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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중대재해법 시행 후

[취재파일] 중대재해법 시행 1년, 달라진 것과 달라지지 않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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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손 보는 정부 그리고 '한 사람'이 사라진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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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담당 기자에겐 거의 매일같이 <Web 발신>으로 시작하는 사망사고 알림 문자메시지가 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는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에 발송되는 문자입니다. 지난해 전체 산업현장에서 숨진 사람은 644명으로 다소 줄었지만, 중대대해법 적용을 받는 사업장에서 숨진 사람은 256명으로 법 시행 이전보다 오히려 8명 늘었습니다. 숫자가 말하지 않는 '달라진 풍경'은 또 있습니다.

'작업중지권' 쓰면 상 주는 건설사…'안전 교육' 강화 분위기



원청과 큰 공사현장을 중심으로 작업중지권 사용이 확대되고 있는 건 고무적인 분위기입니다. 작업자가 위험하면 언제든지 작업을 멈출 수 있도록 한 '작업중지권'은 그동안 법에 근거 규정이 있어도 사실상 쓰기 어려운 분위기였습니다. 아직은 소수 건설사에 한정된 이야기지만 '작업중지권' 사용이 장려되는 건 분명히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실제로 기자가 찾아갔던 한 대기업 공사현장에서는 작업중지권을 가장 많이 쓴 사람에게 상품을 주고 시상식도 열고 있었습니다. 잠깐의 멈춤으로 인한 '손해'가 돌이킬 수 없는 인명피해보다 낫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전재희 건설노조 교육선전실장은 "작업중지권 사용으로 공기 연장과 금전적 손실 등을 감수하고서라도 원청을 중심으로 작업중지권을 보장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는 건 큰 의미가 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추락방지망'도 없는 작은 공사장…여전히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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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경력 건설노동자 박종국 씨가 직접 촬영한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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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마저도 공사 규모가 작을수록, 도시를 벗어난 외곽일수록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입니다. 중대재해법은 50인, 50억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는 탓에 공사 규모가 작은 곳에서는 제대로 집계조차 되지 않는 사고와 죽음이 여전합니다. 아직도 이런 곳에서는 기본적인 추락방지망조차 설치되지 않아 대형 인명피해가 나는 곳이 많습니다. 지난해 9월 강원 원주시 행정복합문화센터 건설현장에서 추락한 55살 A 씨의 경우 목뼈가 6개가 골절돼 지금도 의식이 없는 상태지만, 사망이 아니라는 이유로 '중대재해'로 집계되지 않았습니다. 흔히 1군 업체로 분류되는 대기업 현장 말고는 기본적인 안전발판 등도 여전히 부족한 게 현실이라는 겁니다. 숙련도 등이 중요한 건설현장은 50대 후반과 60대 초반 노동자들 비중이 높은데 중대재해법을 피하려는 이유로 60대 이상 고령자 고용 기피 흐름도 뚜렷하다는 게 노조 관계자의 이야기입니다.

'자율 예방' 강화 시그널…중대재해법 책임자 처벌은 지지부진



이제 시행 갓 1년 된 중대재해처벌법을 손 보려는 움직임은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있을까요. 지난해 9월 화성 화일약품 폭발로 숨진 고 김신영 씨 사고 대책위에서 활동하는 정경희 직업환경의학전문의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고 발생이 9월 30일이었고, 국과수 부검 최종 결과가 나온 게 11월 중순이었는데 아직까지 중대재해 위반 여부에 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원인 조사를 그렇게 많이 했는데 중대재해법 위반에 대한 판단을 미루고 있어요. '처벌과 규제를 완화하고 예방을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시그널이 고용노동부의 기소 결정을 늦추는 배경이 되는 것 아닌가 강한 의구심이 듭니다." 지난해 발생한 229건의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 사고 중 사건 송치 후 기소까지 이뤄진 사례는 11건, 아직 유죄까지 인정된 사례는 1건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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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화일약품 폭발 화재 당시 (사진=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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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로 가족이 떠난 자리



중대재해처벌법 1년 기획 보도를 준비하면서 산재로 가족을 잃은 유족 인터뷰를 꼭 담겠다고 다짐했었습니다. 큰 사고 직후 마이크를 든 유족들의 모습을 뉴스에서 자주 보았던 터라 섭외도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만, 오산이었습니다. 아버지와 남편, 딸과 아들의 죽음은 시간이 지난다고 채워지는 '무엇'이 아니었습니다. SPL 빵공장에서 딸을 잃은 어머니는 몇 달이 지나도록 아직 딸의 방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유족들은 사건이 언론의 관심에서 멀어진 후에 밀려오는 부채감과 슬픔, 그리고 그리움과 씨름하고 있었습니다. "죄지은 사람은 있는데 왜 처벌은 이뤄지지 않는 건지, 정부는 이런 중요한 법을 무슨 생각으로 완화하겠다는 건지 정말로 묻고 싶어요." 동국제강 고 이동우 씨의 아내 권금희 씨의 말입니다.
제희원 기자(jess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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