 접종을 받아야 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는데, 그가 코로나 백신 미접종 상태로 출전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호주의 남자’에게 굴욕적이면서도 실망스러운 순간이었다.

올해 방역 기준이 완화되며 조코비치의 출전이 가능해졌고, 그는 남다른 각오로 호주에서의 재기를 노렸다. 결승에서도 이런 절치부심의 결의가 느껴질 정도였다.

조코비치는 첫 번째 세트를 36분 만에 손쉽게 가져가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첫 서브 성공 시 94%(18번 중 17번) 승리라는 압도적인 확률로 점수를 따내면서 치치파스에게 단 한 번의 브레이크 기회도 내주지 않았다.

하지만 ‘빅 서버’ 치치파스는 두 번째 세트에서 시속 205㎞를 넘나드는 매서운 서브를 꽂아넣고 채찍을 휘두르는 듯한 강력한 원핸드 백핸드로 반격했다. 조코비치는 2세트 후반엔 관중석의 코치와 언쟁을 벌이는 모습을 보이고, 공을 받으려다 나뒹굴기도 하는 등 치치파스의 기세에 눌린 듯했다. 둘은 끈질기게 각자의 서브 게임을 지켜냈고, 결국 세트는 타이 브레이크 상황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조코비치는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끝내 세트를 따냈다.

옷을 갈아입고 나선 세 번째 세트에서 조코비치는 첫 서브 게임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을 했다. 그러나 ‘호주오픈의 제왕’답게 곧바로 치치파스의 게임을 따내며 응수했고, 타이 브레이크 끝에 치치파스의 추격을 따돌리며 통산 10번째 호주오픈 우승을 거머쥐었다. 조코비치는 챔피언십 포인트 상황에서 치치파스의 샷이 라인 밖으로 나가며 우승이 확정되자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기뻐했다. 그리곤 코치와 팀이 있는 관중석으로 달려가 이들과 부둥켜안으며 환호했고, 울먹거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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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크 조코비치가 29일 열린 호주오픈에서 우승한 뒤 우승 트로피에 입맞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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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어려웠던 대회”

이번 대회를 앞두고 왼쪽 다리 햄스트링 근육 부상을 호소한 조코비치는 대회 내내 왼쪽 다리에 하얀 압박 붕대를 감고 경기에 나섰다. 이날엔 붕대가 보이진 않았지만 그는 경기 동안 몇 차례 다리를 절뚝거리는 등 불편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모든 여정이 결코 만만치 않았다. 작년엔 출전을 못했고, 올해엔 부상 여파에 시달렸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조코비치는 경기 후 시상식에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포문을 열면서 “이번 대회는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내게 가장 어려운 대회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작년엔 아예 대회에서 뛰지도 못했었다”고 했다. 이어 “그래도 나를 환영해준 사람들 덕분에 힘을 냈다. 다시 호주에서 최고의 기량을 선보일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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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오픈 남자 단식 우승자 노바크 조코비치(왼쪽)와 준우승자 스테파노스 치치파스의 모습.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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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그와 치치파스가 테니스 변방으로 취급 받았던 나라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내세워 “지금 이 순간을 지켜보고 있을 세계 곳곳의 여러 테니스 꿈나무들에게 이런 말을 전하고 싶다. 감히 꿈꾸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너의 꿈을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단 한 사람만 있으면 된다. 할 수 있다”고 말하며 감동을 자아냈다.

조코비치는 시상식 말미에 “이번 호주오픈을 열심히 준비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 내년에도 볼 수 있길 바란다”고 여운을 남기며 대회에 마침표를 찍었다.

[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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