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2년차지만 리그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한 대한항공 미들블로커 김민재. 용인=김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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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국가대표 축구 선수와 똑같고, 등번호는 농구 황제와 같다. 배구판에 나타난 '스무살 괴물' 김민재(1m95㎝·대한항공) 얘기다.
디펜딩챔피언 대한항공은 올 시즌도 선두를 달리며 3연패를 향해 순항중이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한선수, 정지석, 곽승석, 임동혁 등 국가대표급 멤버 덕분이다. 여기에 새로운 힘이 더해졌다. 고졸 프로 2년차 미들블로커 김민재다.
김민재는 팀이 치른 24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했다. 속공 3위(62.0%), 블로킹 8위(세트당 0.533개) 등 개인 기록에서도 모두 상위권에 올랐다. 아직 경험이 부족해 실수가 잦지만 뛰어난 체공 능력을 활용해 활약 중이다. 생일이 지나지 않아 아직 만으로는 19살이지만 형님들을 제치고 주전을 꿰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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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도 용인 대한항공 체육관에서 만난 김민재는 "점프 높이를 재 본 적은 없다. 초등학교 때부터 육상, 축구 등 다양한 운동을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운동신경이 발달하고, 점프력도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재는 입단 당시부터 화제였다. 인하부고 3학년인 그는 대학 진학 대신 프로행을 선택했고, 2라운드 1순위로 지명됐다. 배구는 고졸 후 프로에 직행하기보다는 대학에 가는 게 일반적이다. 게다가 축구 선수 김민재(나폴리)와 이름이 같다. 수비수인 김민재(1m90㎝)처럼 체격이 좋고, 상대 공격을 막는 게 주된 임무다.
김민재는 "포털사이트에 딱히 이름을 찾아보진 않는다"며 "그분은 저와 비교할 수도 없는 레벨이다. 내 이름이나 알지 모르겠다.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비교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했다. 이어 "하이라이트 영상, 경기 중계를 보기도 한다.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해외에서 뛰는 모습이 부럽다"고 말했다.
나폴리에서 뛰는 축구 국가대표 김민재.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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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번호는 운동선수의 또다른 이름이다. 한국배구연맹은 올 시즌부터 20번까지 제한을 뒀던 등번호를 99번까지 확장했다. 지난해 4번을 쓰던 김민재는 마이클 조던을 따라 23번으로 바꿨다. 조던이 워싱턴 위저즈에서 세 번째 은퇴를 한 2003년에 태어난 김민재는 "당연히 조던의 플레이를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유튜브에서 하이라이트를 본 적은 있다. 명언도 찾아봤다"고 했다.
김민재가 조던을 우상으로 삼게 된 건 토미 틸리카이넨(핀란드) 대한항공 감독 때문이다. 김민재는 "감독님께서 나를 조던과 같은 이니셜인 MJ(Minjae)로 부른다. 자연스럽게 조던에 대해 찾아보게 됐고, 최고의 선수니까 등번호도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배구선수 중 농구화를 신는 선수도 있지만, 김민재는 '에어 조던'을 신지는 않는다. 김민재는 "우리 팀 스폰서 브랜드"라고 웃었다.
23번을 달고 뛴 최고의 농구 스타 마이클 조던.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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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는 배구 늦깎이다. 중학교 때까지는 배구부가 아니었다. 김민재는 "스포츠 클럽 활동을 열심히 했다.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농구, 축구, 플라잉 디스크, 카바디, 풋살, 배구 등을 했다. 킥복싱 선수 제안도 받았다"고 했다.
부모의 반대로 선수 활동은 하지 않았던 그는 부평동중 3학년 때 배구를 시작했다. 한선수나 정지석 같은 선배들의 이름도 몰랐다. 김민재는 "중학교 3학년 때 1m90㎝를 넘겼다. 인하사대부고엔 나처럼 배구를 처음 시작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래서 동기들과 잘 지냈다. 1학년 때부터 경기에 나갈 수 있어 재밌었다"고 떠올렸다.
배구 경력이 짧지만, 틸리카이넨 감독은 김민재의 잠재력을 눈여겨봤다. 기본기가 부족한 그를 위해 장광균 코치도 힘을 보탰다. 프로 첫 해 정규시즌 최종전에 출전한 김민재는 18득점을 올렸다. 그리고 올 시즌엔 개막전부터 쭉 스타팅으로 나섰다. 김민재는 "(한선수, 유광우)세터 형들이 많이 도와준다. 감독님은 '자신있게 하라'는 걸 강조한다. 감독님과 캐스퍼 코치님이 속공 타이밍과 블로킹 손 모양에 대한 조언을 많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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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나타난 대형 미들블로커 유망주의 등장에 팬들의 반응도 뜨겁다. 올스타 팬투표에서 당당히 남자부 2위에 올랐다. 김민재는 "프로 2년 차인데 큰 사랑을 주셔서 많이 놀랐다.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선배 정한용은 "하루에 두 세 번은 팬투표를 확인했다"고 놀리기도 했다. 김민재는 "구단 유튜브를 통해 팬들이 원하는 세리머니를 들은 뒤 올스타전(29일)에서 선보이겠다"고 했다.
김민재는 입단하자마자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김민재는 "챔피언 결정전 이야기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지난 시즌엔)내가 뛰진 않았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멋진 경기였다. 이번엔 당연히 뛰고 싶다. 시즌을 꾸준히 잘 치르는 게 힘든데, 끝까지 잘 유지하겠다. 그리고 챔프전에 나가 대한항공의 트레블(컵대회·정규리그·챔프전 우승)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용인=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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